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5. 22:12ㆍk-pop review & essay
디스토피아 시리즈의 혈투를 벌이고
보스몹 깨서 썸머 홀리데이 보상 받고
새 아포칼립스 시리즈를 입성해도...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컴백을 하면 할수록 더 격렬하게
'Chase Me' (2017) ~ 'YOU AND I' (2018) 리뷰하고 싶다.
놀러오세요, 드림캐쳐의 협곡: 드림캐쳐 [악몽] 앨범 시리즈 & 'YOU AND I' 리뷰
솔직히 그건 인정하겠다. 최근에 나온 음악들이 더 멋지다.
스케일도 더 크고, 다양한 장르가 하이브리드되고, 개별곡의 개성도 더 부각됐고, 암튼 더 카리스마있고 세련됐고 진보됐다.
고막 달렸으니 그건 잘 알겠다.
근데 고막이 아니라 심장이 반응하는 건 이때밖에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
Chase Me
드림캐쳐가 데뷔한 악몽 3부작 시리즈 이야기부터 돌아보려고 한다. 드림캐쳐의 시작은 독특했다. 팀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순차적으로 보여준 데뷔 3부작(악몽 3부작)에서는 곡 장르, 가사, 보컬 사용,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등을 모두 동원해서 그들의 개성을 드러냈는데, 특히 데뷔곡에서 아낌없이 모두 보여준 뒤 이후의 두 곡에서 그 특색에 스토리를 쌓아 올리는 방식이 완벽한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아무런 기존 인지도가 없음에도(밍스라는 전신 걸그룹이 있지만, 이들이 주목받은 이유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설명 생략) 신인 때부터 꽤 큰 주목을 받았고 해외 팬덤도 생겼는데, 이 탄탄하고도 독자적인 초반 기획이 팀을 인지시키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자꾸 나만 보면 안 된대, 짜릿한 걸 원할 뿐인데
텅 빈 사람들 꿈속은 따분하잖아
데뷔곡 'Chase Me'는 그전에 걸그룹 타이틀곡으로 전면으로 내세워진 적 없던 메탈 댄스곡에 무려 BPM 200의 빠른 속도로 빈틈없는 칼군무를 추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끌었고, 메탈곡을 부르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메인보컬 시연의 음색과 고음, 멤버들의 라이브도 이 팀을 돋보이게 했다. 쉴 틈 없이 채워지는 멜로디, 중간중간 머리채를 들어올리고 무대에 드러눕는 안무 동작들도 강렬했고, 무엇보다 이런 컬트한 퍼포먼스 분위기를 설명하는 가사가 함께 드림캐쳐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텅 빈 사람들 꿈 속은 따분하다'며 꿈 속에 몰래 들어가 '발칙한 장난'을 치겠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고 말하는 이 가사의 화자는 "악몽" 그 자체다. 뮤직비디오에서도 7명의 멤버가 7가지 종류의 악몽을 하나씩 맡아 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내용과 공포영화 같은 연출을 통해서 팀의 세계관 배경을 그려내고 있다.
GOOD NIGHT
그 다음으로 나온 'GOOD NIGHT'은 더 강렬하다. 개인적으로 더 하드한 'GOOD NIGHT'으로 드림캐쳐를 처음 알게 된 뒤에 'Chase Me'를 들어보게 되어서인지, 'Chase Me'는 나에게 그렇게 인상적인 곡은 아니었어서 'GOOD NIGHT'을 훨씬 더 좋아한다(체이스미도 좋은 곡이지만 굿나잇이 후속작이 아니었다면 이 시리즈 특유의 시원한 쾌감이 약간은 덜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이대로 갇혀 있어줘 영원히
나만을 위한 인형처럼, Baby Good Night
'Chase Me' 뮤비 마지막에 잠시 흘러나오는 오르골 멜로디가 바로 두번째 타이틀곡인 'GOOD NIGHT'으로 이어지는 힌트다. 이 몽환적인 오르골 인트로, 더 강렬한 록 사운드 등을 강조한 구성이 전작보다 더 감성적이고 만화스러운 점을 강화해서, 팀 정체성의 밀도를 묵직하게 높인다. 박진감 있는 비트, 시원한 일렉기타 리프는 통쾌하기보다는 어딘가로 도망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동시에 이 음악의 시원함과는 모순적이게,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위협적인(?) 가사, 구체 관절 인형의 춤처럼 스산한 텃팅 댄스, 고스한 스타일링 등이 드림캐쳐의 답답한 오컬트함에 갇히게 하는 다양한 기획 요소가 된다.
