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이 물들인 2016 올해의 색: 데뷔 3연작 '아낀다-만세-예쁘다' 리뷰

2021. 9. 30. 23:42k-pop review & essay

 

 

 

 

△ 팬톤에서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컬러인 로즈쿼츠세레니티고, 힐링과 평화의 색이라고 한다. 또 이 색들이 그 때쯤 가장 주목 받는 신인이었던 세븐틴이 같은 해에 발표한 팀 공식 색상이기도 하다. 2016년 한 해 동안 패션, 뷰티 등 온갖 상품 트렌드를 장식했던 이 색을 그 해 최고 루키였던 세븐틴이 공식 컬러로 선언한 점은, 패기롭기도 하고 맥락이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사실 신기하게, 팬톤 발표보다 세븐틴이 색 조합을 써온 것이 시기상 먼저라고 한다. 

 

아무튼 당시 즈음엔 남자 아이돌에서 찾아 보기 힘든 청량 콘셉트 붐을 일으켰던 세븐틴에게, 이 두 색상은 팀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너무 적절한 색채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해에 이들은 정말로 이 같은 팀 색깔을 만들었으며, 또 가장 활약한 신인으로 떠올랐다. 2015년과 2016년, 세븐틴의 에너지가 물들인 로맨틱 힐링의 컬러는 올해의 색 그 자체고, 로즈쿼츠와 세레니티 그 자체였다. 우주가 도왔다 캬... 이런 우연 너무 좋음... 

 

 

 

 

세븐틴 '아낀다', '만세', '예쁘다' 리뷰

: 세븐틴이 물들인 2016 올해의 색: 데뷔 3연작 '아낀다-만세-예쁘다'

 

아낀다 [17 CARAT] (2015) - 만세 [BOYS BE] (2015) - 예쁘다 [LOVE&LETTER] (2016)

 

─ 세븐틴의 시작을 밝힌 3부작의 앨범, [17 CARAT] (2015) - [BOYS BE] (2015) - [LOVE&LETTER] (2016)이 그리는 팀의 캐릭터는 한 마디로 청량하고 건강한 에너지로 전하는 풋풋한 사랑 고백이다. 13명이란 초 다인원의 합이 시원하게 각을 맞춘 칼군무, 그 속에 생동감 있고 익살스러운 무대 연출, 명쾌한 멜로디에 귀엽고 솔직한 가사 등은 이에 부합한 정서를 전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일말의 이질적 콘셉트의 가면도 걸치지 않은 멤버들의 고유한 에너지는, 이들의 활기를 가감없이 표출할 수 있는 강렬한 곡과 안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며 무대를 채운다. 

 

 


“ 아껴 널, 현기증 날 정도로 아낀다!

─ 이들의 사랑 고백 가사는 이렇게 힘차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랑하고 조심스럽다. 가령, '할 말은 해야겠어', '내일은 꼭 두 주먹을 꽉 쥐고 말해주고 싶어'라며 마음을 반드시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건 이 3곡의 주된 정서다. 하지만 결국 '잠깐 소녀야'라며 발걸음을 멈춰세운 끝에는 직설적인 '좋아해', '사랑해'가 아닌 '아낀다', '예쁘다'라며 수줍게 포장한 말만이 건네지고 있다. 이처럼 이들이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구절들은 하나같이 간결하게 고르고 고른 설렘으로 함축돼 있다. 멜로디에서 역시 이러한 노랫말에 가장 꽂히는 포인트 구간을 내어주며 진심 어린 한 마디들을 강렬하게 쏘아 올린다. 당돌한 고백을 담은 댄스팝에 가장 걸맞고 정석적인 방식이지만, 이 정도로 명쾌하면서도 러블리함을 내세우는 남자아이돌의 곡으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희소성도 특징이다. 

 

─ 3곡의 가사는 솔직함으로 톡톡 튀는 소년들의 단어로 채워져 있기도 하다. 멤버의 참여가 주가 되어 탄생한 이 곡들의 가사는, 당시 20대 초반 이하의 나이대였던 이들이 필터링 없이 툭툭 던지는 듯한 감성을 상큼하게 정돈하여, 구어체이거나 트렌디하게 재미있는 표현이 많다. 특히 앞서 소개한 후렴구 외의 가사들은 더욱 그렇다. 후렴구가 프레이즈에 집중하며 곡의 본론격인 내용들을 모아 이야기한다면, 나머지 부분들에서는 보다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세밀한 감정들이 풋풋하게 드러난다. 

