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 vs ICE: 여름 앨범 추천 리뷰 (1) 청량한 꿈결 속, 더보이즈 미니4집 [DREAMLIKE]

2021. 7. 21. 16:53k-pop review & essay

 

썸머송에는 대단한 긴 말이 필요 없다. 무더위와 눅눅한 습기를 한 순간 잊게 해주는 직관적 쾌감이면 충분하다. 
그 목마름이 찾아오는 한여름의 이 순간, 계절과의 합일 + 음악적 즐거움 + 앨범의 통일성 모두 탄탄하게 채운 케이팝의 여름 발매작 가운데

정반대의 방식으로 이 계절감을 풀어낸 두 앨범을 골라 소개하고 싶다. 

 

 

 

[The Red Summer - Summer Mini Album] & [THE BOYZ 4th MINI ALBUM [DREAMLIKE]] 리뷰

: FEVER vs ICE

 

한여름의 열기를 하루의 시간에 펼친, 레드벨벳 [The Red Summer - Summer Mini Album] (2017.07)
아이스큐브처럼 청량감을 눌러 담은, 더보이즈 [THE BOYZ 4th MINI ALBUM [DREAMLIKE]] (2019.08)

 

 

아이돌 여름 음악은 대체로 비슷한 목적성을 띤다. 여름이고 뭐고 나만의 길을 가고 싶어도 이미 온 국민 정서가 계절에 휘둘려서 어쩔 수가 없다. 일상의 질서를 흩뜨리는 더위에 대한 반동으로, 대중은 돌파구를 찾듯 비현실적인 여름의 판타지를 찾아 나선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 판타지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실에 없는 청량감을 대리 경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현실을 미화해서 여름이라는 이미지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다. 어느 쪽을 좋아하든 우리는 좋은 노래가 주는 낭만을 통해 일상을 잠시 벗어나 환상의 여름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레드벨벳의 위 앨범은 뜨거운 여름의 특성을 뜨거운 에너지로 승화, 더보이즈의 앨범은 뜨거운 여름을 도피할 수 있는 차가운 쾌감을 선사하는 방법으로 개성적인 여름 판타지를 제시한다. 또한 레드벨벳의 앨범은 트랙 간 유기성을 시간의 연속성 위에, 더보이즈의 앨범은 균일함 속에 담아내며,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각각의 재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두 앨범이 콘셉트와 개별 수록곡으로 계절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며 리뷰를 해보려 한다. 

 

 


[ THE BOYZ 4th MINI ALBUM [DREAMLIKE] ]

[EP] 더보이즈 [THE BOYZ 4th MINI ALBUM [DREAMLIKE]] (2019.08)

01 Water [★]
02 D.D.D [★]
03 Complete Me
04 SUMMER TIME [★]
05 위로 (Going High)
06 Daydream [★]

 

