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8. 21:17ㆍk-pop review & essay
그룹 이름이 첫사랑(CSR)...
데뷔곡 제목이 '첫사랑 (Pop? Pop!)'......
보이프렌드의 보이프렌드와 우아의 우아를 곡검색 하던 극악무도한 경험이 떠오르는 악몽 같은 데뷔곡명
받고 그룹명은 일반명사, 영문 표기는 경영학 용어
근래에 이렇게 뉴비를 고되게 하는 작명센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노래 스타일을 들어보면 그래도 그룹명을 이런 식으로 지은 목적성이 드러나기는 한다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인간적으로 너무 촌스럽고 검색하기 힘들다.
검색은 둘째쳐도 CSR이라는 말을 안다면 미학적인 상성조차 맞지 않는 두 표기의 투샷은
과감하게 짓기로 칼을 뽑았으면 예쁘게라도 짓든가... 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치만,,, 사실 귀여우면 상관없잖아?
이 노래 완전 귀엽다.
마음이 시릴 만큼 상큼하게! 첫사랑(CSR) '러브티콘 (♡TiCON)' 속 비밀 레시피
💚 사실 이 곡이 굳이 리뷰를 써야 할 만큼 특별한 노래는 아니다. 새로울 것 없지만 내가 아는 바로 그 맛이라 이 노래가 좋은 것이긴 하다. 굳이 개성으로 따지자면, 시장 흐름상 이런 밝은 하이틴팝보다는 꽃잎 날리게 청순한 데뷔곡 쪽이 더 임팩트가 있기는 하다. 이 그룹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아련+청순+첫사랑 느낌을 벗어나서 이번 신곡과 같이 약간 더 흔한, 신나고 발랄한 콘셉트로 바로 변화시켜 버린 것을 아쉬워 하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왜 나는 그 '아련함'에 대한 담론에 동의가 잘 되지 않을까?...
🌸 데뷔곡 '첫사랑 (Pop? Pop!)'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자면, 이 노래는 곡, 안무, 의상 스타일에서 모두 2-3세대 청순 컨셉 걸그룹들의 느낌이 난다는 점에서 장단점을 모두 찾을 수가 있다. 장점은 그냥 해당 청순 걸그룹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들어보면 느껴지는 것들이고, 단점도 그냥 그 정도 감상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살린 것은 좋지만, 전혀 이전 세대보다 발전한 부분이나 트렌디한 접목은 없이 이전 흐름을 완전히 답습해서 향수만 자극할 뿐이라(너무 근접한 과거라 향수라 하기도 민망) 특별하게 인상깊지는 않다. 물론 청순 컨셉의 계보가 끊길 뻔해서 아쉬웠던 마음을 달래준다는, 이 시장 흐름 속에서의 의미는 있다. 만약 5년 전에 나왔다면 시선이 갈 이유가 아예 없는 개성의 팀인데도 불구하고 K팝 리스너들이 이들의 컨셉에 소소하게나마 주목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 이 곡이 퀄리티가 떨어진다든가, 혹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꽃 피는 듯한 독특한 전자 사운드가 매력적인 도입에 비해서 후렴구가 너무 무난한 것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 컨셉의 팀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어필하려는 전략의 단계로 느껴져서 실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곡이 건드리는 감성이, 많은 팬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번 '러브티콘 (♡TiCON)'에 비해서 특별히 더 짙고 깊거나 아련한 쪽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반면 '러브티콘 (♡TiCON)'은 누가 봐도 전 곡보다는 활기 넘치고 동적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모를 찡하고 애틋한 감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더.
💚 이 아련함의 원천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를 찾기 위해서, 일단 이 노래가 나에게 좋게 느껴지는 이유를 먼저 짚어나가 보려고 한다.
리뷰 1. 목소리를 타고 범람하는 상큼한 에너지!
💚 '4! 3! 2! 1!' 인트로를 알리는 가사인데, 정직하게 '사! 삼! 이! 일!'이라고 외치는 발랄함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 노래는 반복적으로 떼창을 써서 곡의 감성을 풋풋하고 스포티하게 만든다. 가령, 이 '사! 삼! 이! 일!' 외치는 카운트다운은, 다른 구간에서 같은 리듬으로 'How! do! you! love?!'라는 가사로 변형되어서 계속 쓰인다. 이 챈트는 곡의 구간들이 넘어갈 때의 공백을 채우는 데 쓰이는데, 한 마디의 4박자를 정박으로 찍어서 곡의 태도에서 사기를 돋우는 응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후렴에서도, 멜로디가 나온 뒤 비워지려나 싶었던 구간에 바로 'Wa Ah Ai', 'Hey! You!'라는 가사의 떼창이 나오면서, 빈 공간 없이 에너지를 꽉꽉 채운다. 포스트코러스는 아예 떼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가사에는 'Oh-'라고만 되어 있지만 역시 응원가 같은 느낌의 4개 음절로 된 활기찬 제창 멜로디다. 랩 파트에서도 드문드문 들리는 챈트 코러스가 포인트가 된다.
