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함의 시대: 3-4월 신곡 리뷰 (2) 아이브 'LOVE DIVE'

2022. 4. 11. 23:51k-pop review & essay

 

 

<1편> 힙함의 시대: 3-4월 신곡 리뷰 (1) 아이들 'TOMBOY' / 스트레이키즈 'MANIAC'

<2편> 힙함의 시대: 3-4월 신곡 리뷰 (2) 아이브 'LOVE DIVE'

 

 

 


IVE 'LOVE DIVE' [LOVE DIVE] (2022.04)

 

Song [>>]

감각과 감성의 집합체 같은 노래다. 묘하고 환상적인 시청각 요소가 뒤섞여서 신경을 다 뺏어가는 감각과, 가사의 서정성 및 애티튜드가 선사하는 얼얼하고도 시원한 감성을 느낄 수가 있다. 음악적으로는 악기가 화려하게 꽉 차진 않았으면서도 웅장한 소스와 보컬 리버브 파트가 포인트가 되며 공간감이 채워진 점이 특징이고, '서로를 비춘 밤' 직후의 물방울 효과음과 위태한 느낌의 댄스브레이크 경보음 등 곳곳에 몽환적인 키포인트가 많다. 그래서 판타지한 콘셉트인가 싶으면서도, 여름 밤 드라이브를하는 듯한 명쾌하고 대중적인 지점도 느껴진다. 사실 팝곡이었다면 새로운 스타일은 아닐 것 같지만, K팝에서는 옛날 팝 감성과 결합돼서 트렌디하다고 느낄 만한 작법의 곡이다. 

 

포인트 중 하나인 'Woo- x4' 하는 멜로디는 프리코러스와 훅에서 각각 다르게 변형되어 등장하는데, 한 순간에 꽉 충만해지는 공간감에 귀를 잡아끄는 구간이다. 그러다가 프리코러스 이후 순식간에 다시 차갑게 비워지며 들어서는 후렴구에서는 목소리에 확 집중되며, 매혹적인 나른함에 숨 죽이게 된다. 나는 치고 올라가다가 후렴에서 갑자기 맥이 빠지는 식의 전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Narcissistic, my god I love it'이라는 노랫말과 함께 온 신경이 집중되는 감각적인 쾌감에, 정말 오랜만에 이러한 전개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나르시시즘 때문에 숨이 멎어버리는 건 너무 치명적이잖아... 물론 누가 부르는지가 너무 중요한 구절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장원영이 부르니까. 

 

 

Music Video [>>]

이 노래에서 너무나 중요한 포인트는 뮤직비디오이다. 곡 자체가 컨셉추얼하고 안무 및 뮤직비디오와 곡과의 합이 좋아서, 음악을 단독으로 들을 때와 함께 감상할 때의 인상이 꽤 다른 부분들이 있다. 우선 음성으로만 들었을 때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라나 델레이를 연상케 하는(해외음악을 잘 몰라 조심스럽지만) 어느 오래된 팜므파탈류 팝송 같은데, 빈티지한 세련미와 번쩍이는 시각 요소로 가득한 뮤직비디오 속에서의 이 곡은, 모든 지점마다 곡의 매력과 폭발력이 통쾌하게 자극되며 감각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맛을 선보여준다. 멤버들의 비주얼 컷은 물론, 숨을 참듯이 멈췄다 터지는 2절 훅에서 오브제를 폭발시키는 포인트, 멤버가 뒤로 다이빙하는 동시에 꿈 속 같은 화면의 댄스브레이크로의 전환 등, 이 모든 역동적인 사건들이 몽환적인 색감 속에 갇혀서 키치한 감성을 선사한다. 

 

이 뮤직비디오가 아름다운 데는 의상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환상적으로 예쁜 여러 제작 의상들도 돋보이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현역 걸그룹 유일 미우미우걸 소속팀임을 온몸으로 외치는 미우미우 2022 SS 리폼 의상이다. 누가 봐도 2022년에 나온, 최고로 트렌디하고 톡톡 튀는 뮤비가 아닐 수가 없다. 예민한 음악에 맞춰 섬세하게 연출한 어느 명품 브랜드 프로모션 영상 같은, 감각의 집합체 그 자체다. 

 

짤은 미우미우가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최애 의상은 스와로브스키...ㅠㅠ (데니쉐르 by 서승연 제작의상, 220408 뮤직뱅크)

 

 

Concept & Performance [>>]

'LOVE DIVE'라는 제목과 파란 색의 앨범 커버를 처음 티저로 접할 때는, 시원하고 청량한, 대중성 있는 시즌성 노래일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예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브의 음악을 들었을 때, 'ELEVEN'에서부터 느낀 점은, 결코 그렇게 쉽게 가지는 않는 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더욱 애타게 매력적이다. 'LOVE DIVE'는 러블리하면서도 또래 세대로부터 선망 받을 만한 힙한 고유의 색깔을 만들기 충분한 노래다. 아이브가 가진 '예쁜'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노래이기도 하다. 

