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미래를 파는 네오컬처 골동품 상점 ✧˚⋆꙳。 -NCT DREAM 정규앨범 [Hello Future] & [Glitch Mode]를 듣고

2023. 2. 10. 00:09k-pop review & essay

 

🍭

사실 그간

 

'NCT'로 총칭되는 모든 그룹과 음악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감을 느껴 왔었던 것 같다. 

앨범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NCT DREAM의 'Candy'에 관한 짧은 얘기로 먼저 그 거리감의 이유와 해소 계기를 이야기하며 글을 열어 본다. 

 

 

 

 

기본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매우 인정한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내 취향과는 별개로 늘 사운드의 완성도가 높고, 특히 2020년대 이후, 그 중에서도 3세대 이후 팀들의 음악은 그를 넘어서 '정교하고 오차가 없다'는 감상까지도 주는 것 같다. 기존 3대 기획사 중 다른 두 곳과 비교해서 송캠프와 같은 프로젝트 방식이 활성화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집단지성의 결과물처럼 느껴지는 특유의 감성이 SM의 전유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실은 분명히 강점이라고 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연출되는 이국적인 세련미 때문에 SM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들의 지나치게 깔끔한 음악 특성이 나에게는 양가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서는 무엇보다, 곡에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약간의 약점이 된다. 감정선이 전해지는 친밀한 매력이 덜하고 작품성 스탯에 강하게 집중된 곡들은 분명 그 자체로 너무 좋고 듣기 즐겁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 아티스트에 대한 깊은 관심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했던 적이 많다. 내가 너무 좋아해 마지않는 SM 아티스트의 노래들에서도, 사실 생각해 보면 그 가창자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는 일은 많지 않았다이는 NCT와 같이 표면적인 이미지가 난해한 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감성적인 수록곡들마저도 그 너무나 깔끔하고 이국적인 곡조가, 묘하게 내가 인간적 매력을 느끼는 지점으로부터 빗나가 있고 이질적인 것이 꽤 많다. 

 

그래서 최근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노래들 가운데서 내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어느 정도는 그 '심적 장벽'을 녹여 주는 장치들이 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SM 아티스트 노래들은 그러한 포인트들이 전면으로 꽤나 드러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유일하게, NCT라는 이름으로 묶인 팀들에 대해서는 타이틀곡을 들은 후에 그 이상까지 깊게 탐방하고 싶다는 관심까지 기울이지는 못 해왔다. 

 

 

 

 

 

하지만 얼마 전 NCT의 서브유닛 중 하나인 NCT DREAM이 발매한 리메이크 곡 'Candy'를 들은 후, NCT에 대한 감성적 거리감은 상당히 무장 해제가 되었다. 계기는 역시 별게 없다. 이 곡을 부르는 NCT DREAM에게서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매력이 느껴져서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이들의 기묘한 이미지가 무대에서 보이지 않고, 한 명 한 명 구분이 되기 시작하며,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느낌이 들어 호기심이 생긴다. 곡에 반복 구간이 매우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사이사이로 불규칙하게 튀어나오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무대를 끝까지 보고 싶도록 잡아 놓기도 한다. 군무나 보컬 디렉팅 같은 요소들이 하나하나 칼 같고 완벽하게 짜인 것과 별개로, 에너제틱한 비트와 서정적인 멜로디에 감정선이 왔다갔다 하는 노랫말, 행복하게 보이는 표정 연기, 여유 있는 잔동작 하나하나가 멤버들의 경쾌한 인상과 조화돼서 마음에 스며들게 되는 흐름이 너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이 곡은 내가 NCT로 향하게 되는 순간의 접점이 되었고, 'Candy'라는 작은 한 점은 NCT DREAM으로 범위가 넓어지는 중이다. NCT DREAM의 앨범들을 들으며 특히 가장 좋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정교하고 네오한(?) NCT스러운 음악 특성에 NCT DREAM만의 산뜻함이 공존하는 점이, 완전히 새로운 퓨전의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렌디하면서도 친밀한 이들 음악의 맛은 그 각각의 특성에서만은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새로운 매력인 동시에 나의 클래식한 취향에도 들어맞는다는 점은, 그 요인을 찾아내 시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 출처를 찾아 나서기 위해, 이 새로운 팝핑캔디들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 본다. NCT란 이름 아래 이렇게까지 나의 취향에 부합하는 것들이 있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아쉬움은 뒤로하고 말이다. 