이 당시 퍼포먼스가 너무 멋져서 음악 방송 PD들에게 실력이 좋다는 눈도장을 찍은 일화 역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당시에 신인이었던 드림캐쳐가 실력과 기획이 너무 좋아, 인상적일 수밖에 없긴 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내 생각에 그 이상의 관심이 가지는 않았던 유일한 이유는, 당시가 지유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의 헤어, 메이크업 등 비주얼 스타일링이 어울리게 정리되지 않았던 시기라, 판타지적인 곡 콘셉트에 비해 그렇게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 있었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그 외의 부분은 사실 완벽했다.
날아올라 (Fly High)
3부작의 완결부인 '날아올라 (Fly High)'는 드림캐쳐의 헤비함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엄청나게 선호되는 곡은 아니지만 대중 반응은 가장 좋았던, 이전 곡들보다 멜로딕하고 가벼운 곡이다. 하지만 감성이 가벼워진 것이지, 곡이 가볍지는 않다. 악몽으로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스토리는 멈춰졌지만, 기존의 록 장르는 활달한 감성으로 변모해서 유지된다. [Prequel]이라는 앨범명은 이 곡과 뮤직비디오가 2개의 전작보다 이전의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음을 설명하고, 교복 입은 평범한 소녀들이 악몽이 된 이유를 보여준다.
I can fake it 멈추지 마
내게서 멀어지려 하지 마
넌 이 꿈 속에서 영원히 잠들 수 없어
뚜렷한 기승전결을 타고 상승해서 고점에서 터지는 예상 가는 전개, 언뜻 이전 곡들보다 일반적인 듯한 감성의 가사 등 때문에, 이 곡은 'Chase Me'와 'GOOD NIGHT'으로 보여준 드림캐쳐의 '정체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주제곡 같은 드림캐쳐의 '일부 특성'을 한 조각 떼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뮤직비디오와 의상 분위기도 좀 더 밝아졌다(뮤직비디오 내용은 밝지 않지만). 대중들이 가장 좋아한 곡인 만큼 나도 가장 듣기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서브컬처스러움이 극대화된 곡이라 대중적이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대조군이 체이스미, 굿나잇인지라 그렇게 됐다.
그리고 이 활동 당시 지유가 빨간 머리로 염색을 하고, 반짝반짝하고 뾰족하게 올린 독특한 아이메이크업을 했는데, 너무 예쁘고 만화 캐릭터 같아서 지유를 너무 좋아했었다. 원래 음색도 너무 청아하고 만화 같은 멤버여서 빨간 머리 지유가 브릿지 파트를 부를 때는 천국 같았다... 이 앨범을 낸 뒤 JTBC <믹스나인>에 단체로 출연했는데, 지유 때문에 비주얼로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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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타이틀로는 'YOU AND I' - 'What' - 'PIRI', 팬송으로는 'Full Moon' - '하늘을 넘어'로 시리즈를 이어간다. 데뷔 3부작으로 드림캐쳐의 음악적인 개성을 선포하고 이들이 앞으로 가져갈 스토리의 세계를 공고히 했다면, 이후부터는 이렇게 조성한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내적인 서사들을 풀기 시작한다. 공격적이고 직관적인 음악으로 팀을 소개했으니, 이제 그 다음 단계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다.