 

그 지분에는 곡이 좋은 점도 있지만, 가사와 그로부터 기획된 콘셉트의 역할도 크다. '2022년의 큐피드'라는 콘셉트 티저로 로맨틱하고 쿨한 이미지를 만드는 듯하다가, 본편에서는 그 큐피드 화살을 맞은 나르시시즘이 결합되어버린다(그리스 신화에서 나르시스가 큐피드 화살에 맞아 스스로와 사랑에 빠진 인물이다). 예쁘고 귀여운 비주얼에 긴장된 음악, 스타일리쉬한 연출 모두가 아이브의 이 나르시시즘을 감상자에게 설득한다. 여기에 후렴구의 'Narcissistic, my god I love it'에서 천천히 거울을 보며 사랑에 빠지는 안무와 연기, '넌 내게로, 난 네게로'에서 두 멤버가 서로를 바라보며 수면을 사이에 두고 물결치는 듯한 안무 등 이 콘셉트를 완벽히 표현하는 퍼포먼스도 콘셉트에의 집중을 돕는다. 신인 노래치고 다소 다크하다고 느껴질 법한 감상은, 상큼하고 복고적인 스쿨룩 스타일과 함께 힙하게 상쇄된다. 

 

 

Lyrics & Character [>>]

데뷔 앨범부터 두 번 연속 2곡짜리 싱글을 발매하는 행보는 정말 심플하고 조금 재미가 없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쿨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크게 아쉽지 않은 데는, 이 타이틀 단 한 곡에 작사가 서지음의 숨 막힐 만큼 정교한 서정성이 두텁게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크다. 제목이 'LOVE DIVE'라고 하면, '널 사랑하니까 뛰어들겠어' 또는 '날 사랑한다면 뛰어들어 봐' 정도의 내용을 쉽게 상상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곡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보다 훨씬 다차원적이다. 앞서 큐피드 콘셉트와 나르시시즘 콘셉트가 합쳐졌다는 점을 언급했지만, 또 그냥 나르시시즘 이야기로 끝나지도 않고 '(내가 아닌) 너' 또는 '그(서지음 작사가 인스타그램 비하인드 참고)'의 존재도 있는 듯 없는 듯 오묘하게 상정해서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혼재시킨다. 전작 'ELEVEN'이 '그 눈에 비친 나를 사랑하게 됐거든'이라는 구절로 끝나며 묘한 나르시시스틱함을 비춰내던 것이 같은 화자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듯하다. 

 

사실 최근의 걸그룹 노래에서 화자의 태도는 대체로 일률적이다. 너도 나도 당돌하고, 자존감 높고, 걸크러쉬고, 틴크러쉬고, 신세대고... 사랑 노래라고 하면 누가 쳐다보든 내가 먼저 고백하고, 네가 뭐라든 쟁취해낼 거고... 하는 것들 말이다. 이런 태도의 기조가 이제는 큰 매력이 있지는 않다. 그리고 사실은 애시당초 이런 종류의 가사가 그닥 멋지게 잘 쓴 것이 많지 않고, '나 당당하다'고 큰 소리로 외쳐대는 행위 자체가 딱히 당당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원래부터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LOVE DIVE'는 이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가사로 당당함을 폭발시킨다. 이 가사에서 화자의 태도는 그냥 자연스럽게 인물의 성격 속에 어조로 녹아 있을 뿐, 타인 시선에 인식되고자 하는 특성을 나서서 설명하거나 어필하지 않는다. 단지 화자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화자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되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숨 참고 LOVE DIVE'라는 프레이즈는, 사랑에 홀린 화자의 도전적이고도 희생적인 태도라는 면에서 꽤 매력적이다. 물 먹은 듯 먹먹하게 가공되거나 숨으로 속삭이며 불러진다는 점에서 'LOVE DIVE'의 소재 표현을 가장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음 멜로디로 찌르는 'perfect sacrifice'란 단어 조합은 그 발음과 의미에서 상당히 공격적이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소재와 그에 따른 과감한 단어 선택들은 곧 화자의 태도가 되고, 성격이 된다. 세밀하게 짜인 스토리 속에서 다면적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인물의 캐릭터는 또한 곡에 대한 설득력이 되고, 아티스트의 매력이 된다. 그리고 'LOVE DIVE'가 형성하는 아이브의 캐릭터는 '사랑에 빠지면 모든 걸 내던지고 뛰어들 수 있는 과감함 (그런데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일 수 있음)'인 것이다. 누가 뭐래도 유일하고,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며, 이 노래와 무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이를 빼곡하게 채워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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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함의 시대: 3-4월 신곡 리뷰 (1) 아이들 'TOMBOY' / 스트레이키즈 'MANIAC'

개인의 취향이 어찌되었든 K팝은 '힙함'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모두가 새롭고 개성적이어야 하고, 나올 때마다 트렌드를 갈아치워야 하고,매니악한 느낌이 있어 힙스터이면서도 메이저여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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