 

 

 

 

 

 


 

무지갯빛 미래를 파는 네오컬처 골동품 상점 ✧˚⋆꙳。 -NCT DREAM 정규앨범 [Hello Future] & [Glitch Mode]를 듣고

 

 

 

 

NCT DREAM의 앨범들을 막 살펴보기 시작했을 때, 'Candy'를 제외하고 최근에 발매한 앨범들이 정규1집과 정규2집, 그리고 각각의 리패키지였다. 모두 곡 수가 꽉 찬 앨범들이라 들을 것이 많겠다고 생각하고, 1집부터 들어보며 리뷰할 내용을 한 곡씩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집 리패키지까지 이를 반복하고 있다 보니, 문득 '이러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다. 곡들이 대부분 다 좋은데, 좋다고 느껴지는 원인이 된 요소가 거의 비슷비슷했기 때문이다. 두 앨범을 리패키지 버전으로 합치면 거의 30곡에 달하는 많은 곡 수가 있었지만, 그 내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들로 유형화를 해보면 기껏 2~3가지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나뉜 몇몇 유형들에는 또한 포괄적으로 묶을 수 있는 공통 감상 역시 있다. 

 

그 공통적인 부분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각 앨범 리뷰를 먼저 이야기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참고로 정규1집은 리패키지를 하며 추가된 곡들이 마음에 들어 리패키지 앨범 [Hello Future]를 기준으로 리뷰했고, 2집은 리패키지 추가 곡들 중 타이틀곡 'Beatbox'를 제외하면 특별히 인상적인 것이 없어서 본편인 [Glitch Mode] 앨범으로 리뷰했다. 

 


Hello Future - The 1st Album Repackage [2021. 06]

01 Hello Future [★★]
02 Bungee
03 맛 (Hot Sauce)
04 Diggity [★]
05 오르골 (Life Is Still Going On) [★]
06 고래 (Dive Into You) [★★]
07 우리의 계절 (My Youth) [★★]
08 Rocket [★]
09 Countdown (3, 2, 1) [★]
10 ANL [★★]
11 주인공 (Irreplaceable) [★]
12 지금처럼만 (Be There For You)
13 Rainbow (책갈피) [★]


Glitch Mode - The 2nd Album (2022. 03)
01 Fire Alarm [★]
02 버퍼링 (Glitch Mode)
03 Arcade
04 너를 위한 단어 (It’s Yours) [★★]
05 잘 자 (Teddy Bear)
06 Replay (내일 봐) [★]
07 Saturday Drip
08 Better Than Gold (지금) [★★]
09 미니카 (Drive) [★]
10 북극성 (Never Goodbye) [★]
11 Rewind [★★]

 

 


*앨범 리뷰의 별점은 [ ], [★], [★★] 3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Hello Future - The 1st Album Repackage

 

 

정규1집 앨범 [맛 (Hot Sauce)]과 3곡을 추가해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Hello Future]를 볼 때, 개인적으로 전편의 타이틀곡 '맛 (Hot Sauce)'에 비해 'Hello Future'가 기존 앨범에 수록된 하위 곡들의 색깔을 더 잘 포괄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맛 (Hot Sauce)'도 좋은 곡이지만, 타이틀곡이 앨범을 대표해준다는 방향의 관점을 생각한다면, 이 양과 질이 뛰어난 수록곡 꾸러미의 색깔을 타이틀곡이 암시해주는 역할을 해내지는 못한 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 반대로 수록곡이 타이틀곡을 서브해준다는 방향을 생각하더라도, '맛 (Hot Sauce)'의 에너지를 따라오는 곡이 없어 아쉽다. 그에 비해 'Hello Future'를 들었을 때, 그제서야 포장과 내용물이 맞닿아서 맺어지는 일관성이 충족된다. 물론 이는 정규2집인 [Glitch Mode] 앨범의 각 곡이 개성이 돋보이는 것과 달리 정규1집이 유독 나머지 곡들 간의 응집력이 높아서 발생하는 감상이지, 타이틀곡 '맛 (Hot Sauce)'에 대한 질적인 아쉬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Hello Future'의 메시지와 음악적 특성으로 이 리패키지 앨범의 색깔을 잘 압축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앨범 전반에 대한 설명은 이어질 해당 곡에 대한 이야기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다만 최근에 들었던 K팝 앨범 가운데서, 여러 방면에서 최고라고 할 만하다는 점은 미리 남기고 넘어가 본다. 

 

내 미래에 전해 줘, 온 세상과 저 광야 위로
후회 없이 사랑했다고 말하게

미래의 너를 조우하게 됐어
경계 위로 손을 맞대면 우린 너무 닮아 있어
뭘 더 찾게 될지, 결국 웃게 될지, 지금부턴 운명이라고 해 -Hello Future

 

 

