2022. 10. 1. 03:14ㆍk-pop review & essay
살면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한평생 알 일이 없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있다. 그 중에 많은 팀들이 개개인에게는 실제로도 별 볼 일 없을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취향이란 것은 매우 좁은 범위만을 포괄하고, 그 다양한 취향을 한데 끌어모을 만큼 유능한 중소엔터회사는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넘어간 그룹들 중에서 내가 꼭 들었어야만 했던 팀이 있다면?
알고 보면 내 취향인 노래지만 평생 한 번 들어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낸다면?
데뷔한 지 5년 된 중소기획사 아이돌,
로드투킹덤 나왔지만 탈락한 아이돌,
담다디 한곡갑 아이돌,
웬만한 사람이라면 제대로 인지할 기회조차 없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은 내 이동 시간 플리에서 빠지면 고막에 가시돋치게 만든 이 아이돌,
골든차일드의 일부 노래가 어쩌면 취향일지도 모르는 또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이 글을 쓴다.
골든차일드에 관한 단상: 서정의 끈을 잡고, 울림의 끝을 잡고
나는 왜 골든차일드를 좋아하는가
팀으로서의 실질적인 인지도나 대표적으로 알려진 히트곡이 없는 골든차일드라는 그룹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설명이 좀 필요한 일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인지도를 쌓은 몇몇 멤버가 있고 그들 때문에 골든차일드 팬이 되는 이들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리고 나 외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골든차일드를 인지할 기회는 매우 부족하다.
때문에 내 블로그 주 방문자층(검색을 통해 어쩌다 실수로 들어온 사람들)과의 공감대 형성(?)과 내 개인적이고도 사실적인 기록을 위하여 골든차일드를 잘 알지 못했던 시기의 솔직한 감상부터 서술하려 하기에
글 내에서 팀의 첫인상 등과 관련하여 일부 긍정적이지 않은 평가로 읽힐지 모르겠는 부분이 있지만 양해를 구한다.
지금은 골든차일드 좋아합니다.
Chapter 1. 골든차일드를 알게 되기까지
팀의 첫인상: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1
일단 첫인상이랄 게 없다. 분명 알긴 아는데 처음 접했던 기억이 전혀 없다.
데뷔한 지 5년 됐다는 것을 나중에 검색해서 알게 됐지만, 그 전엔 정확히 이 그룹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잘 몰랐다.
엠넷 <로드 투 킹덤>에 나왔고, 이상한 탈락 시스템으로 희생됐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굳이 그 출연자 중에서 한 팀이 떨어져야만 한다면 이 팀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다른 팀들에 비해서 딱히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다디라는 노래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실제로 이 노래를 생각보단 많이 알아서 신기했는데, 솔직히 나는 이 노래도 잘 몰랐다. 훅 부분만 어디서 한두 번쯤 들어본 것도 같다.
2
골든차일드를 잘 모를 때 이 팀의 최근 행보를 언뜻언뜻 보고 느껴졌던 점을 묻는다면...
일단 가장 우선되는 생각은
'아무 생각도 안 든다'는 것이다. 밍숭맹숭하다.
그리고 굳이 그 '아무 생각 안 드는' 점을 풀어서 설명해야 한다면
인상이 비슷하게 유들유들한 10명의 멤버들과(개인적으로 4인조를 제외한 아이돌 짝수 구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 중에서도 10인조가... 그 어떤 인원 구성보다도 가장 애매하다고 생각),
퀄리티와는 별개로 시선을 끌어보겠다는 의지는 딱히 보이지 않는 밋밋한 최근의 타이틀곡들,
노래는 잘하는 것 같은데 딱히 그 사실을 부각시켜주지는 않는 타이틀곡 멜로디,
개인으로 이름을 알린 멤버가 몇 명 있음에도 불구 그들이 속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가 힘든 무대 구성 등 때문에,
그들을 좋아할 계기가 될 만한 요소를 쉽게 캐치하는 것은 어려웠다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니까 보통 아이돌을 알게 되는 지극히 평범한 루트, 즉 노래가 인상적이어서, 무대에서 눈에 띄어서... 같은 방식으로
골든차일드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조금 힘들어 보였다.
정확히 10년 전에 나는 여느 여급식처럼 골든차일드의 직속 선배 아이돌 인피니트에 돌아(?) 있었는데,
절절함과 후킹함을 버무린 강렬한 곡에 멤버들의 포지션을 적재적소로 분리해서 부각한 그때와는
좀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회사의 프로듀싱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여차저차 다른 이유로 골든차일드를 좋아하게 된 지금 와서 좋은 마음으로 그 음악과 무대들을 다시 본다고 해도,
이 모든 초반의 감상들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3
그래서 당연히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한평생 블로그에 골차 얘기를 할 일은 없었다.