 

-그니까 내 말은 너를 다 알고 싶어 / 너를 노래해 U Hoo 너를 노래해 U Hoo
-여기 감히 어디라고 농이 아냐
너의 매력에 대한 사실을 고한다 Oh -아낀다

-잠깐 소녀야 절대 넌 다른 사람에게 녹지마 내가 질투 나잖아
-알쏭달쏭 눈빛에 쩔쩔매
말 한 마디 건네기가 왜 힘이 듭니까
아버지도 어머님께 이랬습니까 -만세

-예쁜 말 모두 모아서 따다 주고 싶은데 너 앞에 서면 자꾸 들어가는 말 (생략)
턱 끝까지 차 올랐던 그 말을 내일 꼭 하겠어 / 너 예쁘다

-어떤 표현법을 써야만 내 맘이 전해질까

마음을 꺼내서 너에게 복사해 붙여야 하는 건가 -예쁘다

 

 


음악에서 세 곡은 이 소년미를 묘사하는 방법으로 경쾌한 기타와 선명한 베이스 무빙을 무게중심으로 두고 다양한 형태의 보컬을 활발히 움직인다. 하이틴보이를 만들 때 역시 이런 기타 리프를 빼놓고 갈 수 없다는 건 클래식한 약속이다. 하지만 세븐틴이 들려주는 하이틴은 마냥 클래식하고 뻔하게 향취를 자극하는 맛은 아니다. 착착 감기는 세븐틴만의 댄스팝 멜로디와 그 틈새로 리얼한 역동성이 스프링처럼 튀어나오는 악기의 앙상블은 대중적이고 익숙한 느낌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표현에서만큼은 기존의 무언가를 계승하지 않은 신선함을 맛보여준다. 

 

 

'아낀다'는 단정한 구성은 아니지만 일정한 테마가 이끄는 곡이다. 나직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서 단단한 보컬로, 또 주고받는 랩에서 다시 청량한 음역의 후렴으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 쉼없이 신나는 그루브가 가득하며, 유일하게 숨을 돌리는 구간들에서는 '아낀다'란 포인트를 한 글자씩 꾹꾹 누르며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 곡은 바쁘게 두근대지만 한편으로는 명쾌하게 폭발하지는 않는 긴장감이 있는데, 이 지점은 그 다음 곡에서 에너제틱하게 발산된다. 

 

그 두 번째 곡인 '만세'는 '슬램덩크', '여주' 같은 가사가 만화적 감성을 돋우며, 멤버들의 목소리를 효과음처럼 활용한 여러 재미 요소들이 흥을 더한다. 또한 훅 파트가 가장 강렬한 곡인데, 후렴에서 명랑하게 미끄러지는 메인 멜로디를 지나면, 발빠르게 '만세'만 반복되는 훅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꽂아 넣는다. 후렴으로 가는 시원한 코드 풀이와 학교 배경 콘셉트의 효과로 인해 세 곡 중 소년 같은 생기가 가장 신나게 터지며, 또 가장 높은 지점의 감정선에서 노는 발랄한 곡이다. 

 

'예쁘다'의 경우 앞선 두 곡이 중점적으로 지향한 그루비함은 살짝 눌러두지만, 그 공간에 정직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건반을 추가하여 멜로우한 감성의 차별점을 둔다. 박진감은 덜한 곡인가 싶다가도, 가쁘게 달려가는 프리코러스에서는 역시 펑키함을 만날 수 있다. 기분 좋은 멜로디를 쌓아 올리다가 "너 예쁘다"라는 포인트 지점에서 톡 터뜨리는 이 상큼한 전개의 틴팝은 보이그룹 곡에서 특히 찾아보기 힘든 파스텔톤 색채의 감성으로 물들어 있다. 

 

 

─ 연달아 발매된 이 세 곡이 만화 같은 배경을 펼쳐 놓았다면, 그 위에 얹히는 목소리들은 걸맞는 캐릭터가 된다. 멤버들은 다인원의 구성을 매력으로 승화한 역동성을 보여준다. 세븐틴의 이 곡들에서, 중저음역을 두드리는 랩 파트들과 메인보컬 멤버들이 치고 나오는 고음역 구간들은 이질감없이 교차되며, 2절 벌스에는 여러 명이 짤막한 말풍선처럼 던지는 만담식 가사들이 엉켜 있다. 13명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3분이지만, 세븐틴의 노래들에서 이 시간은 다양함을 기반으로 잘 짜인 구성 속에 꽉 채워진다('아낀다'는 복잡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지만 다른 두 곡은 흠잡을 데 없는듯?)

 

이렇게 팀으로서의 합은 알차게 꾸리면서도, 여기에 짧은 러닝타임을 보완하는 연장선상의 전략으로 수록곡을 활용한다. 세븐틴은 위 타이틀들을 포함해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곡들을 보컬, 힙합, 퍼포먼스 팀으로 나뉜 유닛 버전 편곡으로 재탄생시켜 수록했다. 이렇게 멤버들에 집중하는 별개의 트랙들은 개개인의 역량을 섬세하게 조명하여, 세븐틴을 보는 시선을 확장시키는 재미를 주기도 했다. 

