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바이투게더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리뷰: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

2021. 11. 28. 23:18k-pop review & essay

 

방시혁의 청춘들은 왜 위태롭고 불안해야만 할까?
결핍이 완성하는 서사의 폭발력은 바로 이들 기획의 유구한 양념이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역시 이러한 포인트 때문에 서사성이 더욱 부각된다.
0에서 10으로 쌓이는 이야기보다 -5에서 5가 되는 이야기가 더 극적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5에서 다시 -10으로 고꾸라지는 이 시리즈의 불행한 결말은 아쉽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리뷰: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

 

 

 


[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마법처럼 떠도는 소리들 ]

 

제목은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에 앨범명까지 [MAGIC]인 이 노래는 장르부터 불명확한 신비한 노래다. 앨범 설명에는 뉴웨이브 신스팝이라 돼 있는데, 물 속에 있는 듯한 악기 질감과 공간감이 그런 느낌을 설명하고 있지만 멜로디 진행은 마냥 레트로한 스타일은 아니다. 해리포터의 이미지를 차용한 마법 콘셉트는, 주문처럼 크로매틱으로 왔다갔다 하는 프리코러스 멜로디 같은 데서 포인트로 구현되고 있다. 하지만 또 전체적으로는 그런 판타지함에 매몰되지 않아서 세련된 느낌이다. 한 마디로 장르 구분이 딱히 의미가 없지만 그래서 더 마법이라는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 

 

 

날카로운 타격감이 없도록 둔탁하게 매만진 드럼 소리들, 찢어지는 소리로 먹먹한 공간감을 깔아두는 베이스, 동글동글한 벨 플럭은 일관성 있게 현실이 아닌 것 같은 환상적 무드를 만든다. 사운드 측면에서 가장 고점인 부분은 포스트코러스인데, 코러스에서 포스트코러스로 넘어갈 때 멜로디는 안정적으로 풀어주고 있지만 뒤에서는 일렉 기타가 나와 주면서 고조되는 입체감이 완성된다. 몽글몽글한 사운드와 다르게, 멜로디는 하우스 리듬에 분절적으로 맞춰져 있으면서도 찰지게 당겨 부르는 리듬꼴들과 조화돼서 신나고 청량한 틴팝 느낌으로 움직인다. 

 

 

멤버들의 목소리는 음악을 뚫고 나오진 않는다. 애초에 음색부터 타격력이 별로 없이 투명하고 소년스러운데, 직선적인 멜로디에 딱딱 들어맞게 디렉팅되고 백보컬까지 잔뜩 감싸고 있다.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일체감으로 잘 정리된 걸 추구하는 방향성인 듯하다. 각자의 개성이 느껴지진 않지만 아쉽지는 않은 게, 보컬도 뉴웨이브스러운 신비함에 파묻힌 채 공명하는 악기처럼 사용한 것이 곡의 무드와 아주 잘 어울린다. 또 랩이 없는 것까지 이 방향성에 충실하다. 정확히 랩을 담당하는 멤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회사 아이돌인 엔하이픈도 이런 식이던 걸 보면 확실히 멤버 포지셔닝을 목적으로 음악의 흐름을 희생하는 것은 지양하는 듯하다. 

 

 

 

 

 

 

 


[ '너를 기다려': 네가 있어야 완성되는 이야기 ]

 

위에서 설명한 이 곡의 특징은 환상적이고 먹먹한 사운드 + 쿨하고 청량한 멜로디의 조화다. 이 균형잡힌 세련성은 가사, 앨범 스토리와 만나면서 왠지 모를 뭉클함으로 발전한다. 이 곡은 아까 말했듯 마법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데, 9와 4분의 3 승강장이란 제목과 무대 의상, 무대 장치 등은 해리포터를 떠올리게 하고, 동화 속 주문인 '비비디 바비디 부', '마법', 'magic'이란 가사를 반복하는 것도 매우 직접적이다. 