이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다시 돌아본 인상: 있긴 있었구나 울림의 마지막 불꽃,,,
4
나는 울림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가 매력적이고 개성적인 '색깔'이란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그 색깔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것에 집중하기를 그만두고 어느 정도 트렌드를 따르기를 시도하며 다양한 느낌으로 발산되는 지금의 모습이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해 왔다.
그 색깔은 울림엔터테인먼트만의 '서정성'이고,
무엇보다 난 인피니트와 러블리즈가 보여준 선율적이고 감성 짙은 음악과, 독특하리만치 섬세한 정서 표현이 좋았다.
때론 유난스러울 만큼 서정적이고, 때론 역설적일 만큼 강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음악적 연출을 좋아했다.
어쩌면 음악으로만 본다면 내가 지금까지 좋아한 모든 아이돌들 가운데서 가장 좋아했을 만큼이다.
또 이 정도까지 디테일한 음악의 특성 자체는 외부 프로듀서의 역량이라고 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도 아이돌 최초로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제작하고, 최초로 하이라이트 샘플러를 내고, 콘서트는 무조건 밴드 라이브로만 진행하는 등의 잔잔하고도 힘 있는 기획적 행보들 때문에,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음악에 진심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돌 회사가 근본(?), 즉 회사로서의 네임밸류를 인정 받으려면
최소 2개 세대에서는 일관적인 양상으로 대중적 성공을 시키거나 좋은 음악 색깔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인피니트-러블리즈까지 이어지려나 싶던 그 색깔이 골든차일드에서 보일 듯 말 듯 이어질 '뻔' 하다 멈추고
그 이후로 론칭한 3개 아이돌에서 이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나는 울림엔터테인먼트에 이제 회사의 개성 면에서 크게 기대할 만한 것은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성과에 기대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것은 운이 따라 준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울림엔터테인먼트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관심을 가질 일은 없다는 뜻이다.
특히 무엇보다 나는 인피니트와 러블리즈의 노래들 때문에 그들을 좋아한 것인데,
인피니트를 만든 한재호-김승수, 러블리즈를 만든 윤상(혹은 원피스 팀)과 같은 포지션의 프로듀서가
골든차일드나 다른 팀들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을 돌아볼 이유가 딱히 없는 것이다.
5
하지만 내가 섣불렀었나,,,
우연히 보게 된 위 골든차일드의 콘서트 영상에서 물결치는 노스탤지어에,
어김없이 그때 그 '울림스러움' 때문에,
고막이 반응하고 마음이 뒤흔들리는 것을 느껴버리게 된다. (?)
위 영상은 2020년에 진행했던 콘서트 중 앨범 수록곡 '느껴져'와 '도망가지마' 무대로,
어떤 계기로 접했는지 도저히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우연하게 보게 된 것들이다.
듣자마자 익숙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정성으로부터 묘한 기분이 엄습해서,
영상이 끝나자마자 그 원천을 찾아 같은 콘서트 영상들을 뒤졌고, 그렇게 찾아낸
[느껴져 - 도망가지마 - 나랑 해 - 너라고 - LADY - LET ME] (곡명마다 콘서트 영상 링크)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띵곡들과 그 이후 후속적으로 뒤져 본 골든차일드 앨범 수록곡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감상을 도출해내게 되었다.
- 골든차일드의 (일부) 노래들은...
1. 생각보다 울림스러웠다. 🤔
2. 수록곡에서는 인피니트나 러블리즈의 감수성 그 엇비슷한 느낌을 담아내고 있었다. 😮
3. 내 청소년기, 즉 2010년대 초중반에 내가 좋아했던 2세대 감성(?)을 어느 정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3세대 아이돌의 선명한 사운드와 목소리로 . 😭
그러니까 거두절미하고, 무슨 말이냐면...
그냥 골든차일드 노래 좋다(적어도 수록곡은).
남은 평생 모든 남자아이돌 노래 중 단 한 팀의 노래만 들어야 한다면 지금은 골든차일드를 고를 정도로.
Chapter 2. 골든차일드 노래 추천 리뷰 (1)
'느껴져 (Lately)', '도망가지마'
그리고 이렇게 갑작스럽고 빠르게 꽂혀버린 나와 같은 누군가들,
나와 같은 루트나 포인트로 아이돌 노래를 좋아해 온 누군가들,
그런 사람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지도 모르겠는 이 노래들을 누구라도 들어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골든차일드의 초기 타이틀곡들과 현재까지의 모든 앨범의 수록곡 중 일부 곡들에 대하여
내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를 기준으로 추천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쓰다가 글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바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2개의 '입덕' 곡 리뷰만 먼저 작성하고, 나머지 분량은 새로운 글로 옮기도록 하겠다.