밤 하늘의 저 달빛이 깊게 잠들어도 너의 손을 놓지 않을게 -Full Moon
눈을 감아 내 손을 잡아봐, 다 잊어버려 혼자였던 시간 / 까만 세상 속에 네 편이 돼줄게 -YOU AND I
날 흔들어줘 답을 찾아줘 이 악몽 속에서 / 손을 잡아줘 불을 밝혀줘 깨어날 수 있게 -What
약속할게 만날 거야 꼭 다시 / 지금 내 맘이 널 잡지 못해 흔들리지만 -하늘을 넘어
끝도 없이 반복되는 지금 아직도 난 헤매고 있지만 / 네가 꼭 들을 수 있도록, 피리를 불어라 -PIRI
'YOU AND I'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상황 속에서 함께하고 구원이 되어주겠다는 위로를(세계관을 더 적극적으로 읽어보면 이 정도의 단편적인 이야기는 아니긴 하지만, 복잡하니까 일단 표면적인 의미만), 'What'은 현실 세계로 나와 이 악몽의 실마리를 찾아가 풀려는 내용을, 'PIRI'는 끝없는 악몽과 불안의 반복이란 결말을 전한다. 중간중간에 발매된 팬송 'Full Moon'과 '하늘을 넘어'는 드림캐쳐의 음악 색과 스토리의 캐릭터성을 잃지 않은 채로 애틋한 마음과 함께하자는 약속을 담아내며 팀에 대한 팬들의 몰입도를 더한다. 싱글앨범이었던 데뷔 3부작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EP를 발매하며, 수록곡을 통해서도 이 세계와 스토리를 탄탄하게 빌드했다.
이들이 세계를 세분화하는 것에는 스토리를 이어가는 방식, 즉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활용해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위해 음악을 쓰는 방식도 동원이 된다. 기타와 드럼 등 강렬하고 시원한 록 사운드는 계속 쓰이면서 드림캐쳐의 색깔이 유지되지만, 일렉기타가 'GOOD NIGHT'이나 '날아올라'처럼 애니 음악처럼 벅차오르게, 멜로딕하게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대신 'YOU AND I'는 오케스트라가, 'What'은 기존 곡들에는 없는 훅이, 'PIRI'는 피리와 휘파람 소리가 포인트가 돼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새로운 국면들을 전달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특히나 시리즈의 결말이 행복하지 않게 끝나는 점도 개성적인 드림캐쳐의 색깔에 걸맞아서 인상적이다. 끝내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스토리의 완성이, 불안한 신호음을 울리는 마지막 곡 'PIRI'를 통해 구현되면서, 초반에 악몽 그 자체가 되었던 드림캐쳐의 영향력 아래 시공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세계관은 꽉 닫혀버린다. 스토리가 결국 돌고 돌다가 이 구속적인 세계를 완성시킨 점이 매력적인 시리즈였다.
현재의 드림캐쳐 음악은 현실 세계에 발을 걸친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하며 변화를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음악이 더 세련되고 멋지다 해도 악몽 시리즈 때에 드림캐쳐에 느낀 팀 정체성과는 아예 다른 종류의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 악몽 시리즈를 긍정적으로 생각한 요소로는 물론 음악 장르와 멜로디의 감성적인 특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캐릭터와 서사, 가사 같은 요소를 제시한 것은, 다음 같은 매력 때문이다.
이때의 드림캐쳐란 세계의 특징은 구속성과 폐쇄성이었다. 악몽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가상의 세계 속 가상의 선악 대립은, 화자가 선과 악을 오가며 악의 위치에서 갖는 매력과 선의 위치에서 갖는 힘 모두를 취할 수 있게 했다. 화자가 악몽일 때 드림캐쳐 음악의 'emo함'은 파괴력을 동반했고, 화자가 구원일 때 이 특성은 마음을 움직였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절대자와 약자가 모두 그 안에 있고, 드림캐쳐의 노래와 콘텐츠를 즐길 때 그 밖을 돌아볼 필요도 없이 그 세계에 집중해 있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이 가상의 대립이 '오글거리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는 설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시도하면서, 다크한 에너지가 다소 힘을 잃어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또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는 행보 역시 존중할 만하다. 그래서 나는 이 시기에 완성된 노래, 퍼포먼스, 비주얼이 하나의 작품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하며,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 아닌 아쉬움은 마무리하고자 한다.
YOU AND I
아무튼 아직은 판타지인 그 뒤 작품들 가운데서, 'YOU AND I'를 조명해서 보고 싶다. 사실 악몽 3부작까지의 임팩트가 드림캐쳐의 전체 디스코그래피 내에서 가장 높았기에, 드림캐쳐에 대한 대중이나 라이트돌덕들의 관심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급감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멤버들의 비주얼과 퍼포먼스의 정점은 바로 'YOU AND I' 때라 이 점이 매우 아쉽다. 이 곡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같던 스타일에서 조금은 변화를 주어서,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를 강조한 점이 RPG 게임 음악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스산한 멜로디와 구원을 노래하는 가사, 보컬 표현 등에서 이전보다 드라마틱함과 애틋한 감성을 강조하여 전달하는 곡이다.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숨겨진 악몽의 서사를 풀어주며 몰입도를 높이는 단계의 세계관을 선보인 앨범이기도 하다.
