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미스나인 'WE GO-Talk & Talk-DM' 분석 리뷰: 코시국을 가로질러 만나러 온 랜선여친

2022. 2. 5. 23:48k-pop review & essay

 

 

프로미스나인이 데뷔한 이후, 유튜브 댓글에서 종종 "인스타 여신"이라는 표현이 멤버들의 비주얼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나에게 이 표현은 애매하게 느껴진다. 칭찬의 의미인지, 아니면 가치 판단이 없는 단순 묘사인지, 그것도 아니면 연예인으로서의 분위기는 덜하다는 표현인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현재 아이돌에 관심이 있는 세대는 인플루언서를 동경할 수 있는 세대와 겹치기도 하므로 긍정적인 의미에 가까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을 떨치긴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 연예인에게 '인스타 여신 같다'고 칭찬하고 싶지는 않기는 하다. 

 

그런데 프로미스나인이 이런 수식어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이 모호함을 전략적으로 긍정적인 쪽으로 끌고 올라가고 있는 점을 알 수가 있다. 데뷔 초반 톡톡 튀는 곡조와 애교스러운 콘셉트로 이미지를 형성했던 프로미스나인은, 2020년 발매된 앨범 [My Little Society]와 타이틀곡 'Feel Good (SECRET CODE)'을 기점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이 변신은 그전부터 형성된 멤버들의 이미지와 절묘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기존에 고수했던 걸리쉬 팝은 멤버들과 부조화를 이루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함이 빛난 것도 아니었다면, 이제는 프로미스나인이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고유함이 묻어나고 있다. 어떤 노래와 어떤 모습이 이 변신을 설명하고 있는지, 최근의 프로미스나인의 상승세를 함께하고 있는 몇 곡을 리뷰해 보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프로미스나인 'WE GO-Talk & Talk-DM' 분석 리뷰: 코시국을 가로질러 만나러 온 랜선여친

 

 

 


대중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쯤에 K팝 (중소 기획사) 걸그룹 신에서 한동안 약하게 유행을 하고 지나간 콘셉트가 있다. 환상적이고 아련한 곡조에, 손에 잡히지 않는 꿈, 미래, 바람, 그리움 등의 소재를 노래하는 몽환적인 스타일이다. 프로미스나인도 이 시기에 데뷔하고 활발히 활동한 중소 기획사 걸그룹답게 이 기조에 어느 정도 발을 걸쳤었다고 할 수 있다(물론 회사의 규모는 중소로 보기 어렵지만, 아이돌 프로듀싱과 운영 면에서는 중소 기획사로 보아도 무방했다). 

 

"시계바늘이 열두 시 향해 빠르게 도착하면 내 마음을 남기고서 갈게 꼭 찾아줘 우리의 미래에서~" (유리구두)
─ "새로운 세계가 열릴 듯 멀게만 느껴질 때 힘껏 달려갈 거야~ 우리의 소중한 마음이 너에게 느껴질 때 그때는 닿을 거야~" (To Heart)
─ "혜성처럼 반짝하고 나타나 어지럽게 내 손끝에 입 맞추고 저 별들 속에서 찾아온 Miracle..." (환상 속의 그대)
─ "먼 미래에서 헤매인다면 나는 시간 속을 초월하고 싶어 빛나는 저 별들처럼 흐트러진 차원을 넘어 너와 난 이 길 끝에..." (22세기 소녀)

 

 

명확한 상대의 존재와 데이트라는 소재로 소녀의 설렘을 더 묘사적으로 귀엽게 그려낸 '두근두근 (DKDK)'을 제외하면, 판타지 애니 노래처럼 뭉뚱그린 상황 설정과 희망으로 벅차오르는 멜로디를 강조하는 곡이 많았던 데뷔 초다. 이러한 콘셉트를 고수해야 했던 데는 이 팀이 만들어진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데뷔 초에는 방송의 콘셉트를 가져와서 교복과 단체복 의상을 많이 입기도 했고, 순진무구한 표정의 가사 표현을 하는 것도 방송 의도와 부합하는 이미지를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를 프로미스나인 1막이라 하겠다(내 맘). 

 

 


그러다가 이 순수성의 이미지는 벗고, '두근두근 (DKDK)'으로 맛보여주기 시작했던 채도 높은 색감의 상큼함을 'LOVE BOMB'을 통해 강렬하게 발산하면서 콘셉트 변신을 시도한다. 