💚 이 곡에서 떼창과 챈트는, 구간별 쓰임에 따라 곡의 에너지가 수직 방향으로 당차게 뻗으면서 상승하는 기운을 주기도 하고, 넓게 일렁거리면서 두근거리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후렴의 '넌 내 스타일이 아닌데 자꾸 생각나'라는 가사 뒤로 이어지는 'Wa Ah Ai'는 처음 들었을 때 다소 단조로운 1인 보컬의 멜로디 뒤로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부분이라, 갑작스럽게 벅차고 사기가 올라가는 듯한 역동성의 단차가 끼워 넣어진 부분이, 사춘기 소녀 화자의 감정선 같아서 너무 입체적이고 맘에 든다. 직전 가사 '자꾸 생각나'에 대해 'Why?'라는 속마음이 울리는 것 같은 효과로도 느껴진다. 이 그룹의 마케팅이 전원 05년생 17세를 자꾸 어필한 것이 이런 지점에서 기억나라고 그랬던 듯하다. 파이팅 넘친다...
💚 이렇게 떼창으로 구석구석에 명랑함이 뭉게구름처럼 피어 있는 이 하이틴팝은, 또한 기타를 통해서 이 쾌활함을 표출하고 있다. 구간별로 다른 주법으로 기타 사운드가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도입부에서 목소리만 남겨두고 미니멀하게 연주하는 동동거리는 기타 소리(팜뮤트라고 하나?... 잘 모름)와, 포스트코러스에서 화려하게 에너지를 얹는 일렉기타 연주가 인상적이다. 프리코러스에서는 고음 없이 잔잔하게 설레는 멜로디로 곡을 전개하는데, 이때 서로 다른 주법의 기타 소리가 몇 가지씩 겹쳐져서 두근대는 공간감을 채운다. (한편 기타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개인적으로 1절 프리코러스에서 멤버 유나의 '좋아하게 된 걸까' 가사 중 '좋'이라는 음절이 너무 촉촉하게 디렉팅된 것이 귀엽고 좋다.)
💚 기타를 중심으로 만들어 올린 이 곡의 활기는, 후반부 랩 파트를 정점으로 아낌없이 쏟아진다. '내 MBTI가 바뀌었나봐'라며 Z세대 감성으로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가사나, 랩을 소화하는 멤버의 말괄량이 같은 목소리와 멜로디 삽입 구간을 부르는 상큼한 목소리의 주고받는 조화가 너무 귀엽고 발랄하다. 솔직히 귀엽다는 표현도 부족하고 소스라치게 러블리하다... 사실 아이돌 노래를 듣다 보면 가끔씩 노래를 엄청나게 잘하지 않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감상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 노래에서 들리는 날것의(?) 소녀스러움이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귀엽다... 랩을 하는 멤버 금희는 웹툰 캐릭터처럼 날카로운 눈매와 입매로 천진난만하게 웃는 표정을 너무 잘하는데, 약간 정제가 되지 않은 보이쉬한 톤이 합쳐져서 무대에서 너무 매력 있게 보인다. 그리고 랩 파트 뒤로 바로, 전교회장 느낌이 나는 캐릭터와 맑은 목소리를 가진 멤버 수아가 깔끔한 보컬로 그 어질러진 요란법석을 정리해버리는 것도 왠지 전개가 귀엽다.
💚 여기에 안무에는 프리마인드식 박자 쪼개기가 칼각 칼박자를 찍어주면서, 이 에너지를 절도로 전환한다. 쭉쭉 뻗는 단체 동작이 많은 것이 응원단 같기도 하고... 특히 후렴구 안무 중 '~아닌데', '~생각해' 부분에서, 동작이 곡을 음절 단위로 씹어서 살리는 점이 정교하고 좋다.
💚 뮤직비디오는 평범하지만, 지난 곡 뮤직비디오에서부터 마음에 들었던 연출 방식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말하고 넘어가고 싶다.
🌸 가령, 데뷔곡 '첫사랑 (Pop? Pop!)'의 안무에는, 위 이미지의 좌측⬅️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단체 줄넘기를 안무화한 부분이 있었다(이 청순가련한 동작이 줄넘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너무 귀여워서 행복해졌음...). 뮤직비디오에서는 이 안무가 우측➡️과 같이 멤버들이 실제로 단체 줄넘기를 하는 장면과 교차되어 연출된다.