*앨범 리뷰의 별점은 [ ], [★], [★★] 3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더보이즈는 다양한 콘셉트의 노선을 보여준 바 있지만, 그 다양성 곳곳에 녹아서 팀 색깔의 중심을 잡아 주는 부분은 서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보이즈를 두고 "서정적인 음악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사실 '소년', '지킬게 (KeePer)', 'No Air', 'Bloom Bloom', 'REVEAL', 그리고 넓게 보면 'The Stealer'에서까지도, "소년"이라는 정체성이 지켜지고 있는 데는 어떤 콘셉트의 곡에서도 어딘가에서는 드러나는 멜로디의 매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매끈하게 정제되었으면서도 묘하게 아련한 이런 멜로디의 특성은 강하거나 신나는 곡에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DREAMLIKE]에서는 그런 감성적이면서도 소년스러운 더보이즈만의 무드가 얼음 틀 안에 각 잡혀 얼어 있다. 기존 더보이즈의 감성에 청량함이라는 감각을 입힌 육면의 아이스큐브 같은 트랙 구성의 이 앨범은, 6곡에 걸쳐 균일하게 눌러 담은 청량 농도를 자랑한다. 개별곡 하나하나가 개성적으로 튀어나오는 다양성은 강조되지 않은 대신, 청량함이라는 단 하나의 최종 목적지에 중점을 둔 일관성과 대부분 상향평준화된 균질함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오묘하게 서정적인 분위기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완성 포인트가 되어, 여름 앨범이라는 이벤트성과 팀의 감성 모두에 알차게 집중한 훌륭한 앨범이라고 느껴진다. 남자 아이돌의 앨범에서 전곡을 동원해 이러한 집중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보이즈가 해당 앨범의 시리즈를 통해 '사랑에 눈을 뜬 소년'의 키워드를 내세운 만큼, 이 앨범은 콘셉트를 강렬하게 꾸며내거나 모호하게 숨기지 않고 청량하고 예쁜 감성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와~ 여름이다!' 외칠 정도의 신남과 발랄함까지 가지도 않고, 적절한 콘셉트의 균형을 맞추어서 서정적인 팀의 색을 녹여내었다. 컨셉추얼함을 놓치지 않는 아련한 트랙들이 메시지를 꽉 잡아줌으로써 더보이즈만의 감성이 계절감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 있다는 점이 이 앨범의 큰 매력이다. 

 

앨범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DREAMLIKE]가 선사하는 세계는 꿈이다. 청량함과 판타지적 감성이 맞닿아 있는 이 앨범을 통해 우리는 여름의 무더위가 아닌 파란 반짝임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인트로격인 'Water'의 상큼함으로 시작해서 'Daydream'의 아련함으로 마무리되는 구조가 더욱 묘한 여운을 주며, 이 시원한 낭만은 눈 뜨면 없어지는 환상이기에 더욱 아름답다는 걸 역설하는 앨범이다. 

 

 

 

 

 

 

01 Water [★]

직관적이면서 부드러운 키워드로 청량감을 한 방울 떨어뜨리며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마음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너'의 존재를 물, 오아시스 등에 빗대고 물방울 효과음과 반복적인 훅을 통해 강조하는 표현 문법이 간결하고 발랄하다. 후렴 전까지 미니멀하게 이어지는 사운드는 마치 자작하게 물기만 남은 듯한 효과로 가사에 나타난 갈급한 심정을 함께하는 듯하다. 보컬은 귀여운 멜로디를 따라가고 있지만 최대한 나른하게 표현되고, 랩은 익살스럽게 사용되었다. 

 

언뜻 상쾌하고 편안하기만 한 것 같지만,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아티스트의 표현력이 모두 산뜻하면서도 아련한 양면적 감상을 자아내는 점이 매력적인 곡이다.  타이틀곡이 아닌 곡으로 시작을 여는 이 앨범에서 'Water'는, 앨범 전곡이 지향하는 테마를 센스 있게 소개하는 인트로다. 

 

 

 

02 D.D.D [★]

'Water'로 살짝 맛본 시원함은 타이틀곡 'D.D.D'에서 넘치도록 끼얹힌다. 제목의 뜻은 'Dance Dance Dance'로, 가사의 화자가 새로운 세상을 만난 순간의 벅찬 감정을 환상과 감각을 넘나들며 표현한 곡이다. 이 메시지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더욱 생생히 전달된다. 'D.D.D'는 제목이 표현하는 것과 같이 청량한 댄스곡의 정석이다. 물 위에서 춤추듯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드럼과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신스 사운드, 심박수 올라가듯 고조되다가 터져야 할 순간에 정확히 터져 나가는 명쾌한 곡 구성, 임팩트와 박진감에 중점을 둔 멜로디 등 어느 요소를 보더라도 청량감 구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D.D.D' 안무 연습 영상

 