 

─ "달콤한 L L LOVE BOMB! L L LOVE BOMB! 떨린 네 맘에 날 가득 채울 LOVE BOMB! LOVE B BOMB LOVE B BOMB이 What! 단잠을 깨울 LOVE BOMB LOVE B BOMB! LOVE B BOMB이 What!" (LOVE BOMB)
─ "Fun! 맘이 사르르르 Fun! 땀이 주르르륵 Fun! 머린 핑그르르 내가 왜 이래 내가 왜 이래" (FUN!)
─ "LOVE RUMPUMPUM~ LOVE RUMPUMPUM~ 이러콤 애타는 LOVE SWEET HEART~ LOVE RUMPUMPUM~ 마음이 쿵쿵대요 LOVE RUMPUMPUM~ LOVE RUMPUMPUM~ 마음이 쿵쿵대요 LOVE RUMPUMPUM~" (LOVE RUMPUMPUM)

 

 

이 당시의 특징으로는 쉽고 확실한 프레이즈의 반복과 별 맥락 없는 음률 부각 위주의 가사, 비주얼적으로는 강하고 다양한 색채로 꾸민 무대 의상과 헤어 탈·염색 같은 것들이 있다. 발랄하고 캐치하면서도 말랑한 감성이 느껴지는 'LOVE BOMB'을 시작으로 팀의 색깔과 멤버들이 가진 분위기가 더욱 조화롭도록 찾아 나가는 데 나름 성공했고, 상큼하고 또렷한 이미지의 멤버들이 존재감을 보여줄 수도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는 프로미스나인 2막으로 칭하기로 한다. 

 

 

 

 



여기선 자유로워, 우리 모두 다 말이야 [Feel Good (SECRET CODE)]

'Feel Good (SECRET CODE)' MV

 

하지만 정말 의미 있었던 변화의 시도는, 프로미스나인 제3막이라고 부르고 싶은 'Feel Good (SECRET CODE)'에서부터의 활동이다. 당시 그대로 'LOVE BOMB'이 최고 리즈 시기로 남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이후 프로미스나인은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콘셉트 기획으로부터 힘을 입고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게 된다. 팬데믹 이후 첫 컴백이자 1년이 넘는 정비 기간을 거친 앨범인 [My Little Society]가 그 시작이다. 타이틀곡 'Feel Good (SECRET CODE)'는 기존의 쨍한 색감에서 조금은 채도를 누른 차분함을 어필한다. 음악에서도 베이스라인과 중저음역 보컬이 빛나기 시작하고, 쉽고 재기발랄한 캐치프레이즈를 강조하기보다는 성숙한 펑키함과 편안한 멜로디 무빙에 중점을 두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가사에서 프로미스나인이란 팀의 캐릭터성이 형성되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회사는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을 "인스타 여신", "인스타 스타" 같은 비주얼로 표현하는 반응을 모니터하며, 이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곡의 가사는 기분이 자유롭고, 즐겁고, 'feel good'하다는 감정 표현들로 가득하지만, 구체적인 배경이나 상황 설정을 유추하기가 매우 어려울 만큼 묘사는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단 한 구간을 빼고 말이다. 그리고 빼놓은 바로 그 한 구간은 이 곡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다. 

 

대놓고 "궁금하다면 Follow, 아무 말도 마 Oh oh / 이건 나의 비밀 계정 같은 거, 응, 그런 거니까"라고 명시하는 이 곡은, 멤버들의 외모에서나 은은하게만 띠어 있던 프로미스나인의 '인스타그램 세계관'을 한 순간에 명확하게 구축하고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오픈한다. 뮤직비디오에서 역시, 멤버들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다양한 장면들이 지나가다가, 위 구절이 지나자마자 단 한 번 '인스타그램 피드 화면'이 등장했다 떠나며 이 콘셉트를 더 공고하게 쐐기를 박는다. 

 

 

 

 

... 라고 간단한 설명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사실 'Feel Good'은 리뷰 대상으로 생각한 곡은 아니다. 이 곡은 위 같이 새로운 콘셉트의 시작을 직접적으로 알렸다는 의미에서, 프로미스나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이정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임팩트가 크지 않아 상세한 리뷰는 생략하려 한다. 그 뒤로 이어 발매된 'WE GO'와 'Talk & Talk'은 취향에 너무나 맞는 곡들이고 기획도 좋았지만, 3부작으로 다루기엔 'Feel Good'이 미약해서 리뷰는 넘어가려던 찰나에... 'DM'이 발매되었다. 이 곡까지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이 세계관에 더 많은 이들을 초대하고자 긴 글로 감상을 남겨 본다. 