 

 

 

 

 

 


“ 소심해도 세심한걸, 이제부터 나를 봐줘 My Lady!

 

─ K팝에서는 메가급 규모라고 할  수 있는 이 13명의 인원은 전원의 매력이 고르게 드러나기는 힘든 구조지만, 팀으로서의 이들은 부산스러움을 제하고 완성도를 목적으로 하는 결집력을 보여준다. 퍼포먼스 역시 이들이 그 미덕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다. 음악의 밝고 청량한 에너지는 일사불란하고 탄탄한 군무의 탄력을 받아 더욱 시원하게 역동하며, 13명이 한 몸처럼 동작을 맞춘 와중에 무대는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연기와 제스처를 통해 활력이 불어넣어진다. 

 

─ 세븐틴의 퍼포먼스에서 가장 중심적인 뼈대는 팔다리를 크고 각지게 뻗는 시원한 안무에 + 최고 수준의 일치도를 보여주는 힘찬 칼군무다. 여기서 눈을 뗄 수 없는 힘에 흡입되는 가장 강렬한 효과가 있지만, 또 그 외의 것들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많다. 무대에서 멤버들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잘 보면 주요한 몇 명만 안무를 하는 동안 대기하는 멤버라도 멈춘 채 쉬는 구간 없이, 각자의 역할을 애드립인지 안무인지 모르게 연기하고 있다. 이처럼 멤버들의 합이 보여주는 뮤지컬스러운 퍼포먼스도 세븐틴의 특징이다. 

 

─ '아낀다'는 사랑에 빠져 쓰러진(?) 멤버에게 심폐소생술 동작을 하거나 여러 명이 한 명을 들것에 실어 가듯 동선을 이동하는 표현이 독특하고, '만세'에서는 멤버들을 활용해 무대를 농구 코트처럼 조성했다가 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등 공간 배경을 펼쳐내는 재미있는 센스를 넣는다. 또한 위 이미지처럼 13명이 똘똘 뭉쳐 합동 만세를 하는 진귀한 장면(?)을 안무로 썼듯이,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발랄하고 유니크한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예쁘다'는 아예 무대장치와 소품을 이용해 멤버들의 소화 범위를 확장한 댄스컬을 보여준다.

위 설명의 각 곡 제목을 클릭하면 안무 연습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모든 멤버가 댄스 능력과 몰입을 쏟으며 만드는 이들의 무대에서는 통쾌한 에너지가 터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이들로부터는 퍼포먼싱을 넘는 즐거움이 묻어나서 감상자에게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세븐틴의 무대가 즐거운 가장 큰 이유다. 

 

 

 


“ 턱 끝까지 차올랐던 그 말을 내일 꼭 하겠어, 너 예쁘다!

─ 자고로 아이돌은 콘셉트와 자아가 일맥상통해도 좋고 딴판이어도 그것대로 좋은 법인데(?) 세븐틴은 이렇게 청량한 음악을 유지하면서도 늘상 전자에 해당해 왔다. 이들은 무대라는 콘텐츠 속 밝고 유쾌한 장면들을 현실 세계에 그대로 가져온다. 무대에서 가사 표현을 위해 웃는 표정은 비하인드나 예능 콘텐츠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과 다를 게 없고, 무대에서 나타나는 힘찬 활기는 평소 이들의 일상 속에서의 성격과 에너지가 안무 동작에 반영되었을 뿐이다. 실제로 위 곡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곡에 멤버의 작사·작곡 참여 지분율이 높아, 이들의 현실 감성이 녹아 있는 것도 당연하다. 

 

세븐틴의 팬들은 이들이 재미있고 귀여운 사랑 노래를 불러서 좋을 수도 있고, 또는 외모나 실력을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 같은 면을 느끼는 순간은 눈과 귀의 즐거움을 넘어서 심적인 일체감으로 응원하게 되는 킬링 포인트가 된다. 이들이 무대와 실제를 통해 보여주는 청춘의 단면은 이렇듯 입체적으로 생동하며 팬들의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 이렇게 세븐틴은 곡과 퍼포먼스, 그리고 수행 능력에서 하나가 되어 팀의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며, 이 캐릭터와 실제가 일체화된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대중적인 온도에 잘 맞으면서도 기존에는 없었던 이 싱그러운 색깔은 이들을 가장 눈에 띄는 루키로 빛냈고, 또 시간이 지나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도록 2015년과 2016년을 물들였다. 어느덧 7년차로, 루키라는 말과는 맞지 않아진 지는 한참이지만, 이들의 밝고 편안한 힐링의 색채는 여전히 바래지 않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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