눈을 떠봐, 내 손을 잡아봐
매일 꿈속에만 그렸던 나잖아
그렇게도 원한 너와 내 시간들 babe 이제는 나와 함께해
유독 이 당시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모두 애쉬그레이 염색을 한 멤버 유현이 눈에 띈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인 것은 물론 무대에서도 1절 벌스, 1절 후렴, 2절 프리코러스, 2절 후렴, 브릿지, 엔딩에서 전부 등장한다(ㅋㅋ). 팀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몰랐던 멤버를 갑자기 이렇게 주인공롤로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너무 신선하게 다가온 곡과 활동이었다.
기존 곡들에서 날카로운 보컬 색을 아낌없이 자랑한 메인보컬 시연을 이어서, 서사의 완결부에 와서는 유현이 부드럽고 호소력 있는 음색으로 소화력을 보여주며 드림캐쳐 노래의 새로운 색깔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이 곡의 의의라고도 생각한다(또 반대로 시연 보컬의 공격성이 유앤아이에서 감성적으로 눌러져서 활용된 점도 너무 좋은 포인트다). 유현은 모든 파트에서 보컬과 표정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특히나 브릿지에서 빛을 발한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에서는 숨가쁘게 달려나가다가 힘 있게 폭발할 것만 같은 순간에 세션이 갑작스럽게 모두 빠지는데, 여기서 유현의 가성 보컬과 스트링만 흐르는 "끝이 없는 저 하늘에 밝은 빛이 돼줄게, 언제나 꿈처럼" 파트가, 이 곡에서 가장 고요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한방으로 감정의 최고점을 찍어버린다.
'YOU AND I'는 특히나 퍼포먼스에서 킬링포인트로 주목할 만한 부분이 군데군데 가득한 곡이다. 넣을 수 있는 모든 파격적인 포인트는 다 넣었는데, 자연스러운 전체 구성, 곡의 전개에 힘을 보태는 강약 조절까지도 너무 좋은 안무다. 곡만 들었을 때에는, 기존에 드림캐쳐를 알던 이들에게는 좋은 곡이지만 사실 처음 듣는다면 대단하게 캐치하다고 보긴 어려운 곡인 것 같다. 하지만 퍼포먼스와 함께 감상한다면, 너무나 다채롭고도 몰입적인 이들의 무대 활용 방식에 곡을 자연스럽게 인상에 남기게 된다.
이 곡의 안무가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깔끔하고 시원한 동작들이 이루는 전체 흐름이지만, 그 중간중간에서 아이돌 안무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강렬한 포인트 구간들이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이들의 콘셉트가 확실하게 무대 위로 구현이 되고 있기도 하다. 안무나 무대는 풀버전으로 감상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 포인트들만 짚고 넘어가보려 한다.
먼저 시작부터 마주하는 장면(좌)이 상당히 오컬트하다. 뱀파이어가 일어나서 목을 무는 것처럼 연출했는데, 뮤직비디오 스토리와도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나는 이 포인트는 처음 봤을 땐 조금... 너무 오타쿠쪽으로(?) 노골적인 점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YOU AND I'를 잘 몰랐던 때에 나한테 남아있던 유일한 기억이 이 장면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곡의 이미지를 인상에 확실히 남기는 독특한 인트로이기는 하다. 또한 이 부분을 무대마다 조금씩 액션을 변형하는 센스로 팬들한테 재미를 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보다 인상적인 것은 엔딩(우)인데, 멤버의 목덜미를 쥐면서 끝나는 이 파격적인 엔딩 포즈는, 특이한 것을 넘어서 다소 충격적이라고까지 느껴진다. 역시 이들이 이어 온 비극적인 스토리와, 당시 다크함으로는 어느 팀보다도 강렬했던 팀 캐릭터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이런 과감한 장면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YOU AND I' 활동 자체에서 지유와 유현이 맡는 특정 캐릭터가 고정되고 강조되는 점 때문에, 뮤직비디오와 무대와의 연결성을 찾을 수 있는 고리가 눈에 띄어 재미있었다.