 

 

 

 


Come with me now, 넌 어디까지 가길 원해? [WE GO]

'WE GO' MV

 

"넌 어디까지 가길 원해?" 설렘을 돋우는 물음을 던지면서, 물 속에 빠졌다가 나오는 듯한, 혹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처럼 귀가 먹먹해지는 듯한 이큐잉의 청각 효과로 'WE GO'는 시작된다. 여름이 시작되기 직전에 발매된 이 노래는 늦은 봄, 초여름이란 계절적인 감각에 어울리는 발랄한 분위기로 적셔져 있다. 경쾌한 기타와 베이스가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세션이 특징이고, 높지 않은 음역에서도 밝은 감성을 살린 멜로디는 설레는 감정을 돋운다. 마지막 후렴에서 살짝 변주되는 멜로디는 벅차는 감정까지도 느껴진다. 여름 느낌을 저격했지만, 속이 뻥 뚫리는 청쾌함보다는 여름에 접어들기 직전이라는 발매 시기에 맞게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나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이다. 

 

한편 여행, 휴양지 같은 주제가 떠오르는 가사이지만, 이 앨범의 설명은 이 곡이 '끝을 알 수 없는 힘든 상황 속, 새롭고 특별한 방식의 여행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음역 보컬의 두근대는 듯한 도입부가 '이미 난 너무나도 들떠, 비행기는 No no / 저 피드 속에 Check-in, 난 너를 몰래 Hashtag'라고 그 방식을 말해 주며 곡을 연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1초에 훌쩍 여기 저기 거기' 여행하는 이들의 방식은, 지금 이 시기여서 나올 수 있었던 팬데믹 상황의 맞춤형 힐링을 선사한다. 

 

 

 

앨범 발매 전부터 이들은 이 같은 포인트를 의도했음을 예고했다. 패션 마스크를 각양각색으로 착용한 콘셉트 포토와 영상, 세계의 여행지 정경을 배경으로 담되 굳이 로케이션 없이 스튜디오임을 티내어 보여주며 찍은 티저 이미지 같은 것들은, 노골적으로 기획 의도를 보여준다. 특히 답답한 감정을 자동으로 연상시키는 마스크라는 일상 아이템은 친근감과 공감으로 접근한다. 물론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디자인으로 나타나서 아이돌 또는 셀럽의 반짝거리는 느낌도 함께 가져가고 있다. 

 

사실 'WE GO'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요소는 뮤직비디오다. 시기의 필요를 읽고 시원하고 청량한 음악을 선사하는 K팝 팀은 더 많았지만, 'WE GO'가 그 중 팬데믹 시기의, 이 시기에 의한, 이 시기를 위한 콘텐츠로 대표되는(내 맘) 이유는 바로 이 뮤직비디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스튜디오 촬영 티저 사진이 나온 맥락을 이어가듯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직접 발로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컴퓨터, 핸드폰, 태블릿PC 화면에서 인스타그램, 포토샵, 프리미어, Zoom 같은 미디어·통신 프로그램을 쓰며 사진과 영상을 꾸미고 또 소통하는 장면들, 그리고 이러한 툴들로 재미있게 화면을 전환하는 장면들 등은, 방구석과 휴양지를 오가는 센스 있는 편집으로 팬데믹 시기의 환상과 현실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 더보기: 이 시기라 연출될 수 있었던 'WE GO' 뮤직비디오 장면들 ▼

 

 

 

 

 


너를 들려줄래, 아주 작은 것도 다 알고 싶어 [Talk & Talk]

'Talk & Talk' MV

 

"뚜뚜루두뚜뚜루~" 상큼한 전화벨 소리로 시작하는 러블리한 노래 'Talk & Talk'은, 실연 세션이 감성을 자아내는 'WE GO'와 다르게 쨍한 전자 신스 사운드가 톡톡 튀는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곡이다. 메인 테마는 사실 귀가 좀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들을수록 그 부분 때문에 매력적이다. K팝에서 현대적이면서도 레트로한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악기 중 하나가 이러한 째지는 신스인 것 같기도 하다. 멜로디는 'WE GO'와 마찬가지로 보통의 K팝 걸그룹 노래보다 조금은 낮은 음역에서 움직인다. 전체적으로 높낮이 차이가 크지 않은 멜로디 무빙이지만, '끊지 말아 5분만 Woo! / 이대로 더 10분만 Woo!',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Hey' 같은 변칙적인 구간들이 흐름에 제동을 걸어 주며 듣는 재미를 주고 있다. 후렴구도 음역이 낮은 편이지만 그 낮은 멜로디가 상당히 귀엽게 감기고, 또 높고 쨍한 사운드와 조화를 이루는 듯도 해서, 임팩트 면에서 모자라지 않다. '뚜뚜루두뚜~' 하는 훅은 이 곡에서 가장 후킹한 부분이자, 전화 통화를 하는 설렘의 기분을 노래하는 곡의 테마를 직관적으로 들려주는 포인트다. 

