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4. 02:12ㆍk-pop review & essay
Weeekly·STAYC·aespa 리뷰
: 2020 걸그룹이 Z세대를 사로잡는 3가지 방법
(1) 위클리 = Trend: 지금 이 시대에 들어야 할 '코리안 하이틴'
(2) 스테이씨 = Classic: 클래식은 영원하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3) 에스파 = Identity: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æ, SYNK! 무아지경 세계관'
스테이씨, 클래식은 영원하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한국 걸그룹 메인스트림의 뿌리를 따라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뭔가 관통하는 정서가 있다. 가사는 대충 네가 좋아 미치겠고, 이런 감정 처음이고, 사실은 네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바라고..., 여기서 용기내 다가가는 파와 그렇지 못한 파로 나뉘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식이다. 그 와중에 음악에는 내적 댄스 한바탕 즐기는 쿵짝 비트, 후크, 킬링 포인트를 버무린다. 여기에 메인보컬의 찌르는 고음과 절절함, 서브보컬의 앙칼진 창법으로 토핑해 주면 완성이다.
한 마디로 사랑 타령과 뽕끼가 교차하는 이 신파성은, 세계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보편적인 대중음악 기조는 분명 아니고, 그보다는 한국의 로컬 감성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물론 음악적 뿌리를 얘기하자면 또 말이 길어지지만 일단 여기까지). 이러한 정서는 K팝 세계화의 본격적 진행으로 트렌드의 국면이 완전히 전환된 아이돌 3세대 후기를 기점으로 이제는 쉽게 보기 힘들지만, 그전까지는 누구도 지겨워 하지도 않고 전국민이 따라 불렀던 클래식이다. 중독적인 쪼를 찰떡 같이 넣기도 좋고, 아무 생각 없이 흥얼대기도 좋은 노래들이 그냥 다 이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타령'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 이런 곡은 트렌디한 감성과 거리가 멀다. 이전에는 사랑 타령을 하기는 하되 신나게 하냐, 유혹적으로 하냐, 순수하게 하냐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그냥 사랑' 말고 어떤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지, 그 캐릭터는 얼마나 입체적인지, 음악의 스케일은 어떤지, 스토리는 정교한지 하는 끝없는 내적인 문제들로 가득하다. 또 K팝이 세계 시장에 진출한 뒤로 각국의 작곡가들과 협업하며 세계를 겨냥하는 경쟁력도 갖춰나가고 있기 때문에, 내수 시장용 통속성과 흥은 팝 시장 관점에서의 세련성이 다소 떨어진다. 이러한 세심한 고민과 고도화된 테크닉 차용 끝에 나온 음악은 물론 진보적이고 흥미로우며, 내 손에 넣어 갖고 싶은 작품성을 자랑한다.
근데,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1%의 갈증은 어디서 느껴지는 걸까?
이 시점에서 스테이씨를 제작한 블랙아이드필승 라도가 말했다.
“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1%의 뽕이라는 게 있거든요...
뭔가 감기고 뭔가 슬프면서 뭔가 신나는 이런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
내 머릿속이 너로 가득하고, 네가 너무 필요하고, 내 맘과 꼭 맞는 그 사람이 빨리 눈 앞에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은 새로울 것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반갑기도 하다. 곡 구성은 복잡하지 않게 잘 정돈된 한편, 보컬 표현에서는 천진한 러프함이 두드러진다. 멜로디 이동은 입에서 맴돌기 편안한 음역 내에 있으면서도 음계나 박자 활용에서 변화구가 거의 없이 정직하고, 안무에서도 화려한 정교성보다는 선이 확실하고 눈에 잘 들어와 따라 춰 보고 싶은 캐치함을 강조한다. 이 모든 특성의 지향점은 오늘날의 트렌드도, 미래지향적인 한 수도 아닌, 과거의 내수시장 K팝 르네상스 시대를 가리킨다.
