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걸그룹이 Z세대를 사로잡는 3가지 방법: (1) 위클리 (Weeekly)

2021. 8. 20. 23:32k-pop review & essay

 

팬데믹 시대의 도래로 2020년은 신인 아이돌에게 별로 좋지 못한 데뷔 시기가 되었지만, 그렇기에 그 와중에도 위기를 뚫고 존재를 어필하는 팀들의 전략적 개성은 더 빛나게 눈에 띈다. 특히 Z세대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감성적 기법과 온라인 콘텐츠가 이들이 무기가 되었다는 점이, 이 시대를 만나는 더욱 멋진 대응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세대의 감성을 소화하는 Z세대 걸그룹들의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2020년 한 해 동안 데뷔한 팀 가운데 각자의 색을 갖고 두각을 드러낸 세 팀인 위클리·스테이씨·에스파를 3가지 콘셉트의 대비로 나누어 리뷰해 보고 싶다. 

 

 

 

 

Weeekly·STAYC·aespa 리뷰

: 2020 걸그룹이 Z세대를 사로잡는 3가지 방법

 

 

(1) 위클리 = Trend: 지금 이 시대에 들어야 할 '코리안 하이틴'

(2) 스테이씨 = Classic: 클래식은 영원하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3) 에스파 = Identity: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æ, SYNK! 무아지경 세계관'

 

 

 

 


 

위클리, 지금 이 시대에 들어야 할 '코리안 하이틴'

 

'이것이 바로 Z세대 아이돌이다'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이 팀은 '요즘 감성'을 표상한다. 언뜻 쿨하고 당당한 콘셉트를 내세우는 걸그룹 트렌드와는 완전히 역행하는 전통적 소녀 판타지를 그려내는 듯한 귀엽고 예쁜 모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뻔한 감성만 뜯어내고 요즘 십대들의 모습, 현실 여학생의 이야기들을 채워 넣었다. K팝 신을 몇 번이나 돌고 돈 소녀 콘셉트의 대표격 스쿨룩에 + 자기 얘기를 한참 동안 재잘거리는 '진짜' 십대 소녀라는, 지금까지 왜 없었을까 싶을 정도로 당연한데도 없어서 새로운 조합이다. 

 

 

타이틀곡을 통해서는 말괄량이 같이 패기로운 자기애와 자신감('Tag Me (@Me))', 사춘기 학생처럼 격변하는 심리의 고민('Zig Zag') 등 주로 자아를 표출하고, 방과 후, 파티 같은 즐거운 시간의 추억을 다루기도 하며, 수록곡을 통해서는 동경, 환경, 꿈, 첫사랑 등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와중에 가사에는 SNS 용어(@, 타임라인)와 밈('초대는 내가 할게, 준비는 누가 할래?'), 'MBTI' 같은 온라인 유행, 시적이기보단 현실적인 노랫말('교복 치마 대신 체육복 바지')들을 하나씩 끼워넣기도 하며 이들의 색깔을 더욱 정교하게 한다. 

 

복도 끝까지 달려가서 친구들과 만나 '폰게임보다 재미있다'며 신나게 놀고, 카메라에 그 순간의 추억을 기록하는 소소한 이야기가 동글동글한 멜로디와 만나 절정을 이룬 곡 'After School'은,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소셜 지표 차트 일간 1위를 달성하기도 하며 그 감성의 저력을 증명했다. 이 차트 순위는 주로 이용자들이 음악에 맞춰 짧은 춤을 추는 SNS 숏폼 콘텐츠(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 많이 활용된 결과로, 위클리의 음악이 신세대 문화에 맞는 포인트를 어필했음을 방증한다. 

 

매일 학교 집 학교 집 지루하잖아 그럼 책 덮고 일어나
솔직히 말해 나란 애 궁금하잖아 알려 줄게 내 TMI -Tag Me (@Me)

세상은 물음표 투성인 것 같아
어쩌면 뻔하지 않아서 더 새롭고 재밌잖아 -Zig Zag

우린 스케이트보드 위로 마치 춤을 추듯 발을 굴러
바람 그 사이를 가로질러

그때 마주친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었지
우린 서로 스며들어 친구보단 또 다른 나인 거 같아

카메라 보며 인사를 해줘 지금 그 표정 각도가 예뻐
Record the video 지금 이 순간을
자유로운 기분인걸 -After School

 

 

 

무대 위에 책상, 스케이드보드 등의 소품을 올려 곡의 공간 배경을 설정하고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며 뛰노는 뮤지컬식 퍼포먼스도 위클리만의 전략이다. 사실 소품의 중요도가 높은 구간일수록 탄탄한 퍼포먼스 실력이 다소 묻히고 무대가 난잡하게 보이는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각종 행사 무대에서는 활용하기 번거로운 장치들을 음악 방송에서 적극 사용하여 이 시국에 남길 수 있는 특별한 무대들을 연출한 시도는 눈에 띈다. 