리패키지 타이틀곡 'Hello Future'[★★]는, 현재를 위로하고 미래를 긍정하는 희망찬 힘이 힙합 리듬의 볼드한 청량함과 멜로디의 강렬한 행복감으로 뿜어져 나오는 하이브리드한 곡이다. 다채로운 곡 구성이 매력인 노래로, 인트로 랩에서 무심하게 포탄을 툭 던지고 시작했다가, 쿨한 베이스 신스와 드럼은 유지된 채로 보컬 멜로디가 경쾌하게 날아오르고, 후렴구에서는 찬란하면서도 오묘한 떼창 멜로디로 화사한 에너지를 흩뜨리는 전개가 활기를 아낌없이 분출한다. 가사는 확신적인 어조의 서정적인 문장들로 아픔을 딛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내용을 말한다. 가사에만 집중해서 보면 서글픈 면이 있지만, 음악의 시원시원하고 힙한 부분들 때문에 눈물을(ㅋㅋ) 닦고 '그래, 가보자! 날아가보자!' 하는 긍정적인 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정해진 멋진 미래가 있으니 함께 달려가 보자는 확신을 주는 내용이지만, 사실 정해진 미래란 게 어디 있을까? 그냥 화자와 대상 그 둘이 함께 하는 현재의 아름다운 감정만을 확신해 주는 것이다.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듯한 느낌은 또한, 오색 빛깔의 연출을 더한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터져 나오는 환한 표정과 경쾌한 퍼포먼스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특히 손을 뻗어 천천히 돌리거나 팔로 무지개를 펼치는 듯한 안무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연출이 되어서 이 노래의 메시지상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뒤이어서 리패키지 추가 곡으로, '사랑이 두렵지 않게, 나를 꼭 디딛고 더 멀리 봐'라고 말하며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Bungee'는, 현악 느낌의 감성적이고 잔잔한 패드로 미니멀하게 시작했다가 후렴에서 악기와 보컬을 짤막하게 끊는 리듬의 짜릿함이 매력적이다. 

 

본편 앨범 타이틀곡이었던 '맛 (Hot Sauce)'도 역동적인 음악 구성이 특징이다. 메인 테마인 보컬 변형 루프는 마치 액상의 소스를 휘젓는 듯 회오리치는 것이, 제목 '핫소스'가 연상시키는 심상이 묻어난다. 개인적으로 이런 킹받는(?) 소리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과거 이 곡의 첫 소절과 후렴구만 대강 들었다가 넘어갔었던 곡인데, 이번 기회로 자세히 들으니 그 사이에 기타 주법을 바꾸는 빌드업이 매우 좋고 브릿지의 브레이크도 멋있다. 보컬과 반주가 모두 덕지덕지 배음한 기교나 뭉뚱그린 믹싱 없이 차갑고 깔끔하게 분리되어서 들리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하필 후렴구이긴 하다. 후렴구를 채우는 테마 소스와 NCT 타이틀곡 특유의 느낌을 주는 지르는 식의 챈트가 모두 별로 선호하는 방식이 아닌데,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이라... 종합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간들은 별들을 지나치며 아주 천천히 가지
세찬 바람맞으면 살아있다는 걸 느끼지
내 삶을 위해 난 싸울 거야, 난 이 삶과의 사랑에 빠진 거니까 -Diggity

 

 

'Diggity'[★]는 시작부터 보컬 합의 챈트와 무겁게 어그러진 베이스 신스가 겹쳐져서 확 튀어나오는 것이 멋있다. 이 노래 역시 경쾌하고 통통 튀는 파트와 약간 오컬트한 멜로디의 보컬 파트가 뒤섞이는 전개의 역동성이 돋보인다. 특히 후렴구에서 나오는 신스사운드 악기가 마치 스프링처럼 튀어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덤프트럭이 달리는 것 같은 묵직한 느낌도 나서 특징적인데, 여기에 소년미 넘치는 목소리들이 장난스럽고 세련된 하모니로 녹아 들어 있는 것도 독특하다. 음악과 멜로디까지 전체적으로 서양 할로윈을 경쾌하게 만든 듯한(?) 빈티지 분위기가 나는 점은 레드벨벳 느낌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작곡진이 레드벨벳 'In & Out'을 만든 켄지 & 문샤인(Moonshine)인 것은 놀랍지 않다. 

 

뒤를 잇는 '오르골', '고래', '우리의 계절'의 3개 트랙은, 꿈 같은 멜로디와 감성적인 음악으로 이 앨범의 '청춘'이란 테마를 고요하고 벅차게 빛낸다. 먼저 '오르골 (Life Is Still Going On)'[★]은 반짝이며 울리는 소리들이 너무 예쁜 노래로, 리패키지에서 'Hello Future'과 함께 추가 수록된 것이 아주 잘 어울리는 메시지와 감성의 곡이다. 이 곡은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의 구조적인 전개가 이루어지는데, 실로폰과 벨 소리가 보컬과 함께 가는 잔잔한 라인, 킥과 베이스에 멜로디랩이 함께 가는 힙합 비트 구간이 이어져서 나오고, 그 뒤로 이 양면적인 느낌의 구간이 포개져서 등장하는 단계를 밟는다는 점이 좋다. 