💚 이번 러브티콘에서는 '말도 안 돼, 어떻게 너를 좋아하게 된 걸까'라는 가사와 함께 해당 파트의 멤버가 뮤지컬 장면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설렘을 느끼는 것 같은 안무를 하는데(좌측⬅️), 뮤직비디오에서는 같은 행위를 안무 없이 실제로 연기하는 장면이 안무와 함께 교차된다(우측➡️). 별거 아닌 연출일 수 있지만, 이렇게 멤버들의 생활 연기가 퍼포먼스에 녹아 있는 것 같은 장면 편집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들의 자연스럽고 발랄한 에너지를 무대로 연결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리뷰 2. 이 기분을 설명해 줘, 2-5-1아...
💚 이렇게 귀엽고 활기 넘치는 곡인 동시에, 후렴구에서는 고전적이면서도 두근거리는 느낌이 나는 것이 이 활기와 만나서 왠지 마음 시리고 서정적이게 들린다.
(※ 이 지점부터는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은 전혀 없이 초등학생 시절 피아노 코드 정도만을 배운 적이 있었던 제가 펼치는 뇌피셜이 시작됩니다. 주관적이고 신빙성이 부족할 수 있으니 가볍게 봐주세요.)
나는 이 곡의 후렴구를 이루는 2-5-1-4(2-5-1-6...? 정확 X) 코드 진행이, 이러한 설레고 예쁜 노래와 만날 때 감성 한 방울을 떨어뜨려 주는 '아련 치트키' 진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얄팍한 청음 감각으로 네번째 코드 근음을 확신하지 못해 Dm인지 Bb 계열인지 모르겠지만, 그 앞의 2-5-1까지를 보면, 대중음악에 흔하게 많이 쓰이는 조합의 흐름인 것 같다. 독특할 것 없이 정말 기초적이고 두루 쓰이는 진행이라,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이 코드 진행 때문에 이 곡이 너무 일반적이라거나 예상이 간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내 기준에서는, 별 황당한 곡에까지도 왠지 모를 아련함을 줄 수가 있는 치트키 진행이다.
🍀 예전에 '칠학년일반'이라는 독특한(?) 컨셉의 걸그룹이 '오빠 바이러스'라는 노래로 데뷔했었다. 가사를 보면 대략 "오빠오빠, 나만의 오빠,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왜 전화 안 받아, 다 부숴버리고 싶어..." 같은 요란스러운 구절들이 단순하게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처럼 느껴지게 하는 곡이다. 당시에도 반응이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그런데 이 당시 감성이 풍부한 고딩이었던 나는 혼자, 이 엽기적인 노래의 후렴구(‘만나주세요, 보고 싶어요~’ 부분)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서글퍼졌던 적이 있다. 도대체 이유는 알 수 없이 뭉클하고, 이 화자의 오빠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 것 같고, 오빠가 전화를 받아서 느껴지는 초조함이 내 심장으로 요동치는 것 같고...
💚🍀 그 이유가, 이 노래의 음악적 특징이 설레고 아련한 감정의 연상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에서 후렴구를 여는 코드가, 딱 위에서 언급한 이 진행의 변형(1-6-2-5?)이라는 것이 갑자기 함께 떠오른다.
💚 이 진행이 왜 그런 감정을 일으키는지는 솔직히 화성학을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설명하기 힘들다. 마치 영어 문법을 내가 탄생 원리부터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왜 I 뒤에는 am이 와야 하고, he 뒤에는 is가 나와야 하나요? 왜 걸그룹이 부르는 2-5-1이나 1-6-2-5 진행을 들으면 설레는 감성이 느껴지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거예요...
💚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와 관련해서 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느낀 점이 있다면, 이 진행의 근음 이동의 흐름이 감정선을 그리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진행에서는, 대략 우측 이미지와 같은 높낮이의 흐름으로 근음이 이동한다. 난 이러한 음악적 특징이, 이 같은 흐름의 감정을 자아내는 작용에도 아예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연상되는 감정이 '낮은 수준-고조-하강-고조'와 같은 순서로 왔다 갔다 하며 불안이 유지되는 것이, '러브티콘'처럼 마냥 귀여운 컨셉이나 '오빠 바이러스' 처럼 엽기적이리만치 쾌활한 노래에서도 입체적이고 서사적인 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곡 모두 메이저 스케일이고 댄스 리듬으로 신나게 편곡되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밝은 노래이지만, 그 사이에 숨은 아련한 듯한 느낌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오빠 바이러스> (1) 만나주세요 (6) 보고 싶어요 ↗(점층) 오빠는 (2) 이런 ↘(부정) 맘 (5) 알까 ↗(의문)
<러브티콘> (2) 넌 내 스타 (5) 일이 ↗(강조) 아닌 (1) 데 ↘(부정) 자꾸 생 (6) 각나 ↗(긍정)
💚 마지막으로, 코드 진행이 위와 같이 가사의 어조와도 상응되며 그 감정선의 강도가 단단해진다. 여기에 보태, '만나주세요 보고 싶어요'라고 본론부터 던지는 '오빠 바이러스'의 첫 코드는 스케일 내 안정적인 1도 화음이고, '넌 내 스타일이 아닌데'라고 한 발 빼놓고 그 다음에 '자꾸 생각난다'고 본심을 말하는 '러브티콘'은 약간 들뜬 불안정성이 있는 2도 화음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사소한 요소들의 합일이 '러브티콘' 후렴구의 기분 좋은 긴장감을 이룬다. 그리고 이렇게 내적으로 소소하게 발현하는 긴장감은 이 곡의 외향적이고 밝은 떼창 표현과 만나면서 학원물처럼 풋풋하게 느껴지는 풍성한 서사성으로 전환된다.