 

가사도 밤을 새우는 전화 통화라는 소재에 맞는 말들로 아기자기하고 솔직하게 채워져 있다. 후렴을 여는 '괜히 내 맘 설레, 아까 한 말 또 해도 재밌잖아' 구간은, 차분하지만 계단처럼 오르락거리는 멜로디에 맞게 두근거리는 설렘을 표현하며, 훅의 '뚜뚜루두뚜' 포인트를 지나 나오는 '조금만 조금만 더~'라는 부분은 애교 섞인 뉘앙스로 곡의 발랄한 매력을 배가하고 곡의 테마를 부각한다. 또 아무 말이나 하는 대화라도 그냥 너무 재밌고 설렌다는 이 곡의 이야기가 가장 귀엽게 풀어져서 묘사되는 부분은 2절 벌스인 랩 파트다. 

 

Ping pong 무한 Repeat, Ruleless 끝말잇기
특별한 이 연결엔 주제 따윈 안 중요해
초록빛 Battery 빨개져 갈수록 널 향하는 맘 꽉 차 100 Percent
말끝을 더 늘여 아쉬운 맘 빙빙 돌려

 

한편 이 곡은 무대에서도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다. 곡의 멜로디 무드에 맞게 크지 않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캐치한 동작이 예쁜 게 많은데, 특히 멜로디가 격하지 않고 부드러운 특성을 상큼하게 살리도록 섬세하게 쪼개진 박자가(괜히 내 맘 설레~ 이 밤을 새워~)가 무대에서 사랑스러운 바운시함을 만들어낸다. 

 

후렴구의 '뚜루뚜루두뚜~' 구간에서 보여주는 전화기 안무는 아날로그한 귀여움이 눈길을 끌고 선이 돋보이는 웨이브 동작도 가미돼서, 확실한 포인트가 되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동작이 작은 대신 다인원의 특성을 활용한 다채롭고 깔끔한 동선 이동이 무대를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또 무대 의상으로는, 한창 유행이라 새롭진 않았지만 레트로한 곡 스타일과 팀의 다채로운 색깔에 잘 어울리는 하이틴 스타일 의상이 예뻤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뚜뚜루두뚜 뚜루 뚜루뚜루두뚜 뚜루~

 

'Talk & Talk'의 앨범 설명에서는 이 곡이 'WE GO'의 스핀오프라고 설명한다. 두 곡의 연결성은 뮤직비디오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곡 자체만 보더라도 연관이 있다. 두 곡 모두 비대면상의 만남을 소재로 하는데, 'WE GO'가 최신 시스템의 소통 방식을 콘텐츠에 차용했다면, 'Talk & Talk'은 아날로그한 연결이란 감성이 무기다. 그전까지는 주로 자기 얘기를 하던 프로미스나인은, 2021년은 소통의 방법들을 제시하며 이 2가지 산뜻한 힐링으로 채웠다. 이 시기에 현실 세계에서 가장 충족되지 않는 필요가 있다면, 그건 아이돌에게는 최고의 아이템일 것이다. 이들도 소통이란 가치를 멤버들의 온라인 스타(?) 같은 이미지와 조화시킨 화사한 노래들로 리스너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잠깐 밖으로 나올래? 네가 보고 싶다고 [DM]

'DM' MV

 

"Hey you, 지금 뭐해?" 그리고 2022년, 드디어 직접 만나러 온다. 사실상 이 곡 때문에 그전 곡들까지 재평가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만큼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DM'은 'Doesn't matter~'이라고 강렬하게 외치며 '너만 좋다면' 다 좋을 것이라고 마음을 고백하는 곡이다. '디엠'이라는 말이 언뜻 인스타그램 세계관에 과몰입해서 나온 제목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놀랍게도 'Doesn't matter'이라는 가사가 먼저 완성이 되고, 'DM'이라는 제목은 초기 후보에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최종으로 채택된 이 제목은 팀의 색깔을 더욱 공고히하는 재미 요소가 됐다. 