 

궁금해 네 맘 한가운데 나는 어딘지
표류해 모르는 채 한번 가보는 거지
막막해 가끔 이 마음의 끝은 어딜지, 너인지 -고래 (Dive Into You)


눈을 감아봐 선명하게 번져 My Youth
나를 데려가 기억 한켠 너에게로
그 눈부신 한때 그날의 우리, 뜨거웠던 날 밤하늘에 수놓은 꿈 -우리의 계절 (My Youth)

 

 

'고래 (Dive Into You)'[★★]는 '너'에게 빠져 있지만 도착점 없이 떠도는 모습을 그린, 감정은 충만하지만 표현의 밀도는 수채화 같이 투명한 노래다. 동화 속 같은 배경음과 벨소리, 풀피리 소리로 수중에 있는 듯한 테마가 시작되다가, 건조한 베이스와 래퍼 및 저음 멤버의 목소리로 공간감을 걷어내기도 하고, 다시 촉촉한 음색의 보컬 멤버들이 감성을 어루만지기도 하는 변화 과정으로 전개가 된다. 그러다가 후렴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하모니의 헤엄과 강하고 깔끔한 기타가 시원하게 물결치는 인상이 마치 고래가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움직임 같다. 멜로디는 안정과 불안정 사이의 위아래로 오묘한 음계를 오가는 와중에, 창법은 거리낌없이 딱 깔끔한 것이 세련됐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의 계절 (My Youth)'[★★]은 현악의 피치카토 연주와 공명하듯 들리는 목소리의 하모니가 회상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아련한 감상과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짧은 인트로가 인상적인데, 주제에 맞게 마치 기억을 되짚듯, 시계침이 뒤돌아 걸어가듯 하는 드럼 비트에서, 갑자기 동화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차임 효과음과 오케스트레이션이 순식간에 곡 속으로 이끈다. 들어간 곳에는 바로 등장하는 벅차는 멜로디의 하모니가 꿈을 꾸듯 홀리하게 맞이하고 있다. 

 

달아오른 이 느낌을 따라 babe, 쉴 새 없이 어디로든 발사해 대
갇혀있던 맘 모두 다 터트려 대
가장 높이 빛날 Dream Rocket -Rocket

 

 

그러다가 분위기를 전환하는 'Rocket'[★]은, 레트로한 오르간과 관악기 느낌의 리드미컬한 신스 리듬, 밝은 목소리가 주가 되는 화음과 장난치듯 하는 멜로디가 경쾌하다. Moonshine이 다시 작곡진으로 참여했는데, 'Diggity'에서 느낀 것과 같은 재미있는 역동성이 있다. 'Countdown (3, 2, 1)'[★★]은 클래식한 힙합 비트와 래퍼의 조합으로 시작되는 것이 무난하게 신나는 곡인가 싶었다가, 전환되는 부분에서 매력이 느껴진다. 신나면서도 묵직한 떼창과 동그랗게 울리는 테마 신스가 흥을 돋운다. 

 

다음 트랙인 'ANL'[★★]은 물방울 터지는 공허한 청량감과 감성이 잔물결지는 멜로디로 앨범의 예쁜 페이스를 되찾아 오는 중독적이고 설렘 가득한 노래다. '고래'와 인상이 비슷한 면이 있는데, 좀 더 밝아서 사랑스럽다. 편안하고 상큼해서 아마 가장 여러 번 듣게 될 것 같은 곡이다. '주인공 (Irreplaceable)'[★]은 스윙 리듬을 기반으로 건반악기나 베이스의 움직임, 기타와 관악기 같은 신스, 약간 왁자지껄한 효과음 등이 극적이고 공연 음악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주인공'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는 결을 가지고 있다. 유려한 후렴 멜로디를 떼창으로 부르는 부분은 마치 뮤지컬 노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너와는 어디라도 헤맨대도 명장면
오히려 예고 없이 펼쳐질 많은 일들이 두근거려 -주인공 (Irreplaceable)

숨 가빴던 오늘의 끝에 함께인 서로에 기대
우린 눈을 감고 편히 잠이 들고 다시 꿈을 꾸고
수없이 다시 시작될 조금은 낯선 내일도
괜찮을 것 같아 눈부실 것 같아 -Rainbow

 

 

앨범의 끝을 바라보며 저무는 '지금처럼만 (Be There For You)'은 피아노로 된 감성적인 발라드곡이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후렴구가 떼창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곡들에서는 미성 보컬 멤버들이 포인트나 반전 구간으로 등장했던 것과 달리 전면으로 나와 채운다는 이 노래의 특징은, 사실 등장하는 타이밍 자체는 예상이 갈 만한 구성이지만 이 앨범 속에서 새로운 색깔처럼 들리는 듯하다. 앨범의 막을 내리는 'Rainbow (책갈피)'[★]는, 비 온 뒤 갠 듯이 여리면서도 맑은 공간감이 가득한 데서 감정이 희망적으로 차오르는 느낌의 곡으로, 제목 때문에 마치 첫 트랙 'Hello Future'에서 멜로딕하게 희망을 노래하며 손으로 무지개를 펼쳐낸 것에 수미상관을 이루는 듯한 연출이 느껴진다. 

