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함의 시대: 3-4월 신곡 리뷰 (1) 아이들 'TOMBOY' / 스트레이키즈 'MANIAC'

2022. 4. 6. 14:35k-pop review & essay

 

개인의 취향이 어찌되었든 K팝은 '힙함'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모두가 새롭고 개성적이어야 하고, 나올 때마다 트렌드를 갈아치워야 하고,

매니악한 느낌이 있어 힙스터이면서도 메이저여야 하고, 대중적이면서도 비싼 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사실 이 시대에 K팝 콘셉트에서 "트렌디 감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전혀 특별할 것 없다.

태도적인 시대정신을 담는 것만으로 트렌디하다는 찬사를 들을 수 있는 유행은 진작 지나갔으며,

유일함을 추구하고 감각적으로까지 녹여내야 스스로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게 됐다.

돌파구가 좁게 보이지만, 또한 이 '힙하다'는 말이 내포하는 것은, 모두에게 각자의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3-4월 신곡 중 이러한 측면에서 팀의 매력을 뛰어나게 살린 3곡이 있어, 리뷰해 보려고 한다.

(작성하다가 아이브의 'LOVE DIVE'는 글이 길어져 다음 포스팅으로 넘김...)

 

 

 

<1편> 힙함의 시대: 3-4월 신곡 리뷰 (1) 아이들 'TOMBOY' / 스트레이키즈 'MANIAC'

<2편> 힙함의 시대: 3-4월 신곡 리뷰 (2) 아이브 'LOVE DIVE'

 

 

 


(여자)아이들 'TOMBOY' [I NEVER DIE] (2022.03)

 

아이들의 정규1집 앨범 타이틀곡인 'TOMBOY'는 야성적인 펑키함이 부릉거리는 팝펑크다. 아무래도 이 록적인 장르적 특성이 다소 복고적인 느낌을 가져오지만, 또 이 생동하는 소리들로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멋내는 것이 팝과 K팝에서 현대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각 멤버의 목소리를 특색이 돋보이게 배치하고, 장르 특색이 강하게 묻어나는 악기를 정면으로 대동한 이 곡에는, 영화 한 장면 같은 자연스러운 힙함이 묻어 나온다. 

 

'나는 나일 뿐이다'라는 이 곡의 메시지는 확실히 장르의 역사가 품고 있는 저항 정신(?)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또 이 곡은 지겹고 무거운 걸크러쉬를 표방하지도 않는다. 이 노래의 태도는 '난 쿨해~ 난 톰보이야~'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어쩔 거지?'라고 말하고 있는데, 록 사운드에서도 시끄럽게 들끓지 않고 부담없이 들썩이는 정도를 유지하면서 신나고 대중적인 온도를 어필한다. 강렬하게 달리다가 후렴구는 멜로디 없이 살짝 비워지는데, 적당히 곡의 밀도를 조절하면서도 후렴구에 들어갈 때 임팩트 묵직한 구절(모자이크 사운드)을 던져버리기에 허하지 않은 구성이다. 오히려 비속어가 적나라하게 나오는 무삭제 버전보다 이 모자이크 버전이 곡의 무드를 날카롭게 압축해 귀를 집중시키는 한방이 있지 않나 싶다. 

 

붉고 쨍한 색감이 강조된 뮤직비디오도 좋은데, 사실 남자 인형을 쓰는 부분은 내 생각에는 조금 과하다. 과하지 않고도 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곡이라 좋았는데 이 부분은 뭔가를 의식하는 느낌이 약간 드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특히 자동차를 운전해 달리고 활용하는 장면은 부릉대는 기타 사운드와 함께 멤버들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시너지가 너무 좋다. 

 

그리고 이 타이틀곡의 곡조와 태도가, 록을 접목한 또 하나의 신나는 트랙인 '말리지 마'로 바로 이어지면서 확장된다는 점이 앨범 단위로 감상하는 재미를 주는 부분이다. 또 힙합 곡인 마지막 트랙 'MY BAG'에서는 5명으로 변화한 멤버 구성을 다시 확정적으로 소개라도 하듯이 한명 한명을 랩 벌스로 조명하고 있다. 지금 아이들은 그 어떤 팀보다 멤버 각자의 색깔이 확연한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곡에서 멤버들의 보이스를 잘 활용한 것은 물론이고 'MY BAG'과 같은 방식으로도 그 특색을 잘 이해하고 돋보이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똑똑한 프로듀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한 곡들을 포함해 다양한 개성이 살아 있는 정규앨범이다. 정규앨범치고 곡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곡들이 좋아서 부족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듯하다. 

 

이들은 '나는 나일 뿐, 세상에 부딪히며 나의 가치를 절대 잃지 않겠다'고 말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트랙은 록스타고, 어떤 모습은 또 힙스터인, 제일 트렌디하고 자유로운 퍼포먼싱을 보여주면서도, 또 이 모든 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그룹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이 곡과 앨범은 시대정신 그 자체이지 않나 싶다. 이런 특성을 Z세대 어쩌고... 라고 설명하면 프로듀싱한 전소연씨가 좋아할지 싫어할지 잘 모르겠다만, 그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너무나 Z세대특.zip이다. 물론 메시지와 방향성이 그렇다는 것이지, Z세대에 이런 인재가 흔하게 또 존재하냐 묻는다면, 절대. 