콘셉트를 소화하는 멤버들도 이러한 방향성에 맞게 생기 넘치는 멤버, 털털한 멤버, 차분한 멤버 등 하나의 학급 같은 생동감 있는 구성을 이룬다. 또 현역 걸그룹 최장신의 기록을 자랑하는 늘씬한 피지컬은 시원하고 상큼한 군무와 활발한 이미지에 힘을 더하기도 하며 보는 재미를 준다. 

 

사실 위클리의 무대나 가사, 의상 등에서 콘셉트를 그려내는 방식이 직관적이고 감성은 어리다는 점이, 총체적으로는 유치하게 비춰질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 20대 이상 소비자들은 물론 학생들이라 해도 마찬가지인데, 우리 대부분이 학창 시절에도 아이돌로부터 공감보다는 마냥 예쁘고 멋지고 이상적인 모습으로부터의 동경을 찾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클리의 행보는 판타지 없이도 밝고 말간 틴에이지 웹툰 주인공처럼, 개성도 있고 완결도도 있는 가요계 유일 캐릭터를 쌓아나가는 데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틴 콘셉트의 방점을 찍을 의미 있는 시도이다. 거기다 'We' 3부작을 마지막으로 다소 일차원적인 콘셉트 구현은 마무리지을 계획인 것 같아(추측), 접근성 측면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기도 한다. 

 

 

 

[ 다만 아쉬운 점은 'After School'을 제외한 곡들이 대체로 멜로디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

(아쉬운 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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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아쉬운 점은 'After School'을 제외한 곡들이 대체로 멜로디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해당 시리즈를 통하 소개하는 세 팀 중 가장 발매 텀이 짧아 더 많은 앨범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팀에 비교하면 음원 성적은 저조하다. 위클리의 힙한 사운드는 너무 좋지만, 멜로디의 임팩트가 약해 대중에게의 각인이 어렵지 않았나 싶다. 위클리의 노래는 밝고 대중적인 콘셉트를 지향하는 것치고는 전통적인 멜로디 전개 방식은 상당히 배제되고 톡톡 튀는 분절감으로 점철돼 있어, 대중성보다는 공연성이 강조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콘셉트와 곡 스타일의 이러한 괴리는 상당한 개성이어서, 성공한다면 성공 요인이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실패 요인이 되는 포인트 지점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After School'이 위클리의 전곡 중 가장 대중적인 멜로디를 지녔다는 점을 보면, 아직까지는 아쉬웠던 시도로 보인다. 

 

'Tag Me (@Me')는 재미있고 다양한 구간들이 왁자지껄하게 채워져 위클리의 캐릭터를 소개하기는 제격이지만, 멜로디가 임팩트를 주는 구간은 없다. 의도적으로 이리저리 옮기며 만든 듯한 역동성에 오히려 흥얼거리기도 버겁다. 'Zig Zag'는 락킹한 사운드와 서정적 멜로디의 만남이 감성적이고 따라 부르기 쉽지만, 'Tag Me'와는 반대로 명확한 포인트 구간이 없이 흘러가기만 해 재미와 매력도는 다소 떨어진다. 오히려 데뷔 앨범의 수록곡 'Hello'가 이 곡과 멜로디 전개의 의도는 비슷하면서도 훨씬 귀에 감기고 완성도 있다. 'After School'은 이 두 지향점의 좋은 절충점이다. 상큼하면서도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 귀엽지만 적당한 무게감도 있는 세션으로 완성된 이 곡은 십대에게는 공감대를, 20대 이상에게는 향수를 선물한다. 

 

위클리가 겨냥하는 소비자인 십대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고 서로 '이 노래 진짜 좋다'고 추천할 법하려면 특징적인 포인트와 캐치한 멜로디가 필수적일 텐데, 택택택 첫줄에다~ 직잭 신이 나서 웃다가~는 별로 매력적인 포인트는 아니었다...  ]

 

 

🏫 위클리의 생동감은 케이팝 음악 발전사에서 딱 현 시점의 세련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소소한 공감대로 친구가 되어 주고, 또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시대를 위로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간 시간을 살아갈 당시에는 몰랐던 각 시대의 분위기가 뒤돌아보면 느껴지듯, 지금 학생인 세대가 훗날에 2020년대 초를 떠올릴 때면 위클리로부터 그 향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10대를 사로잡겠다'가 아닌, '우리가 바로 그 10대'라고 외치는 이들은, 소비자이자 동나이대 친구들과 같은 온도의 감성을 매개로 교집합을 넓혀 나가고 있다. 

 

 

<추천곡> Hello, After School, Lucky, Weekend, Holiday Party, Check It Out, La Luna, Memories Of Summer Rain

*아직까지 싱글앨범만 2회 발매한 다른 두 팀과 다르게 위클리는 미니앨범만 4연속 발매하여 추천곡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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