솔직히 난 사랑을 잘 몰라
그래서 겁이 나 그래도 난 좋아 -SO BAD
ASAP 내 반쪽 아니 완전 Copy 나와 똑같아 내 맘 잘 알아줄
ASAP 꼭 닮은 내 Decalcomanie 눈앞에 나타나 줘
실제론 어떤 느낌인 걸까 A beautiful a beautiful love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걸
So where you at 기다리고 있는데 -ASAP
트와이스의 초기 곡들로 K팝 뽕끼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 장본인인 블랙아이드필승은, 사실 콘셉트를 일부러 과거지향적으로 만들려 했다기보다는 그냥 하던 것을 했는데 의도치 않게 청자들이 향수적인 감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영문도 모르게 먹혔다는 것은 아니고, 뚝심이 시류와 정면승부하여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위와 같이 음악과 안무 특성은 물론이고, 아티스트를 찾게 되는 재미를 챙기는 전략도 복고의 그림자로부터 뽑아낸다. 라이브가 다소 흔들리더라도 2세대 아이돌처럼 AR을 적게 받치는 무대를 고수한다든지, 신인의 풋풋함을 보여준 라이브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린 소녀시대의 '힘 내!' 커버 무대에 이어서 결이 비슷한 메시지의 곡 'SO WHAT' 무대를 선보인 것이라든지 하는 것 모두, 많은 신인 아이돌이 세계 시장의 시류를 좇는 현 시점에서 향수를 자극하는 포지셔닝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레트로함을 개성으로 완성한 것은 사운드와 가사 기조까지 과거에 멈춰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SO BAD'의 경우 꽉 들어찬 신스웨이브가, 'ASAP'은 통통 튀는 목관악기가 곡 분위기를 만드는 동시에, 두 곡 모두 묵직한 베이스가 무게감을 잡아주며 트렌디한 그루브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카나리아 같은 하이톤에서 걸그룹에서 보기 힘든 정도의 로우톤을 오가는 넓은 스펙트럼의 보컬 구성, 그리고 이들을 겹치지 않게 조각조각으로 배치하는 방식의 개성 어필까지, 정돈된 흐름을 추구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한 다양성 요소들이 있다.
또한, 소녀들의 보편적 연애 감정을 노래하는 가사의 기조는 2세대 걸그룹의 그것과 닮았다는 점이 스테이씨 노래의 맛이지만, 그 감성 구현 과정에서 Z세대 패치가 되어 다소 구시대적일 수 있는 태도는 피하고 솔직하고 당당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로써 신세대 소비층과의 감성의 거리는 좁히면서 사랑스럽고 활력 있는 캐릭터를 아티스트에 투영시키는 방향성 역시, 복고적 특성이 현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방법의 일부다.
여기에 'ASAP'에서처럼 퍼포먼스적인 멋보다는 쉽고 귀여운 포인트를 강조한 안무는, 모두가 즐기는 대중음악으로서의 아이돌 소비 방식을 환기한다. 아이돌 음악의 오락적 역할과 유행 선도력이 비교적 전 세대에서 두드러졌다면, 현 세대는 감상 위주로 치중이 되고 있다. 대신 최근에는 SNS 콘텐츠를 통한 소통적 활용으로 그 역할이 수행되고 있는데, 이 곡이 바로 이러한 소통 방식에서 소비가 되며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이러한 측면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곡에 통통 튀고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 필요하며, 'ASAP'은 그 재미 포인트를 정확히 집어냈다.
[ 그런데 사실 어떤 면은 과거로 가도 너무 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
(아쉬운 점: 더보기)
[ 그런데 사실 어떤 면은 과거로 가도 너무 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스테이씨의 색이라면 막을 수 없긴 하다만, 어디까지가 의도된 레트로함이고, 어디부터가 인지되지 못한 예스러움인가... 특히 'SO BAD'의 브릿지에서 아예 트로트 느낌으로 꺾는 창법은 10년 전 아이돌 곡에서도 듣기 어려운, 익숙한 게 아니라 낯설 정도의 나이브함이 느껴짐,,, ]
🎈 스테이씨의 노래는 비밀스러움 없이 솔직하고 투명하다. 그 흔한 멤버별 상징이나 심층적 내러티브도 없이 노래와 춤만으로 모든 콘텐츠가 완성된다는 점이, 이들의 사랑 표현 방식처럼 참 당당하고 직설적이다.
산업이 발전하며 성공 전략이 정립되었다가, 과거의 필승 공식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니게 된 시대가 오고, 또 그 시대는 한 바퀴 돌아 다시 조금씩 이전의 맛을 그리워하는 시기가 왔다. 이 시대의 필요를 가장 먼저 읽어낸 이들은 세대의 경계에 서서 분화된 트렌드를 한 데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위치의 역할과 적절한 타협점을 이해하고 있는 신세대 루키는 현재로서는 스테이씨가 유일하다.
<추천곡> ASAP, SO WHAT
▼ (1) Weeek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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