리뷰를 작성할 두 곡은, 2019년에 발매된 골든차일드의 정규1집 앨범 [Re-boot] 수록곡인
3번 트랙 '느껴져 (Lately)', 11번 트랙 '도망가지마'이다.
보통은 수록곡 리뷰를 전체 앨범 리뷰에 포함해 왔는데, 이번처럼 수록곡만을 메인으로 리뷰하는 것은 처음이라 방식이 조금 낯설다.
하지만 이 두 곡은 수록곡의 위치에서도 존재감을 발하며 강한 감상을 자아낸 곡들이라, 먼저 소개하게 되었다.
느껴져 (Lately)
'느껴져 (Lately)'는 이 긴 글을 쓰게 된 시발점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다. 인트로부터 오케스트라와 일렉기타가 휘몰아치면서 배합되는 메인 사운드가, 마치 붉은 노을이 지는 풍경이 그려지듯이 서정적으로 강렬하다. 멜로디는 쭉쭉 뻗는 형태이지만, 터질 듯 터지지 않으면서 계속 벅찬 듯한 느낌이 맴돈다. 이를 따라가며 조심스럽다가 강렬해지는 보컬의 완급 조절된 배치가 감성적이다. 작사·작곡자는 원택-탁으로, 감성적인 멜로디를 버무린 EDM 계열 댄스곡에서 좋은 곡이 많고 골든차일드 팬들에게도 호감도(?)가 높은 작곡진인데, 이 곡에서 드러나는 그 촘촘하게 찬 사운드와 서정성의 세심한 조화가 이들 곡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뭐라 말을 할까, 널 본 순간부터 시작된 가슴의 떨림
계속 반복되는 같은 장면에 갇혀버린 것 같아
너무 예쁘고 왠지 약간 서글픈 가사와 멤버들의 보컬 연기가 잘 맞게 표현된 곡이다. 특히 홍주찬은 원래 모든 곡에서 보컬 몰입도가 좋지만, 이 곡에서 특히 멜로디와 감성의 깊이가 잘 맞아 너무나 잘 살린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이 곡의 원탑 MVP라기에는, 모든 멤버들의 파트가 전환되면서 느껴지는 감성의 낙폭차가 최고의 포인트인 곡이라, 특정 멤버보다는 전체의 합에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절 후렴은 메인보컬라인 Y-홍주찬의 합으로, 2절 후렴은 리드보컬라인 김지범-배승민의 합으로, 전자는 더 감정이 풍부하고 후자는 더 소년적인 서로 다른 특색의 표현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벅차는 멜로디 때문인지 혹은 섬세한 가사 덕인지 모르겠지만, 보컬이 주력이 아닌 멤버인 봉재현과 최보민의 덤덤한 보컬 표현에서도 풋풋한 인상이 밴다.
또 랩 멤버들이 직접 창작한 랩 가운데서 가사와 리듬 모두 곡에 어울리게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곡인데, 랩 파트에서까지도 멜로디와 가사의 드라마틱함이 계속해서 고조된다. 두 래퍼의 파트는 함께 연결된 채로 곡에 2번씩 등장하는데, 비교적 이장준은 카리스마 있는 톤으로 불안정한 감정선을 숨기고, TAG는 화자의 감정에 더 솔직한 톤으로 고백을 전달하는 듯한 대비가 좋다. 이들의 모든 랩 구간이 마음에 드는데, 그 중 랩이 등장하는 마지막 구간인 TAG의 '비록 한 번이지만 손 잡아 볼래 - (중략) 바람 같지만 네가 느껴져' 부분의 가사는, 극후반부임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캐릭터와 상황적 요소를 완전히 빌드업하는 하이라이트급 파트라고 생각한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지 마
아주 작은 거 하나까지도 기억할 수 있게 허락해줄래
잠깐이라도 좋아
밝고 설레는 듯한 음악과 멜로디, 태도와 방향은 분명하지만 처한 상황이 모호한 데서 오는 불안정한 감정의 가사, 그럼에도 누를 수 없는 뜨거움을 구현하는 풍부하고 다층적인 사운드의 조화는, 이 곡의 스토리를 더욱 입체적으로 인지시킨다.그리고 이러한 곡의 특색에 멤버들의 표현력이 더해지면서 멤버들의 목소리도 드라마 캐릭터처럼 깊이 있게 느껴진다. 골든차일드가 수많은 스타일의 노래를 불러 왔지만, 그 중에서도 이렇게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감정이 들리는 곡들이 골든차일드라는 가수를 매력적으로 살려 온 곡들이라고 생각한다.