 

이 곡은 포근하고 멜로우한 무드가 한겨울의 계절감에 완벽히 잘 어울리면서도 강한 후렴 멜로디가 인상에 남는 댄스팝이다. 'WE GO'와 같은 이우민 작곡의 곡으로, 레트로 신스팝 느낌의 따뜻한 편곡과 베이스라인이 강조되는 두근두근함이 역시 돋보이는 특징이다. 또 'Feel Good'부터의 모든 곡에 해당되지만, 역시 이 곡의 멜로디도 사랑스럽고 감성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곡은 또 다른 곡들이 첫 후렴보다는 훅에 힘을 준 것과 다르게, 후렴의 첫 소절부터 고음으로 강하게 터뜨리고 나오는 것이 포인트다. 때문에 분위기가 가장 부드럽고 차분하면서도 임팩트가 가장 강렬한 곡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곡은 사기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냥 명곡이다. 

 

가사는 밤 또는 새벽 배경에 몰래 탈출해서 상대를 만나러 가 사랑을 고백한다는 내용으로, 신스팝 느낌의 편곡에 어울리게 도시 불빛 분위기, 아련한 감정 같은 것들이 강조된다. 또 이 곡은 멜로디 자체에 벅차는 감정이 살아 있는데, 가사도 또한 매우 세심하게 멜로디를 도우면서 설레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유독 이 곡에서 잘 드러나는 멤버들의 보컬 역량과 감정 표현 역시 이 멜로디와 가사의 영향이 큰 듯하다. 아무튼 비밀스러운 공간에 초대하고(Feel Good), 함께 방구석 여행을 떠나고(WE GO), 전화 통화로 설렘을 나누다가(Talk & Talk), 드디어 만나서 단도직입적인 고백을 던지는(DM) 이 과정은 단계적이고 또 본격적이다. 

 

 

'DM' Performance Video

눈빛이 미묘한 이나경씨가 묶은 머리를 풀면서 나직하게 시작하는 도입부 'Hey you, 지금 뭐해? 잠깐 밖으로 나올래? 네가 보고 싶다고'는 2022년 최고의 도입부(아직 한 달밖에 안 됐지만ㅎ)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벌스 가사는 1절에서는 조심스럽고 2절에서는 확신적이다. '너만 좋다면 Doesn't matter'이라고 외치는 후렴도 왠지 모를 확신이 느껴지는 가사다. '눈을 못 피하게, 말도 못 돌리게' 가까이 가겠다는 가사는, 터지는 구간은 아니지만 간드러지는 보컬과 함께 긴장감을 높인다. 가장 여린 목소리의 막내 멤버가 부르는 브릿지의 'So just listen, 떨리는 내 손을 잡아줘, 넌 So special'은 가사 그대로의 감정이 가늘게 떨린다. 마지막으로 이 곡은 3절 후렴까지 꼭 들어 줘야 하는 감정선이 있는 곡인데, 앞 후렴들에서의 '너만 좋다면'은 '네 맘이 보여'로, '눈을 못 피하게, 말도 못 돌리게'는 '어떡해 너와 나, 이렇게 가까이'로 변화하며 설렘이 최고조가 되기 때문이다. 걍... 들으면 왜 굳이 이 가사들을 짚어 강조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 이 곡은 퍼포먼스를 통해서도 그 매력이 더욱 배가된다. 특히 도입부에서 머리를 푸는 안무는 로맨틱한 느낌을, 3절 후렴의 '두 팔로 날 안아줘' 파트의 안무는 따뜻한 느낌을 표현하며, 이 곡이 강조하고자 하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내는 포인트가 되고 있다. 또한, 센스 있는 카메라 무빙을 노린 동선을 통해 다인원의 대형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가 이 곡의 퍼포먼스를 완성하지만, 그 중 최고는 후렴구 안무이다. 강렬한 부분과 부드러운 무드가 모두 있는 후렴구의 각 부분에 맞추어, 안무는
팔다리를 크게 뻗으며 쾌감을 주면서도, 턴과 웨이브, 반동 등으로 예쁘게 박자를 타며, 감성적인 곡 분위기를 더욱 벅차게 하는 '곡선적인 시원함'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 'DM'은 이렇게 퍼포먼스까지도 아쉬움 없이 완성되면서, 마치 작곡가·작사가·안무가가 한 사람인 것처럼 각각의 요소가 하나의 방향성을 너무 잘 구현한 작품이 된다. 