 

 

 

 

 

나는 사실 NCT DREAM을 최근에서야 관심 깊게 본 사람으로서, 성장 과정과 서사가 중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 팀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켜봐 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첫 정규앨범을 내기까지 이어 온 디스코그래피의 흐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최근 곡들부터 역방향으로 발굴 중임...). 하지만 막연하게 이미지적으로 떠올린 'NCT'라는 이름이 주는 선명한 사운드의 느낌, 그리고 'NCT DREAM'이란 이름이 예상케 하는 밝고 힘 있는 음악 기조와 메시지적 방향성이 절묘하게 이 앨범 안에서 조화되어 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으로 이들의 색깔을 새길 수 있는 앨범이었다. 조금 더 자세한 전반적인 이야기기는 정규2집 리뷰를 마치고 통틀어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Glitch Mode - The 2nd Album

 

(2집 리뷰는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접은글로 작성했다.

읽기 원하는 분들만 펴서 읽어 보아도 되고,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

 

더보기

정규1집이 리패키지 타이틀곡 'Hello Future'를 만나면서 집중도가 단단해졌다고 말한 것과 반대로, 이 앨범은 곡들의 개성이 색색으로 튀는 매력이 돋보이며, 작곡진도 거의 겹치지 않게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또한 전작 수록곡들의 가사가 대체로 '너'라는 대상을 두고 '함께'라는 상태를 상정한 채 내용이 구성된 것과 달리, 이 앨범은 서사적인 흐름은 거의 없이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내뱉는다. 당찬 에너지와 자신감, 좋아하는 상대를 볼 때의 감정, 오늘을 즐기는 순간, 그리움, 위로 등 연결감 미미한 각 파편들은, 통통 튀는 음악의 색을 교집합 삼아서 한데 묶인다. 한 마디로 듣기 재미있는 다이나믹한 앨범이다. (물론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1집의 방식을 더 선호하기는 한다.)

 

1집과 달리 타이틀로 시작되지 않는 이 앨범의 1번 트랙은 'Fire Alarm'[★]으로, 금속성 강한 클랩에 챈트를 얹어 들이미는 인트로가 선전포고를 했다가, 사이렌과 경적 소리 같은 브라스 신스를 곁들인 신나는 비트로 순식간에 전환하는 등 역시 전개 면에서 듣는 재미가 있다. 이후의 파트들에서도 발빠르게 구간을 바꾸고 악기 구성을 리셋했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 이 곡의 기분 좋은 상승감은, 다양한 재미를 선보여줄 이 앨범의 포부를 쏘아 올린다. 

 

타이틀곡 '버퍼링 (Glitch Mode)'은 인트로 안내음이나 톡 쏘는 칩튠 사운드가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신나고 익살스러운 노래다. 메인 테마가 되는 엉뚱한 베이스 무빙과 함께, 버퍼링 걸린 듯 애매한 음계로 음절을 끊는 후렴구, 드럼 비트가 빠지며 느려지는 프리코러스, 후반부 후렴구를 들어갈 타이밍에서 넘어가버리는 락킹한 브레이크 등 '정체 상태'의 뻣뻣한 긴장감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방식이 재미있다. 'Arcade'의 비교적 여유로운 속도감은 앞 곡들이 끓여 올린 분위기에 잠깐 제동을 걸지만, 아케이드 게임을 소재로 한 가사로 패기의 목소리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감성적인 곡들의 구간으로 넘어가는 트랙 '너를 위한 단어 (It's Yours)'[★★]는 기타 소리와 편안한 코드 진행에 조심스럽게 통통 튕기는 멜로디가 듣기 좋다. 멜로디가 예쁘면서도 툭툭 끊어주면서 진행되는 것이 세련된 포인트가 된다. '잘 자 (Teddy Bear)'는 신비로운 후렴 멜로디에 가성의 하모니로 쌓은 몽글몽글한 공간감이 좋고, 'Replay (내일 봐)'[★]는 여유 있는 킥 리듬과 레트로한 건반 연주가 리드미컬한 점이 이들 랩과 보컬의 드라마틱하고 나른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늘어졌던 에너지에 다시 시동을 거는 'Saturday Drip'은 클래식한 힙합 비트에 게임 효과음처럼 돌아다니며 찌르는 신스 테마, 낮은 보이스의 느긋한 랩의 조합이 쿨하다. 