 

하지만 마냥 동화처럼 화사한 색채감은 아니라는 점이 이 곡이 좋은 포인트다. 가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 속에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현실에서 동떨어지고 싶은 소망을 가진 현실 속 소년들의 노래다. 교복을 입고 마법을 부리는 이 예쁜 판타지에는 불안정한 감정이, 그리고 이를 '너'와 함께 해야만 해소할 수 있다는 서사성이 약간의 탁한 색감으로 눌러 담겨 있다. 이러한 가사 때문에 이 곡은 단순히 신나고 좋은 노래가 아니라 스토리를 통해 감수성을 자극하는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만 같아 우는 것보다 웃을 때가 더 아파
맨날 참아보려 해도 버텨보려 해도 그게 잘 안돼 지금 내겐 네 손이 필요해

그럴 땐 눈물이 날 땐 내 손을 꽉 잡아 도망갈까
숨겨진 9와 4분의 3엔 함께여야 갈 수 있어

내 영원이 돼줘 내 이름 불러줘 Run away run away run away with me
세상의 끝에서 forever together Run away babe 내게 대답 해줘

 

도로롱거리는 예쁜 인트로 사운드에는 초장부터 상처와 외로움을 느끼는 울적한 스토리텔링이 깔린다. 그러다가 시점을 바꾸어서 서로를 위로하는 두 사람이 함께 도피처를 찾는다. 그렇게 '내 영원이 돼줘, 내 이름 불러줘'라는 아련한 말로 손을 내밀면서 비로소 시작되는 치유의 마법이 이 스토리의 종착지다. 특히 힘이 드니까 힘을 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도망갈까?'라고 묻는 이 드라마적인 멘트가 좀 천재다. 그리고 이 부분이 임팩트 있는 것은 아무래도 파란 머리 연준이 불러서이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왜냐면 내가 연준 때문에 알았으니까ㅎ. 

 

그럴 땐 눈물이 날 땐 내 손을 꽉 잡아, 도망갈까?

쏘 아이코닉... 

 

 

 


그리고 이 서사는 앨범 전체를 볼 때 더 정교해진다. 다른 곡들에서는 타이틀곡에서보다 더 소년만화스러운 문장들과 자잘하고 현실적인 소재들이 판타지와 맞붙어서,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가 더욱 현실감 있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확장되는 듯하다. 

 

앨범 [꿈의 장: MAGIC]은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펑크이고 싶다'며 주어진 방식을 재정립하고 싶어 하는 이단아 같은 가사 'New Rules', 일탈적인 태도가 감각적으로 표출되는 '간지러워 (Roller Coaster)', 'Poppin' Star', 규칙에 어긋나는 존재인 괴물을 살려두자며, 정해진 길을 가지 않고 자신 안의 소년으로 남고 싶어 하는 '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 영원하지 않은 일탈의 시간에서 회색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허망한 감정의 'Magic Island', 귀여운 어투의 틴에이지 로맨스 '20cm', 'Angel Or Devil'

 

반복의 수학시간 선들에 갇힌 내 삶
넘지 말라면 I want it 하지 말라면 I do it
나의 투명한 족쇄를 깨고 룰을 만들어 새로

왜 이런지는 나도 몰라 세상 모든 게 선악과 yum yum -New Rules

가끔은 조금 위험해도 돼 엄마 몰래 자물쇠를 열어봐
어제 했던 건 벌써 지루해 더 더 더 강한 popping이 필요해
이건 어쩌면 나라에서 허락한, 우리끼리만 숨겨둔 유일한
자 아무에게나 허락된 게 아냐 입안 가득 터뜨려 
-Poppin' Star

모든 무기를 버리고 스탯을 포기한대도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
이 stage를 깨야만 꼭 어른이 돼야만 잘 하고 있는 걸까 난 영원히 소년으로 살고픈 걸
탈선된 오류 속 버그라 불러도 정해진 길은 지루하잖아
함께 도망쳐온 이 곳에 영원히 just stay
 -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

결국 물거품이 될까 꿈도 다 추억이 될까
표류가 되어버린 이 항해 웃는 법을 잊은 듯해
회색 현실의 끝에 또 어둠이 날 부를 때
기억해 이곳에 있던 우리 그날의 우린 별이었지
이 섬에 남겨놓은 작은 노래 잊지 말아줘 영원히
-Magic Island

너의 속눈썹 개수도 여기 수학공식처럼 다 하나하나 외워버리고 싶어
소리 없이 매일 밤 커진 키와 널 향한 맘 발을 맞춰 자라났나 봐
너를 보는 내 맘 나의 맘 예전과 많이 달라 -20cm

