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보다 강한 온기, 세븐틴 'Rock with you' & 미니9집 앨범 [Attacca] 리뷰

2021. 10. 31. 23:32k-pop review & essay

 

 

 

정열의 감정과 뜨거움의 이미지를 표상한다고 강조하는 앨범이지만 내가 보기에 이 앨범이 주는 감상은 열보다는 온기에 가깝다. 특히 현재의 K팝에서 이 적정 온도의 감성을 전달하려고 작정까지 하는 팀은 정말 한 손에 꼽을 만큼 적고, 그래서 이 앨범은 적당하다는 이유로 유니크하다는 모순적인 특별함을 지닌다. 

 

 

 

열기보다 강한 온기, 세븐틴 'Rock with you' & 미니9집 앨범 [Attacca] 리뷰

 




#Rockwithyou

곡명과 일맥상통하게 'Rock with you'는, 세븐틴의 기존 타이틀곡에는 없던 락 느낌을 기반으로 정열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또 이런 락과 댄스팝의 접목은 감정을 고조시켜서 흥으로 띄워버리는 아련한 시너지도 발생시킨다(약간 오타쿠 감성... RG?). 여기에 '널 혼자 두지 않아, 이 밤은 짧고 넌 당연하지 않아'라는 확신적인 메시지를 섞어 보내는 이들의 방식은 명쾌하고 진정성 있다. 하지만 또 이들이 강조하는 '사랑의 형태'란 키워드는, 이러한 강한 에너지를 부드럽고 온화한 상태로 갈고 닦아서 따스한 온기로 만든다. 뭐랄까 분명하고 정열적인 것은 맞지만, 잔뜩 집중해서 타오르고 말 일순간이 아닌, 이 순간이 오래 이어지기를 약속하는 안정적인 감정 상태를 이 사랑의 속성으로 연출한 듯하다. 

 

I just want to love you 널 혼자 두지 않아 난
I just want you, I need you 이 밤은 짧고 넌 당연하지 않아

 

곡을 들어보면 먼저 귀를 집중시키는 인트로가 들린다. 보컬 멜로디가 두근거리는 베이스·기타와 함께 나오는 인트로인데, 이 멜로디는 이후의 구간들에서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셋 둘 하나'라는 가사가 하강하는 멜로디와 절묘하게 만나서 인트로가 끝나면 보컬 멤버들의 잔잔한 벌스가 나오는데, 벌스 끝에서 랩 멤버가 다소 거친 창법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No words are enough for you' 파트에서 비트가 잠시 변화하며 벌써 프리코러스인가 싶을 만큼 곡이 고조되지만, 진짜 프리코러스는 그 다음에 나오면서 메인보컬의 시원하고 강렬한 목소리가 멜로디와 가사를 단단하게 심어준다. 후렴은 비교적 심플하게 달려나가는 반복이지만 그 반복 멜로디가 상당히 캐치하며, 또 후렴 전까지의 흐름이 매우 다이나믹해서 전체적으로 구성을 넘나들며 감성이 물결치고 있는 몰입적인 곡이다. 

 

No words are enough for you 노랫말로 담고 싶어
So, 모든 나의 감정 너로 읽고 쓰게 해줘

 

이렇게 곡 전체에 걸쳐져 있는 아련함 때문에 이 노래를 들으면 신나면서도 편안하다. 이 곡의 멜로디는 감동을 터뜨릴랑 말랑 하며 딱 안정적인 구간 내에서만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이 점이 리뷰 제목에서 '열기보다 강한 온기'라고 칭한 이유이기도 한데, 사실 이 곡의 벅차는 느낌은 끊임없이 달려나가지만 격한 폭발력으로까지 넘어가지는 않고 경계선 코앞에서 최고 감정선을 지키고 있다. 이미 인트로부터 최고점까지 차오른 감정을, 곡이 아웃트로에 이르러도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일관되게 가져간다. 이렇게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적당한 온기의 감동이 이 곡이 어필하는 사랑의 형태이자 이번 'Attacca' 앨범의 목적성이다. 

 

이 점에서 곡의 마지막 한끗이 아쉬운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세븐틴의 라이브 무대에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음원에 포함되지 않는 생생한 에너지가 각 잡힌 기합으로 터져나오는 걸 들어볼 수 있으니 무대도 함께 보면 좋겠다. 라이브감 가득한 무대를 보고 이 곡을 '열기가 아닌 온기'라 표현한 제목을 번복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그 와중에 군무는 또 이렇게 동작 크고 칼이라서 최고임... 유튜브에 안무 분석 영상 있으니 안무 디테일의 퀄리티는 전문가의 시선 참고 바란다

 

당연한 건 하나 없어, 나에게 너만 있어서
Won’t let them break your heart

 

 