다양한 트랙들을 지나서 후반부를 노을지게 장식하는 곡들은, 전반의 곡들과는 반전된 감성을 들려준다. 'Better Than Gold (지금)'[★★]는 황홀하게 차오른 신스사운드와 압박감 있는 베이스를 기반으로 오묘함 없이 환하고 행복하게만 펼쳐지는 멜로디가 특징이고(이 앨범 최애곡), '미니카 (Drive)'[★]는 서정적인 피아노와 기타, 리얼사운드 같은 질감을 살린 드럼이, '북극성 (Never Goodbye)'[★]은 반짝이는 효과음과 퍼커션 소리들이 안정적이고 예쁜 멜로디와의 조화를 자랑하는 아련한 곡이다. 마지막 트랙 'Rewind'[★★]는 건반과 태엽 소리가 빈티지한데도 후렴구의 감각적인 코드 진행과 음계를 쪼개는 멜로디라인 때문에 다채로운 빛깔이 느껴지는 다이나믹함이 인상깊다. 

참고로 2집 리패키지 타이틀곡인 'Beatbox' 역시 좋은 곡이기 때문에 추천하지만, 리패키징에서 추가된 다른 곡들은 이 앨범의 농도를 옅게만 하는 것 같다고 느껴져 2집 본편을 위주로 리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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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과 수평선상, 그 모든 곳의 레시피

(가운데) 마크 (1999, 리더, 메인래퍼, 메인댄서)

 

 

사실 리뷰 길이에서도 차이가 났지만 2집보다 1집을 더 좋아하고 더 잘 만들어졌다고도 생각한다. 타이틀곡의 스타일이나 콘셉트가 더 내 취향에 가깝기도 하지만, 수록된 각 곡과 앨범 구성 방식에서도 앨범 자체로 감상하는 재미가 더 와닿게 느껴진다. 만약 이 1집 앨범만을 더 깊게 리뷰했다면, 이들이 희망의 메시지와 청춘을 표현하는 음악의 감각, 화자와 상대 간의 서사를 어떻게 풀어냈는지에 집중해서 이야기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굳이 두 앨범을 같이 엮어서 글을 쓰게 된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이들이 음악에서 개성적인 인상을 꾀하는 방식, 또는 '이' 멤버들이 모이며 나타나는 태생적인 특색이 그러한 방식의 음악을 만나면서 드러나는 배합의 효과가, 이 두 정규앨범을 거쳐서 반복되고 있다. 내 지금까지의 블로그 리뷰들에서 자주 주안점을 두어 온 K팝의 조형미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서 발생하는 시너지'인데, NCT DREAM의 앨범들에서는 이 시너지의 레시피를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는 소년적인 목소리와 강한 비트의 합, 두번째는 가상 악기와 실제 악기의 합, 세번째는 힙한 구간과 감성적인 구간의 교차 배치, 마지막은 화성을 비틀어 정석적인 서정성에 균열을 주는 배음 방식이다. 이 배합들의 사이사이에서 오는 재미는 감각적인 쾌감을 주기도 하고, 노래가 '현대적인 세련미를 가지면서도 서정적인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두 앨범의 노래들은 예쁜 감성을 추구하면서도 반드시 에너제틱한 멋을 중심으로 심어두는 쿨한 밸런스가 주무기다. 전체적으로 베이스와 드럼이 트렌디하고도 선명도 높은 골자로 잘 잡혀 있으면서, 그 위로 청량하고 장난스러운 소스들이나 공간감 있고 차분한 소리들을 올려서 힙하게 조합하는 방식이 비슷한 것이 많다. 소스 선택에 있어서도 인위적인 신스사운드에 건반, 관현악, 벨, 태엽 효과음 등의 실연 악기(내지는 그런 느낌을 주는 것)를 조화시켰을 때의 감성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염두에 두는 듯하다. 또한 마크를 중심으로 경쾌한 랩을 구사하거나 툭툭 내뱉는 힙합스러운 창법을 가진 멤버들과, 맑은 음색과 깔끔한 창법으로 거리낌 없이 비트 위를 미끄러지는 메인보컬 멤버들의 인원 구성이 4:3으로 경계가 명확히 나뉘어 있는 점도, 곡 속에서 서로를 대비 또는 조화시키는 그 자체로 영한 에너지가 강조되는 '단체의 시너지'가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요소들이 맞붙었을 때의 쾌감이 재미있는 노래들이 많다. 