노래를 하고 있는 멤버는 가운데 선 가현이지만, 아이돌 무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공포스러운 동작이 다리 아래에서 시선을 강탈한다. 호러영화에서 어딘가로 끌려가듯이 악몽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모습의 이 안무를 소화하는 멤버는 메인댄서 수아다. 'YOU AND I'로는 드림콘서트와 같은 특별 무대에서 고난도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애초에 이렇게 음악 방송 무대마다 보여주는 안무 동작들부터가 매우 본격적인 곡이었다.
지금까지가 1절이었기에 여기까지도 충분히 놀라운데, 2절로 넘어가는 구간에서는 갑자기 소품이 등장한다. 랩 파트에 도달하여 래퍼 다미가 앞으로 걸어 나오는 장면까지는 평범하지만, 갑자기 비어 있었던 한 손에서 긴 봉이 튀어나와 휘두르는 것은 이 자극 가득한 전체 안무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1초이다. 여기에 멤버 각자가 손수건을 꺼내 들고 목에 걸듯 활용하는 동작, 손수건을 숨겼다가 휘몰아치는 후반부에서 다시 한 번 꺼내어 곡 분위기를 퍼포먼스로 고조시키는 연출 등까지, 모든 디테일에서 한 순간도 시선을 뺏기지 않고자 하는 작정이 돋보이는 타이틀곡 퍼포먼스이다.
흔히 애니메이션 노래 같다고 하는 곡들 특징이, 처음에 취향에 맞으면 완전히 빠져서 듣게 되지만, 많이 듣고 나면 다른 무난하고 가벼운 곡들에 비해 더 빨리 질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 드림캐쳐 노래들처럼 스피드메탈 계열에 빼곡한 디테일 기획으로 감각을 더 빨리 현혹시켜버리는 것들은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아이돌 노래 중엔 거의 유일해서 비교군이 없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그래서 사실 4-5년 된 이 노래들이 당시에는 너무 새롭고 좋았다 해도, 지금까지도 신선하고 계속 돌려 듣고 싶은 매력이 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악몽 시리즈가 아무리 흥했어도 대중성으로 성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곡들은 다른 의의가 너무 크다. 이들 기획의 독자성은 스스로를 알렸고, 수요를 개척했다. 아무런 인지도 없는 시작이 무색하게 드림캐쳐라는 이름이 유일함으로 빛났고, K팝에 비슷한 종류의 선례가 없었음에도 해외 시장에 빠르게 어필되었다. 음악과 퍼포먼스 외엔 별다른 계기가 없는 그룹을 단숨에 눈에 띄게 했던 색다른 콘텐츠였던 만큼, 개인적으론 초기 프로모션에서도 더 색다른 방식과 타게팅을 고민해보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쉬운 면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 영세기획사에서 나올 기획력이 아니라고 알려졌던 긍정적인 반응들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멋지고 성공적인 시도들이었고, 적어도 K팝 연대기에서 빠지지 않을 이름이 됐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이렇듯 수많은 아이돌 중에서 콘셉트로 좋게 튄다는 게 별게 아니다. 회사에 훌륭한 오타쿠 한 명만 있으면 된다.
이때 이후로 나온 앨범들에서 좀 아쉬운 점... (접은글)
1. 안무... 아쉽다.
악몽 시리즈 다음 앨범인 '데자부 (Deja Vu)'를 기점으로 안무 보는 재미가 너무 급격하게 낮아졌다.
이거에 대해서 한참 글쓰다가 열받아져서 지우고 3줄로만 요약함... 어차피 개선될 여지가 딱히 없음.
드림캐쳐 무대가 멋졌던 것은 드림캐쳐 멤버들의 퍼포먼스 소화 능력이 뛰어나서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이때의 안무 퀄리티가 한 몫 했던 것 같다.
2. 가사... 아쉽다.
'BOCA'부터 아쉽기 시작하다가 'MAISON'에선 너무 좋은 곡 자체를 디버프할 만큼 아쉽다.
아이돌이 노래하는 이런 식의 현실 얘기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고 공허하고 부자연스럽다.
물론 소재 자체보다는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하기는 하다. 소재의 아쉬움은 문장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곡들은 문장의 표현들도 그렇게 좋지가 않다.
#토비레코드: 주로 K팝 얘기하는 블로그 [ rtbs.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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