한편 이 곡의 보컬 표현을 재미있게 만든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먼저 세븐틴은 보컬/힙합/퍼포먼스 3개 팀의 유닛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평소 곡에서 이 3가지 표현법을 다방면으로 보여주면서 13명 멤버의 존재감을 어필해 왔다. 그런데 'Rock with you'의 경우 특이하게 랩 파트가 없다. 랩이 없다는 것은 세븐틴 내 힙합 팀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남자아이돌 전체를 봐도 이례적이다. 대신, 이 곡에서는 힙합 팀 멤버들의 보컬톤으로 곡의 역동성을 살린다. 에스쿱스/원우/민규/버논 4명의 힙합 팀 멤버는 이 곡에서 다른 부드러운 보컬 멤버들에게서는 듣기 어려운 거친 톤을 구사한다. 특히 1절에서 '네가 없다면 난 아무것도 아냐(원우)'에서 시작해 민규와 에스쿱스로 이어져서 끝나는 벌스는 3명의 랩 멤버의 연속된 보컬 파트로, 보컬 표현을 통해 이 곡의 락적인 정체성을 잘 전달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또 바로 뒤로 나오는 메인보컬 도겸의 멜로디 파트(널 혼자 두지 않아 난)는 앞선 구간과 대비되면서 더욱 청량하고 인상깊다. 특히 이 파트가 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1절과 2절의 보컬 배치가 이 메인보컬 파트를 중심으로 색다르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1·2절이 동일하게 세븐틴의 중심 보컬인 도겸과 승관이 맡지만, 그 앞뒤는 1절과 2절이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배치되어 듣는 재미를 주고 있다. 

 

가령, 1절 도입은 가는 톤의 [정한과 호시]로, 2절은 가장 굵직한 [원우]로 / 1절에서 랩 멤버들인 [원우-민규-에스쿱스]로 이어진 벌스는 2절에서는 부드럽고 어린 톤인 [준-우지-디에잇]으로 채워진다. 그 다음으로 앞서 말한 중심 보컬 파트가 나오면, [디에잇]이 1절을 마무리하는 파트는 2절에서는 래퍼인 [버논]이 맡는다. 그러니까, 임팩트를 담당하는 '널 혼자 두지 않아 난'이라는 파트 외에는, 같은 부분을 완전히 다른 톤의 멤버들이 분담해서 부르는 색다른 맛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또 비슷한 맥락에서, 음원에서 가성과 진성으로 여러 겹 쌓은 화음인 후렴구 'I tell you / This time I wanna rock with you /  Moonlight 이 밤에 Shine on you' 파트를, 라이브 무대에서는 1절 1-2마디인 승관만 높은 가성으로 부르고 1절 3-4마디인 우지와 2절인 호시, 디노는 한 옥타브 아래인 진성으로 부른다는 점도 좋다. 특히 1절에서 가성에서 진성으로 넘어갈 때의 드라마틱함이 있어서 2절도 동일하게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2절을 들을 때는 또 큰 아쉬움이 없어서(일단 호시가 가성보다 진성이 나음) 다른 대로 좋게 들린다. 앞서 언급한 곡 후반부 기합도 그랬듯, 라이브 무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이런 변화구들이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것도 세븐틴의 활달한 색깔이 좋은 이유다. 

 

 

 

 

 


#Attacca

 

그렇다면 잠깐 언급했던 [Attacca] 앨범의 목적성은 뭘까? 일단 앨범 제목인 'Attacca'는 악상용어로, 의미는 "하나의 악장 끝에서 다음 악장이 이어질 때 '중단 없이 계속 연주하라'"는 것이라고 앨범 설명에서 해설하고 있는 말이다. 

 

이 제목이 너무 잘 어울리게, 앨범의 전곡은 하나의 감정선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졌다. 그나마 조금 위트 있게 튀는 4번 트랙 'PANG!'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Rock with you'의 20분짜리 연장선상이라고 칭해도 될 만큼 이 곡의 충족감이 전곡에서 비슷하게 채워져 있다. 그렇다고 앨범의 흐름이 단조롭다는 뜻은 아니다. 1-3번 트랙은 세븐틴 단체 곡, 4-7번은 유닛 곡인데, 앨범 전반부에서는 강렬한 몰입감을, 후반부에서는 이완되는 편안한 감성을 선사하는 순서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EP] SEVENTEEN 9th Mini Album 'Attacca' (2021.10)

 

01 소용돌이 [★★]
02 Rock with you [★★]
03 Crush [★]
04 PANG!
05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

06 그리워하는 것까지

07 2 MINUS 1 (Digital Only)

 

*앨범 리뷰의 별점은 [ ], [★], [★★] 3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용돌이치는 하루 속에 사소한 행복을 나에게 줘서
비어 있는 내 두 손에 세상의 모든 미소를 쥐여줘서 -소용돌이

 

1-3번 트랙은 리듬감을 기반으로 달린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힘 있는 사운드가 흡입력 있게 어우러진 1번 트랙 '소용돌이', 2번 트랙 'Rock with you', 앨범에서 가장 저돌적이고 강하지만 벅차는 감성도 안 놓친 3번 트랙 'Crush'으로 아이돌팝스러운 무드가 초반부에 꽉 차게 이어진다. 

이렇게 밀도 있게 달려나가다가, 'Crush'의 베이스 타격감은 유지하되 몰입적인 사운드는 상큼하게 비운 퍼포먼스 팀 유닛 곡 'PANG!'으로 환기가 된다. 