😈 그만 집어치워 고민 같은 거 / 연애란 건 마치 복권 같은 거
잘되고픈 맘 있다면 우선 긁어 / 그냥 상남자처럼 밀어 붙여
왜 내 맘을 흔드는 건데 / 촛불 안에서 부르는 고해 / 사랑한다면 지옥보다 더 뜨겁게
천사 같은 말 no way
😇 나 그 천산데 우선 먼저 slow down / 다 놓치면 어떡해 영영
너여야만 해 You're the one love / 써놓은 손편지 땜에 손이 덜덜 -Angel Or Devil

 

 

전반적으로 이 앨범 속 투바투가 그리는 화자는, 세상으로부터 속박감과 소외감을 느껴 일탈을 꿈꾸고, 이 감정을 함께하는 친구 내지는 '너'를 만나게 되면서, 서로 마음을 공유하고 꿈꾸던 세계로 나아가 보는 소년이다. 이 과정에서의 태도, 느낌, 행위와 그에 대한 추억 등 다양한 측면의 내면을 노래한다. 후반부 두 트랙은 연애 감정을 노래하는데, 로맨스를 메인 소재로 다루지 않고 소년의 캐릭터성에 집중하다가 이러한 배치로 소소하게 풋풋한 설렘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좋은 포인트다. 또 결정적으로 이런 곡들 사이에서 타이틀곡은 동화 판타지를 씌운 일탈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니, 옳다고 정해진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들의 태도가 결코 나쁘지가 않으며 순수성을 대표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연출이 완성된다. 

 

 

 

그리고 이런 센스있는 착장들이 과몰입 도우미가 되어주기도 했다. 전 곡에서보다 멤버들 스타일이 훨씬 안정적이 되고 의상도 더 정리된 콘셉트가 많아서 무대가 대부분 예뻐 보였다. 

 

 

 

 

 

 

 

 


[ 꿈의 장: 꿈을 꾸고 현실에 부딪히기까지의 대서사 ]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 앨범이 처음은 아니었다. 두번째 앨범인 [꿈의 장: MAGIC] 전에 데뷔 앨범인 [꿈의 장: STAR]이 있었고, 또 두번째 앨범 이후에도 [꿈의 장: ETERNITY]로 이어가서 마무리한 3부작의 시리즈이기도 하다. 한참 전에 다 끝난 시리즈를 가지고 뒷북 치는(?) 글이기는 하지만,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으로 한번 곱씹어 본다. 

 

STAR - MAGIC - ETERNITY

 

3개의 앨범은 단계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 앨범의 1번 트랙을 들으면 그 서사상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 딱 중간인 [꿈의 장: MAGIC]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서 <위기>를 맡고 있고, 앞서 본 첫 곡 'New Rules'가 그 과도기적인 위기감을 대표한다. 첫 앨범인 [꿈의 장: STAR]와 첫 곡 'Blue Orangeade'는 '너'와 '나'란 두 주인공을 소개하고, 마지막 앨범 [꿈의 장: ETERNITY]와 'Drama'는 현실을 도피해 꿈을 꾸다 현실로 돌아온 시점을 보여준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이하 943) 속 두 사람의 만남이 더 특별한 이유는 [꿈의 장: STAR]에 있다. 왜냐하면 이 앨범이 이 세계관의 줄거리를 '아픔을 공유하는 두 사람의 쌍방적인 치유 서사'로 설명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타이틀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는 943에 선행하는 시점의 이야기로, '상처를 극복하게 해 준 너'와의 이야기를 다룬다. 머리에서 뿔이 자라는 독특성을 아픔으로 가진 소년은, 날개라는 독특성을 가진 '너'를 만나게 되면서, 더 이상 그 뿔은 아픔이 아니게 되고 오히려 왕관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곡에 '구해줘, 어쩌면 난 괴물이 된지도 몰라'라는 가사가 있는데, '괴물'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인해서 다음 앨범인 [MAGIC]의 '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라는 곡이 생각이 난다. 두 곡의 메시지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면, '없어져야 할 존재'인 괴물에 화자가 자기 자신의 저항적 속성을 이입하여, '자신의 모습을 자각한 것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남아 있겠다'는 내면의 성장 서사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에 뿔과 날개 같은 소재를 쓴 것이 신선한데, 이 때문에 패닉의 '뿔'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 곡의 가사 역시, 화자는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돋아난 뿔을 콤플렉스로 말을 하지만, 결국에는 '나의 예쁜 뿔'이라 부르게 되는 이야기를 지닌다. 여기에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는 구원적인 존재인 '너'를 상정한다. 두 곡 모두 세상의 비주류이자 반항아적인 특성을 뿔로 비유하고, 결국에는 그것이 특별함이 되는 서사를 가진다. 이 곡은 노래 자체가 너무 사랑스럽고 시원해서 좋은데, 여기에 찡하고 감동적인 코드가 있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는 점에서, 역시 943과 함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수록곡을 보면, 5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앨범은 하나의 스토리 하에 각각 다른 내면의 테마들을 말하는 [MAGIC] 앨범과 달리, 전반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서로를 완성하는 너와 나의 만남'이다. 그 만남이 의미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나머지 곡은 '너'에 대한 기분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물론 이 중심 내용 자체는 비슷하게 반복되지만, 그에 대한 표현은 곡마다 각각이 다르고 특별하다.  서로 다른 점이 많지만 정반대라 더 특별하다는 'Blue Orangeade', 잿빛 도시라도 너와 함께라면 금빛 계절이 피어난다는 'Our Summer', 너와 하루 종일 떨어지지 않고 싶다는 'Cat & Dog', 함께 있지 않아도 같은 꿈을 꾸겠다는 '별의 낮잠' 등이다. 