무엇보다 'D.D.D'가 더욱 생명력 있게 하는 것은 퍼포먼스다. 이 곡의 안무는 'Dance'의 키워드를 그렇게 강조한 것이 무색하지 않게 퍼포먼스의 힘을 보여준다. 곡으로만 들을 때 더 좋은 곡이 있는 반면 퍼포먼스와 결합될 때 더 좋은 곡이 있는데, 'D.D.D'는 완벽히 후자다. 오히려 퍼포먼스를 접하고 난 뒤에 곡만 듣는다면 좀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로, 안무가 짚어내는 곡의 포인트가 명쾌하고 짜릿하다. 안무 자체가 동작 범위의 역동성 및 박자를 남김없이 쓰는 섬세함으로 꽉 차 있고, 댄스 멤버들을 주축으로 11명이 만드는 군무의 합이 이를 극대화한다. 특히 브릿지 뒤로 이어지는 하이라이트에서 메인댄서 멤버들이 리드하는 퍼포먼스 구간은 파도치는 생동감과 드라마틱함을 선사한다. 


한편, 활동 당시 무대 의상은 그렇게 시원하지 못하게 보인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다. 곡의 에너지에 맞도록 마냥 가볍지 않은 색감을 사용한 점은 좋지만, 대부분의 무대에서 재킷을 고수한 것이 여름보다는 가을의 계절감에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일상복을 착용한 안무 연습 영상의 시원함을 음악방송 무대 영상이 따라가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다. 

 

 

 

03 Complete Me

먹먹한 듯 시원하고, 무난한 듯 캐치한 노래다. 앨범의 흐름을 진정시켜 줄 부드러운 곡처럼 전개되는 듯하다가, 타이트한 리듬감으로 긴장감 있게 걸음을 멈춰 세우는 후렴구가 감상 포인트다. 또한 율동감 있게 정리된 훅 멜로디가 감성적으로 채워진 랩 구간으로 전환되는 부분도 반전의 즐거움을 주는 두번째 지점이다. 

 

 

 

04 SUMMER TIME [★]

아른하게 물결치는 인트로의 신스 사운드가 이 곡의 감성을 대표하고 있다. 보컬과 메인 신스 소리는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물 속에 잠겨 흔들리는 듯한 효과에 뒤섞여 묘한 서글픔을 만든다. 여기에 그리움을 담은 애틋한 가사와 담담한 멜로디가 더해져서 차가운 사운드가 역설적으로 들려주는 아련함의 온기 속을 헤엄치는 것 같은 노래다. 

 

 

 

05 위로 (Going High)

이온음료, 청량음료 같은 곡들 사이에서 에너지드링크 같은 맛을 내는 노래다. 베이스가 강한 사운드와 멜로디의 무게감이 특징이다. 특히 멜로디와 랩이 교차하는 벌스에서 목소리의 표현 차이가 느껴진다. '위'의 방향성을 강조하는 키워드가 앨범의 성격과 잘 맞으면서도 사운드는 아래로 무겁게 잡아끄는 특징이, 앨범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06 Daydream [★]

꿈처럼 빨려 들어간 듯한 사운드 표현,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몽롱한 분위기와 멤버들의 음색이 신비롭다. 특히 목소리만으로 파트를 채우는 미성 보컬 멤버들의 매력이 두드러진다. 차분하게 속삭이는 멜로디가 이어지다가, 웅장한 드럼과 백보컬이 장식하는 후렴구가 눈부시게 귀를 사로잡는다. 꿈의 세계가 공간적 배경인 이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서, 청자에게 '꿈인 듯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는 목소리를 멀리 울리며 [DREAMLIKE]를 완결하는 피날레 역할의 곡이다. 

 

 

 

 

 

 


▼ (2) 레드벨벳 [The Red Summer] ▼

 

FEVER vs ICE: 여름 앨범 추천 리뷰 (2) 레드벨벳 [The Red Summer]

※ 여름은 진작에 끝났지만 기존에 올린 레드벨벳&더보이즈 앨범 리뷰에서 레드벨벳 부분을 수정하고 두 편으로 분할해 재업로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더보이즈 앨범의 리뷰가 있는 전편 링크는

rtbs.tistory.com


#토비레코드: 주로 K팝 얘기하는 블로그 [ rtbs.tistory.com ]