 

또 위 방식들이 음악을 만들 때 수직 방향으로 소리들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었다면, NCT DREAM의 노래들은 특히나 수평적으로도 역동적인 곡 구성을 취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더욱 짜릿한 맛이 있다. 도입부와 프리코러스, 후렴구가 이어질 때, 각 구간을 채우는 악기들의 음색과 주법, 멜로디와 보컬이 만드는 감각이 키치했다가, 정갈했다가, 거칠었다가 하기를 예고 없이 전환한다. 정서나 장르가 바뀌는 그 과정이나 변화 폭에 대해서 일말의 설명이 없고, 방지턱 위로 돌진하듯 눈이 번쩍 뜨이게 하고 지나가버리는 천연덕스러운 전개를 유구하게 애용한다. '애초에 내 감정선에 맞는 노래'라서 좋은 게 아니라, 노래가 주도해서 휙휙 바꾸는 전개에 내가 뒤따라가야 하는 그 맛을 즐기는 게, 이 앨범들 노래의 풍미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노래 가사가 확신의 태도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리드를 따라가는 재미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신난다. 

 

사실 대부분의 SM 아티스트와 많은 4세대 아이돌 노래들이 이런 방식이기에, 이제는 구성의 역동성이라는 것 자체에 무뎌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NCT DREAM은 이들만의 쿨하고도 착한 노래 질감에 갇힌 채로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 방식이 하나의 개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다들 듣기 좋은 곡들이기 때문에, 그 신선함이 더 이상 마냥 생소한 맛이 아니게 된다고 해서 그 가치를 잃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 앨범의 노래들은 독특성 추구에 사로잡혀서 지나치게 실험적이고 난해하거나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는 속 빈 곡은 찾기 힘들고, 매우 명쾌하고 건강하다. 맛은 자극적이지만 메시지는 의외로 저염식이라 그냥 맛있게 잘 넘어간다. 그저 힘차고 힙하지만 또 예쁘고 화사한 매력도 겸비했을 뿐인 이들의 정규앨범은, NCT DREAM이라는 팀이 추구하는 꿈과 희망, 힐링이라는 가치 선사에 더없이 어울리는 종합선물세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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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의 몰입감, 멜로디의 이탈감

재민 (2000, 서브래퍼, 서브보컬)

 

그리고 이들 노래에서 찾을 수 있는 또다른 특색이 있는데, 후렴구를 대부분 떼창으로 채워서 벅차고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사실 NCT DREAM과 NCT뿐 아니라 대부분의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가 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떼창이 이 팀만의 개성인 것은 아니지만, 단체 하모니가 쌓아 올리는 충만감은 특히나 청춘을 노래하는 NCT DREAM의 노래에서 효과적으로 빛을 발한다. 급진적인 전개와 황홀한 후렴 멜로디가 많다는 이들 노래의 특징 때문에, 후렴구로 들어서며 예고 없이 갑자기 시작되는 하모니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무지개 여러 빛깔이 드넓게 펼쳐지는 듯한 아름다운 느낌을 만든다. 

 

다만 또한 이들에게도 예외없이 작용하는 SM 노래 특징인, 오차 없이 완벽하게 짜이고 절제된 하모니는, 인간미보다는 홀로그램처럼 인공적인 조형미로 느껴지기는 한다. 풍성한 겹겹을 꽉 눌러 담은 느낌이 감성적이기는 하지만, 의도된 찬란함의 테두리를 넘어가는 그 이상의 표현은 깔끔하게 쳐냈기에 감정이 넘쳐나는 느낌은 없다. 이들만의 이 떼창 감성은 그 테두리를 넘어갈 듯 말 듯 설렘이 있으면서도 순간순간 짜릿하게 절제되는 맛에 곡에 대한 몰입과 이완을 넘나들게 한다. 

 

한편, 이들의 노래는 멜로디가 예쁘지만, 또 마냥 정직하게 흘러가는 느낌은 참지 못하고 예상 가는 멜로디 전개를 늘 살짝 비튼다. 특히 코드 구성음에서 반음 간격으로 어긋나는 음이나 구성음 밖의 음을 써서 불안정한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 이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다. 반음을 활용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예상 범위 내에 있는 길들의 사이 공간을 한 번 더 쪼개서 개척하는 것인데, 그 좁은 길을 여러 명 떼창의 풍성한 목소리로 한꺼번에 파고들 때 조성되는 묘한 압박감은, 마치 심장이 벅차 오르는 것 같은 표현이 된다. 

 

대표적으로 'Hello Future'의 후렴구는 해사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 가운데서 '기다렸어 어서 와-'를 포함한 몇몇 구절이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 가령, 해당 구절 중 마지막 음절인 '(기다렸어 어서) 와-'를 끌고 가는 음은 C로, 이 곡에서 가장 안정적인 코드 Db로 이루어진 이 마디 속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구성음인 Db에서 반음이 떨어진 음이다. 이 '와-'에서 마치 광채가 화하게 퍼지는 듯한 느낌은, 불안정한 길로의 예상치 못한 이동이라는 점과, 넓게 오픈된 발음의 가성으로 아련하게 올라가는 상승감이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감상이다. 그리고 '와~' 하면서 끄는 올림음 가창 방식 때문에, 그 반음으로 가는 길에서마저도 음들 간의 장벽을 녹이고 훑어 올라가는 듯한 유려한 느낌이 매우 오묘하다. 