 

 

 

 


 

이렇게 감상해 본 프로미스나인 3막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멜로디 진행 방식

분절감 없는 유려한 진행이 특징이다. 어떤 곡들은 파트가 짤막하게 쪼개지고 각각의 부분이 포인트로 톡톡 튀어서 '모든 소절이 킬링파트'라고 불리기도 하는 반면, 이 곡들은 그런 류는 전혀 아니다. 한 순간 사로잡는 캐치함보다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흐름을 추구한다. 프로미스나인 2막의 곡들이 후렴에서부터 짧은 프레이즈를 때려박는 식으로(Ex. '달콤한 L L LOVE BOMB! L L LOVE BOMB!', 'Fun! 맘이 사르르르 Fun! 땀이 주르르륵') 기억에 남기를 유도했던 데 비해, 이 곡들은 'Come with me now 넌 어디까지 가길 원해?', '괜히 내 맘 설레 아까 한 말 또 해도 재밌잖아' 같은 상냥한 멜로디로 먼저 풀어 준다. 최근 K팝에는 이런 스타일의 노래가 많지 않아서 더욱 희소성 있다. 물론 이 곡들도 후킹 포인트는 하나씩 가지고 있다. 'DM'을 제외한 곡들은 훅 파트에, 'DM'은 후렴구에 감기는 구간들을 두고 있는데, 역시 모두 노래에서 튀지 않고 잘 녹아 들어가는 사근사근한 중독성으로 귀를 잡아끈다. 

 

 

2. 청자와의 소통

현실과 관계 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가까운 내적 거리감에서 마음을 녹여주는 사랑스러운 가사들이 빛나는 곡들이다. 요즘 같은 시장의 콘셉트 양상 속에서 청자와 거리 두지 않고 따뜻하고 화사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아이돌은 더욱 환영하고 싶다. 특히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이 가진 '호감 가는' 느낌의 예쁜 분위기가 이런 가사를 부르는 데 제격인 것 같다. 그래서 SNS, 전화, 새벽 탈출 데이트 같은 소재들을 쓴 점이 전략적이라고 느낀다. 특히 'DM' 속 그 만남이 있기까지의 청자와의 관계 빌딩에서 스토리텔링도 너무 좋다. 

 

 

3. 스타일링

그전에 단체로서의 존재감을 어필할 때보다 한명 한명의 존재가 빛나는 게 더 중요한 콘셉트다. 때문에 멤버들의 스타일링에서도 전과의 차이가 드러난다. 1막의 시기에서 단정함을, 2막에서 화려함을 일률적으로 추구했다면, 이 시기부터는 개성을 매몰시키지 않고 각자에게 어울리는 방향을 맞춰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컨셉추얼함과 강렬함은 덜어냈지만, 조금 더 일상적인 예쁨으로 빛나는 느낌으로 말이다. 어느 정도는 친근하면서도 환상적인 존재로서의 이미지를 잘 가져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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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 멤버들을 이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싶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의 디스코그래피를 방황 또는 시행착오의 기간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다. 멤버들이 시간이 지나며 실력이 발전하고 분위기가 성숙해진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이들이 최대치로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그룹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특색인 다양한 스타일의 멤버 구성은, 각각의 개성을 모두 살리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는 프로미스나인에게서는 위 같은 기획을 통해서 나름의 고유한 개성으로 발전했다. 

 

무엇보다, 최근의 트렌드 속에서도 의도적으로 이러한 편안한 노래들을 택하는 개성은, '개성', '독보적' 같은 말과는 다소 어울리진 않을 수 있지만 사실이다. 아무리 최근의 트렌드가 이제는 튀고 강렬한 것을 지겹게 느끼고, 대중성 있고 듣기 편한 노래를 원한다고 해도, 실제로 중소 기획사 소속 팀이 그러한 노래를 선택했을 때 시장의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K팝 걸그룹 시장은 다소 한정된 스타일로 공급과 수요가 모이고 있는 것 같다. 걸크러쉬 스타일로 해외 팬덤의 관심을 끌거나, 하이틴 콘셉트로 대중성을 노려 운이 좋으면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바이럴이 발생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안전한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현실이지만, 동시에 아쉬움을 남긴다. 다양한 팀들의 콘셉트가 비슷하다는 것은, 곡이나 기획력보다 멤버들의 인기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기획을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곡이 멤버에 의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곡이 멤버를 돋보이게 하고, 숨어 있던 매력까지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프로미스나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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