 

겉으로는 낡고 헤져버려 쓸모없는 날 찾아와도
깊은 향기로 남아 있을게 완전한 사랑이 될 때까지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

 

후반부에 접어드는 곡이자 밴드 구성 음악인 5번 트랙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는 보컬 팀의 유닛 곡인데, 다소 갑작스럽게 엔딩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조금 당황스럽지만 또 곡이 좋아서 갑자기 벅차오르긴 한다(?). 또 정말 독특하지만 이 앨범에서만큼은 독특하지 않은 점은, 힙합 팀의 유닛 곡인 6번 트랙 '그리워하는 것까지'가 랩이 아닌 어쿠스틱 보컬 곡이라는 점이다. 'Rock with you'에서 힙합 팀 멤버들을 활용한 방식과 동일하다. 이 두 곡은 유닛 분리에 의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멤버들의 톤 차이를 기반으로, 사랑이란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질감의 엔딩 방식을 보여준다. 

 

이렇게 감성이 페이드아웃되듯 앨범이 완전히 막 내렸나 싶을 찰나에, 신나고 펑키한 영어 곡이자 두 영어권 멤버인 조슈아·버논의 유닛 곡 '2 MINUS 1'이 미국 하이틴 드라마 엔딩 OST처럼 흘러나오며 앨범이 진짜 끝난다. 마치 5-6번 트랙이 영화 스토리의 끝이었다면, 7번 트랙은 엔딩크레딧처럼 아쉬움 남게 마무리하는 구성을 취한 듯하다. 

 

 

I used to think you were that someone
We used be so much alike
I can still see you in myself -2 MINUS 1

 

7곡 중 어느 한 곡이 특히나 파괴력 있다고 하기엔 모호하다. 다 지극히 온화하고, 온당하고, 대중적인 곡들이다. 사실 락윗유가 대중성과 오타쿠 감성(?) 양쪽에 발을 한쪽씩 걸친 곡이라는 점에서, 수록곡 중 하나쯤은 조금 더 십덕스럽게(?) 나가주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는데(세븐틴이 'Thinkin' about you'와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를 한 앨범에 넣는 극악무도한 사람들이었던 걸 떠올리며...), 그건 아니었다. 

 

이러한 여러 이유에서 이 앨범은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굳이 'Digital Only'라고 표시한(다 디지털로 듣는 거 아니었음?...) 7번 트랙이 보너스 트랙격이라고 생각한다면, 3번 트랙까지 달려나가다가 4번에서 잠시 산뜻하게 쉬고, 바로 5번부터 벌써 엔딩으로 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나쁘지 않은 좋은 구성이다. 앞서 'Rock with you'를 이야기하며 비슷하게 언급했지만, 이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온기는 한번 타올랐다가 꺼져버리지 않는 지속적인 안정감이다. [Attacca]는 위 같은 구성을 통해 세븐틴이 독자적인 개성의 아티스트라는 걸 다시 보여준 앨범인 것이다. 넘치지도, 아쉽지도 않게 가장 적당하다는 이유로 가장 특별한 개성 말이다. 

 

 

 

 

 

이렇듯, 세븐틴의 힘은 건강하고, 명쾌하고, 대중적인 온도의 에너지다. 이들의 메시지의 힘은 복잡하게 엉키지 않은 직설적인 감정에서 비롯됐다는 데서 온다. 다른 남자아이돌이라면 팬송에서 들을 법한 예쁘고 인간적인 감정의 가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멋진 척 하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게 이들은 멋지다. 

 

누군가는 세븐틴이 밝은 콘셉트 때문에 잘 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노래와 춤 실력이 좋아서, 또 누군가는 재미있고 웃겨서라고 할 것이다. 사실 이 셋 모두 틀리지 않지만, 그것이 하나되어 시너지를 발휘하는 이유는 대중적 감성에 어필하기에 거리낌없는 건강한 방식으로 최종 프로듀싱되어 위 특징들이 모두 배어나온다는 점에 있다. 

 

또한 세븐틴의 노래를 리뷰한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무엇보다 이 모든 강점이 작위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세븐틴의 솔직한 색깔은 더욱 더 솔직해진다. 세븐틴이라는 아티스트와 세븐틴의 음악 모두 그것 때문에 매력적이다. 그리고 'Rock with you'와 [Attacca]는, 그 에너지가 7년차 아이돌이 보여줄 수 있는 따스한 온도에서 들끓고 있다는 현시점의 멋진 징표다. 

 

 

 

 

 

 


<관련글> 세븐틴이 물들인 2016 올해의 색: 데뷔 3연작 '아낀다-만세-예쁘다' 리뷰

 

세븐틴이 물들인 2016 올해의 색: 데뷔 3연작 '아낀다-만세-예쁘다' 리뷰

위 색상 코드는 팬톤에서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컬러인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다. 봄 느낌이 가득한 파스텔톤의 두 색상은 힐링과 평화를 의미하는 색으로 해석되어, 세태 불안한 사회상에 안정을

rtbs.tistory.com

 


#토비레코드: 주로 K팝 얘기하는 블로그 [ rtbs.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