 

'Diggity'의 인트로 단체 챈트는, 명확한 음계가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 상태로 줄타기 하듯 화음 사이를 움직이며 독특한 느낌을 만들고, '고래 (Dive Into You)'는 후렴구 '(I'll dive into) you-'에서 오르내리는 음들에 포함된 텐션음이, '우리의 계절 (My Youth)'은 후렴구 '(눈부신) 한(때), (그날의) 우(리)'에서 각각 반음과 텐션음이 위태롭지만 몽환적인 소리들로 떠다닌다. '버퍼링 (Glitch Mode)'에서는 Bb 코드 구성음들 사이를 비집은 C를 먼저 거쳐서 제자리를 찾아가며 'Glitch (C) mode (D)'를 외치는 것이 제대로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들리고, '잘 자 (Teddy Bear)', 'Replay (내일 봐)' 등의 구석구석에 끼워 넣어진 의외의 멜로디 진행들은 곡 분위기를 신비롭게 좌우한다. 아예 이색적인 코드 진행으로 범벅되었으면서도 그 와중의 틈새들로 멜로디가 흘러 지나가는 'Rewind'는 짜릿할 만큼 세밀하다. 

 

사실 이런 멜로디라인이나 배음 방식의 독특성은, 당연하지만 노래의 담백함이나 편안함을 위해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듣기 전까지는 예상치 못했다'는 순간적인 파격이 이들의 인상에서 매우 크게 차지하기 때문에, 곡을 처음 듣는 순간인 소위 '오픈빨'을 받을 때의 매력이 최고조이며, 또 남발하면 듣기 질릴 수 있는 기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NCT DREAM의 노래들에서는 그 사운드나 다른 구간들, 또 목소리와 하모니의 산뜻하고 밝은 힘을 받아서 기분 좋은 한방이 되기 때문에, 청량함 속의 개성이 된다. 이렇게 이 비틀린 멜로디들은 NCT DREAM의 이런저런 요소들을 만나서, 감각적인 재미는 물론 태도의 강직함과 감정의 애틋함까지도 동시에 어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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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 미래를 파는 네오컬처 골동품 상점 (?)

제노 (2000, 메인래퍼) / 지성 (2002, 메인댄서)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거야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비춰볼 거울 -Rewind

 

 

NCT DREAM이 청자의 기억에 남기 위해 자극을 던지는 방식은 이렇듯 하나하나 강렬하다. 위 전체의 내용, 그러니까 이 노래들을 이루는 모든 특성들이 모인 이 앨범들은 마치 하나의 컨셉추얼한 테마 하에 꾸려진 장난감 가게처럼 느껴지는 감성이 있다. 겉포장인 감성은 가볍고 키치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내장재인 사운드 자체는 하이테크로 빈틈없이 완벽하게 짜인, 그리고 미래의 희망과 지나간 추억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노래들이 가득한 공간 말이다. 볼 거리가 산더미라 휘젓고 다니는 재미가 있는데, 너무 화사한 색채와 다이나믹한 전개들 때문에 느껴지는 그런... 도파민(?) 촉진의 향연이 너무 재미있다. 


이들의 노래에서 소소하게 찾을 수 있는 예쁜 감성들은 마치 옛날에도 좋아했던 것만 같은 노래들을 떠올리게 해서 골동품 같은 느낌도 있다. 하지만 편곡이나 창법 등이 세련되어서 현대적 또는 미래적인 시대성과 짜릿하게 퓨전되는 순간들 때문에, 이 앨범들은 더더욱 좋다. 나도 개인적인 취미로 노래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멜로디는 너무 세심하면서 사운드가 힙하게 잡아주는 것이야말로 정말 클래식하고 대중적인 감성과 트렌디한 매력을 연결해 주는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어서 반가운 노래들이다. 그리고 그런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제는 NCT DREAM 앨범을 말하게 될 듯하다. 

 

그동안 NCT란 이름 하에 있는 모든 팀에 대한 유별난 무관심으로 인해(2017년에 나온 '마지막 첫사랑'이 나온 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은 곡인 줄로 알고 있었을 정도이고... 그 영향의 일례로 막내 멤버 지성의 '덩크슛' 무대에서의 어린이(?) 시절 얼굴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다가 중간 과정 없이 최근에 성인 된 모습을 거의 처음 보게 돼버려서 충격 받음... 콩나물처럼 자라버려서...) 좋은 노래들을 발매 시기보다 조금 늦게 알게 되어서 아쉽지만, 대신 발굴하는 재미를 갖게 돼서 즐겁다. 따봉캔디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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