만약 클래식작곡 전공자이자 이 곡의 작곡자인 황현 선생님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이 피상적이고 어이없는 뇌피셜 분석에 헛웃음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가진 지적 깊이의 한계에서 이 곡의 매력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까지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두 가지 이상의 구성 요소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지점에서 곡이 인상 깊게 느껴지고는 한다. 그리고 그럴 때 리뷰를 쓰고 싶어질 때가 많은데, 이 곡 역시 분석하고 나니 그런 이유로 풀어지게 되었다. 특히 이 곡에서는, 그 요소가 오히려 새롭지 않고 너무 스테디하다는 이유로 아이돌 곡에 자주 쓰이지 않은 시점에서, 신인 그룹의 상큼한 신곡으로 그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더욱 좋았다.
글을 마치기 전에, 러브티콘과 무관하게 하고 싶었던 첫사랑 (CSR) 이야기 1가지만 더 털고 가겠다.
데뷔 앨범에 수록된 '으랏차'라는 노래 너무 좋다. 처음에는 곡 제목만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듣지 않았었는데(가끔 이렇게 편협하게 행동하고는 함...) 한재호-김승수 작곡 곡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다시 들어 보았다가, 너무 행복해졌다. 아련하면서도 에너제틱한 곡조도 너무 옛날에 좋아했던 그때 그것이고, 안무도 너무 귀엽다. 마지막 후렴에서 백코러스로 '달려! 달려!' 외치는 에너지 발산은, 너무 풋풋해서 무장해제된다... 첫사랑 멤버들의 보컬 구성에 저음역대가 너무 없는 점이 처음에는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곡으로 듣고 나니 카라 느낌을 생각하면서 들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좋다. 이 노래를 들어볼 예정이라면, 안무나 무대 영상과 함께 보면 더 좋겠다. 귀여우니까...
특히 가사가 너무 아날로그하고 예쁜데, 2절에 '그때 있잖아, 또 저 때는 말야'에서 좋아서 무너질(?)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왜 남의 추억, 남의 청춘에 기분 좋고 벅차는가,,, 왜냐면 이건 정말로 내 진짜 추억을 자극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너무 좋아했던 분위기의 노래, 나의 취향이란 것을 만들어 준 작곡진의 노래 풍을, 나보다 한참 어린 신인 아이돌이 부르는 처음 듣는 신곡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신나고 묘하다. 이들 작곡진의 노래 스타일은 트렌디한 계열이 아닌 것을 넘어 심지어 10년 전에도 레트로라고 불렀던 쪽이라, 요즘에 걸그룹 신곡으로는 거의 들어볼 수가 없었는데, 최근의 가수들이 이러한 작곡진들과 함께 작업하는 소식은 나에게 언제나 즐겁다.
다만 떼창 보컬 믹싱과 같은 부분은 왜인지 오래되고 먹먹한 느낌이 있어, 최신곡치고는 다소 거슬리게 느껴지는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의도된 결과인 것인지 아닌지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내가 2010년대 때 너무 좋아했던 이민수 작곡가의 최근 곡인 빌리의 'RING X RING'의 경우도, 써니힐 노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사운드 질감이 옛날 곡처럼 탁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아마도 의도한 느낌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좋지는 않다. 2010년대가 주 무대였던 이 작곡진들의 감성을 선명한 2020년대 패치 버전으로 들어보면 좋겠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 2023. 03. 30 추가글
이 글에서 실컷 '옛날 느낌'이 나서 좋다고 말해 놓았는데,
신곡 '빛을 따라서'는 또 옛날 느낌이 나서 별로다.
추억을 돋우거나 옛날 감성이 묻어나는 노래라고 해서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남겨 두고 싶어서 추가 글을 작성했다.
이 모순이 웃기기는 한데, 원래 이런 아련함과 촌스러움의 줄타기가 어려운 것 같다.
마무리 엔딩요정은
첫사랑의 딜러, 힐러 (두나, 금희)
#토비레코드: 주로 K팝 얘기하는 블로그 [ rtbs.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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