 

우린 정반대인 거야 그래서 더 특별한 거야
컴컴한 세상 그 속에 넌 내 제일 멋진 색인걸
정반대 같은 보색이 세계를 색칠하고 싶어 우리끼리 -Blue Orangeade

버려진 날 찾은 넌 구원인 걸까
네 날개도 나와 같은 아픔인 걸까
비로소 완벽해진 우리 둘이 둘이 둘이잖아
말해줘 너의 반쪽을 완성하는 건 나잖아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

 

 

[꿈의 장: STAR]와 앞서 먼저 보았던 [꿈의 장: MAGIC]을 지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앨범인 [꿈의 장: ETERNITY]는, 다소 갑작스럽지만 환상을 깨고 현실로 돌아와버렸다. 리메이크 곡인 사랑 노래 '샴푸의 요정'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이 차가운 결말에 충실하다. 개인적으로 타이틀곡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은 명쾌한 앞 두 곡에 비하면 음악이 복잡한 편이고 가사의 서사가 부정적으로 변화해 다소 아쉬운데, 나머지 곡들은 음악부터 가사까지 정말 잘 구성되어 역시 멋진 앨범을 완성한다. 

 

[MAGIC] 앨범에서 타이틀곡을 받쳐주며 테마를 잘 표현하는 상징적인 곡이 '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였다고 생각하는데, 이 앨범에서는 'Drama',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 두 곡이 그 역할을 한다. 독특한 시점에서 앨범의 서사를 잘 그려낸 곡들이다. 'Drama'는 꿈의 망상을 만끽하다 보잘것 없는 현실로 돌아온 순간의 감정을 촬영장의 엑스트라 시점에서,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속박에서 발버둥쳐 벗어나려 하는 긴박한 이야기를 동물원의 동물 시점에서 묘사했다. 이 외에도 어쿠스틱한 감성 곡 속에 순수성에 대한 여전한 미련을 녹여낸 '거울 속의 미로', 꿈이 좌절된 슬픈 악몽을 꾸는 독특한 구성의 곡 'Eternally' 등이, 아픔을 가진 소년의 대서사를 마치는 마지막 이야기를 채운다. 

 

저 환호성 난 nobody / 스티커 사진 속 넌 주인님
아이구 죄송 넘은 내 선 / 엑스트라1 은 오늘도 통편집
함께 하고 있지만 마음이 이상해 자꾸 CG같애 내 몸이
어느새 다가온 퇴장이란 그 문 앞엔 작고 시시한 내 결말이
Oh oh 잘 가 내 망상 / Oh oh 다가온 bye-bye / Oh oh 널 위한 drama -Drama

약속했던 둘만의 something something
불꽃 속에서 넌 등을 돌리지
안 들리니 널 찾는 내 목소리 또 홀로 남겨지는 나 구해줘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Can't You See Me?)