도망가지마
'느껴져'가 따뜻하지만 묵직한 곡이라면, 이 곡은 차가우면서도 묵직한 곡이다. 조금 더 최근 남자아이돌스러운 사운드인 동시에, 왠지 모르게 2세대 아이돌 팬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도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확실히 촌스럽다는 불호는 없을 법하면서도 과거회귀적인 감성도 느껴지도록 하이브리드된 인기도 높은 수록곡이다.
이 곡의 작곡진인 Full8loom(풀블룸)의 댄스곡의 특징 중 하나가, 신스사운드를 둥글게 빚은 소리들과 마이너 코드의 먹먹한 느낌을 안개처럼 밀어넣은 심장 벅차는 공간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곡에서 그런 사운드 특징과 아련한 멜로디가 너무 잘 조화되어 표현된다. 그리고 처음 들을 때 곡 시작부에서, 신스사운드와 가성 보컬 애드립이 함께 연기처럼 자욱하게 흩어지는 느낌의 인트로를 듣다가, 보컬 파트가 아닌 이장준의 멜로디랩이 도입부로 던져지는 것이 예상치 못할 만한 지점인데, 이 곡이 인상적이었던 포인트 중 하나다. 도입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멤버들의 음색을 보컬과 랩으로 적절하게 잘 사용한 포인트가 많은 곡이다. 보컬 멤버 중에서는 특히 김지범의 목소리가 인상적으로 들린다. 골든차일드 멤버를 잘 알지도 못할 때 이 노래를 듣고 목소리가 잘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영상으로 보니 얼굴도 잘생겨서 신기했던 기억...
넌 피다 지다 하는 꽃이 아냐, 절대 지지 않는 내가 말이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실 이 곡은 굉장히 감성적이고 반가운 무드가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멜로디 자체로 드라마틱함의 정점을 찍어주지는 않고, 다소 오묘하고 모호한 상태에 머문다. Full8loom의 또다른 곡 특징 가운데 하나가, 서정적인 느낌에 끌려서 들었다가도 멜로디나 코드 진행이 건드리는 감정의 최고점이 그렇게까지 속시원하게 뚫어지지 않고 몽글몽글한 감상이 떠도는 것이라고도 생각하는데, '도망가지마'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 곡에서 그 최고점이 되는 브릿지 구간을 예로 들면, 이 곡은 차분한 보컬이 시작을 한 뒤 고음 파트가 올라가려다 다시 내려오고, 베이스가 쿵 떨어지면서 나직한 랩이 이어받고, 하이라이트가 마무리되는 파트 중 '하늘하늘 날아가는 저 새처럼'은 코러스를 겹겹이 쌓아 공간감을 퍼뜨리고, '너 도망가지마'는 굉장히 뒤에서 들리는 것처럼 믹싱되었다. 고음으로 찌르는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후렴구 코러스로만 깔린다. 이렇게 가사의 스토리는 극적이지만, 음악에서는 신파적으로 절박한 느낌의 진행을 쓰지 않은 점이 이를 억제하면서, 이 곡의 절제된 감성을 만들고 또 먹먹한 사운드 질감과 만나 조화가 되기도 한다.
그것뿐이야 바라지 않아, 너만 행복하다면
그거면 돼 Baby 나를 떠나가지 마
하늘하늘 흩날리는 저 꽃처럼 도망가지마
한편 이 곡에서 그런 종류의 벅참을 느껴야 하는 부분은 가사가 채워준다. 이 곡의 서정적인 가사는 남자아이돌 가사에서 흔하게 쓰지는 않을 만한 표현들이 포인트가 되어서 드라마틱함을 완성한다. 가령, 후렴구에 들어가기 직전 비트와 멜로디가 다급하게 달리는 파트에서 랩과 보컬이 겹쳐진 채로 강조되는 가사 '넌 피다 지다 하는 꽃이 아냐, 절대 지지 않는 내가 말이야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키 가사인 '도망가지마'를 강조하기 위해 시적인 표현으로 빌드업되는 '나를 떠나가지 마, 하늘하늘 흩날리는 저 꽃처럼 도망가지마'가 그렇다. 래퍼가 아니지만 하이라이트에서 랩 파트를 소화한 최보민의 '이 편지 네게 닿을 수 없겠지, 끝이 보이지도 않는 긴 터널 같이' 가사는 래핑의 강한 어조와 맞붙어서 서정성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이 외에도 듣다 보면 왠지 단순 서정성을 넘어 서사적인 감상을 주는 몇 가지 표현들이 더 있지만, 따로 떼어 놓고 설명하기는 애매해 넘어가려고 하니, 직접 들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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