 

이번 활동은 멤버들 전부 스타일링이 정말 예뻐서 더 좋다. 5명이 서로 겹치지 않게, 각자 제일 잘 어울리고, 제일 힙하고, 모험 없이 안정적으로 예쁜...

 

 

 

 


Stray Kids 'MANIAC' [ODDINARY] (2022.03)

 

상반되는 의미의 영단어 'ODD'와 'ORDINARY'를 결합한 앨범명 [ODDINARY]는, '평범한 우리들도 사실은 이상해, 사실 이상한 것이 곧 평범한 거야'라는 메시지와 함께 '비정상투성이 집단'이라는 팀의 콘셉트를 전달한다. 그리고 타이틀곡명 'MANIAC'은 이 비정상성을 가지고 내적으로 파고든다. 여기에 비정상성의 메타포로 프랑켄슈타인 이미지를 차용한 시각 요소와 초록색 색감 연출까지 힘을 더한다. 

 

음악에서는 역시 평소의 이들다운 유쾌한 에너지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풀어낸다. 인트로부터 다양한 구간에 반복되며 쓰이는 리드 신스는 이 색감에 꽤 잘 어울리게 왜곡된 경쾌함을 들려준다. 드릴 효과음으로 반전되는 후렴에는 베이스와 킥, 그리고 마치 베이스 같은 느낌의 필릭스의 목소리가 'MANIAC, 나사 빠진 것처럼'이라는 말로 무게감을 쿵쿵 찍는다. 드릴 소리나 나사 빠졌다는 가사와 일맥상통하는 손동작 안무도 임팩트가 있다. 사실 스트레이키즈의 행보 중에서 눈에 띄는 곡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전의 강렬한 음악 색을 조금은 접근성이 좋게 풀어서 내놓은 느낌의 곡이다. 최근 인기로 스트레이키즈의 색깔로 인식되고 있던 두 곡 '神메뉴'와 '소리꾼'은 따박따박 때려박는 랩 / 부드러운 보컬 / 강렬한 EDM 드롭이 경계를 두고 명확히 구분이 되는 유사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반면, 'MANIAC'은 랩과 보컬의 분리조차 모호하게 되며 구간을 넘나들 때의 변칙성은 비교적 작게 연출돼 있다. 또한 해당 이전 곡들은 말장난과도 같은 일부 가사를 통해 유머러스한 인상을 남기고자 하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한편, 이번 곡의 후렴구를 들으면 비교적으로 멋지고 절제된 듯한 표현이 주되다. 물론 그들은 스트레이키즈이기에 결코 이러한 특색이 이지리스닝으로까지 가도록 두지는 않는다. 기존의 역동적인 특색은 랩의 톤이나 익살스럽고 키치한 효과음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 표현되며, 누가 듣더라도 스트레이키즈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음악 색깔의 일정 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부분은 역시 소재나 주제의식에서 독특함이 드러나는 점이다. 먼저 앨범명 [ODDINARY]는 기존의 다소 가벼운 말장난 같았던 작법에서 약간은 성숙하고 서사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2019년에 스트레이키즈가 교복을 입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콘셉트로 한 무대를 했던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당시 무대에 등장했던 'Carpe diem'이 이번 앨범명과 합쳐지며, 영화의 명대사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이, 그리고 이 대사가 주는 메시지의 투영이 비로소 완성된 것은 아닐까? 이러한 연결성이 의도되었다면 흥미로운 서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언뜻 요즘 다들 하는 이야기, 흔한 메시지를 비슷비슷하게 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는 주제이기 하지만, 사실 비슷한 세대의 남자아이돌 중에서 이러한 신세대 감성을 자처해서 만들어 나가려는 팀은 스트레이키즈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복고적이지도, 미래적이지도 않은, 가장 현대적인 감성을 가진 세대의 아이돌 당사자에게 프로듀싱을 맡긴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을 지금 이 팀만 하고 있다는 것다(물론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생각이 나지 않아 죄송합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정상인, 현실성, 일상성'의 환경과 '비정상인, 비현실성'의 이세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 현대적인 정체성의 분화를 표현하고 있는데, 현세대의 목소리를 나름의 유쾌한 음악 색깔을 통해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MANIAC'과 같은 곡은 스트레이키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파괴적인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단계로 보기는 어렵지만, 조금은 다가가기 쉬운 색깔로도 변신하며 본인들의 개성을 선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설득 방법이다. 세상을 보는 이들의 시각을 다양한 모습을 통해 말하는 스트레이키즈의 또다른 색깔들을, 앞으로도 재미있게 지켜보려 한다. 

 

 

너무 쿨하고 예쁜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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