보호란 통제가 날 가두고 아파도 더는 투정 부리면 안 돼 나를 꼭 감춰둔 세상 세상
커다란 틀에 날 맞추기엔 여전히 작고 작은 것만 같은데 나를 좀 찾아줘 제발 제발
이젠 날고 싶어 영원을 나는 피터팬처럼 fly fly fly
별이 되고 싶어 처음 흘렸던 그 맑은 땀처럼 -거울 속의 미로

But 왠지 나는 기뻐 처음 느껴본 이 기분 처음 자유를 만난 지금
Woo 왠지 나는 기뻐 내 선택이 내 leader 내가 나의 believer
두근대네 심장이 / 처음 보는 나의 피
번져가네 조금씩 / 나를 뛰게 하는 뛰게 하는 피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

 

 

아픔을 잊으며 희망차게 시작한 이야기는 다시 아픔으로 찝찝하게 끝나는 듯하다.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느끼고 있었지만 해피엔딩은 없다는 것마저 현실 반영이라니... 사실 그것까지는 좋다. 딱히 943을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좋아한 것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판타지로 끝나지 않고 수록곡(Magic Island)에서 바로 현실을 자각한다는 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특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돌 노래에서는 불행을 통해 드라마틱함을 표현하는 것도 적당한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꿈의 장] 시리즈의 아쉬운 점은 더보기에 작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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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았지만 결말이 아쉽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에 수록된 마지막 곡 'Eternally'는 서로 다른 색깔의 두 곡이 교차하는 듯한 구성으로, 환상과 현실, 또는 간절한 소망의 꿈과 악몽 사이를 오가는 순간을 표현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이하다는 점 때문만 아니라, 각각의 부분이 섬세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역시, 전반적으로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 곡에는 20분 가량 길이의 공식 뮤직비디오가 제공되어 있다. 나는 평소 수록곡의 뮤직비디오까지 꼼꼼하게 찾아서 보지는 않는 편이지만, 한 시리즈의 엔딩곡으로서 의미가 깊고 곡의 구성도 독특해 궁금증이 생겨 이를 감상해 보았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를 본 후, 아쉽게도 큰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시각적으로는 뛰어나게 연출됐지만, 스토리의 결말이 다소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앞선 두 앨범의 타이틀곡들과 같은 흔치 않은 설레는 스토리가 그러한 결말로 마무리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원래 어둡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지 않기도 하지만, 단순히 취향을 떠나서도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정해진 스토리에 곡을 다소 억지스럽게 맞춘 듯한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에서 이미 조금 실망을 느낀 바 있었는데, 해당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니 그런 식으로 앨범의 정서를 쥐락펴락하는 그 스토리 자체에도 큰 의미가 없었다고 느껴져 실망감이 더욱 커졌다. 이런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져 팬심이 자극되는 효과가 정말 있나...? 전혀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고, 너무 단순한 '비극을 위한 비극'으로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시리즈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이 다소 퇴색됐으며, 오히려 음악만으로 감상했을 때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언급한 점만 제외한다면 해당 앨범들은 전부 곡들도 훌륭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공들여 쌓은 듯해서 좋은 시리즈였다는 점이 다시금 떠올라 리뷰를 써 보았다. 노래 각각을 전부 리뷰하지는 않았지만, 전 앨범에서 다채로운 장르를 시도하여 트랙 하나하나 개성적이고 가사로는 정교한 캐릭터 묘사를 하고 있어서, 여러 모로 신경쓴 그룹이라는 것이 느껴진 데뷔 시리즈였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좋은 것은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다. 가장 소년스러운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와 가장 비극적인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사이에서 양측 서사의 인상적인 점만 배합된 과도기상의 곡이다(물론 무대나 안무도 총체적으로 가장 좋다). 지금은 이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났고 그 뒤로도 다른 좋은 노래들이 쌓이고 있지만, 나에게 이 곡은 무의식에 자리한 투바투의 첫인상이자 근본과도 같은 곡이다. 또 영화 같기도 하고, 아이돌 그 자체 같기도 하다. 쿨하기도 한데 찡하기도 하다. 아무튼 이 모든 매력을 담아내고 있는 곡이자,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녹인 무대이니, 함께 감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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